‘이자 장사’ 논란이 불거진 은행들의 서민금융 지원 출연액을 두 배로 늘리도록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을 공공재로 규정한 이후 여야가 앞다퉈 입법 경쟁에 나섰다. 국회 과반 의석을 점유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정유사에 이어 은행에도 ‘횡재세’를 물리는 방안까지 추진하기로 했다.
법 개정이 마무리되면 서민금융 보완계정에 대한 은행권의 출연 비율은 0.03%에서 0.06%로 높아지게 된다. 지난해 은행권 출연금은 1100억원이었다.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법 개정 후 출연금은 연간 22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의원은 “시중은행은 작년에만 12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올렸고 공공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공익적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은행의 출연금을 늘려 햇살론 등 저신용·저소득 금융 취약계층에 대한 서민정책금융을 강화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은행 공공재’ 발언 이후 야당도 은행 때리기에 본격 나선 모양새다.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한 만큼 ‘입법 독주’ 부담을 줄이면서 이슈를 주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정무위원회 소속인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이번주께 ‘은행 횡재세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도 김희곤 의원이 지난주 은행법의 목적 조항에 ‘금융시장의 안정을 추구하고, 은행의 공공성을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권에선 정치권이 민간 기업인 은행을 공공재로 분류하며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본다. 예금·대출금리와 임직원 보수, 배당에 이어 이익 규모까지 통제하며 시장경제 원칙을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횡재세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은행 이익이 늘어나면 누진적 법인세 부과로 과세가 가능한데도 금리 인상기를 이유로 세금을 물리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에 은행 수익이 줄어든다고 정부가 이익을 보전해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은행은 안정적인 수익으로 건전성을 유지해 경제 위기가 발생하면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 유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은행의 이자 및 수수료 수입에 4.8%의 횡제세율을 적용한 스페인은 주요 은행 주가가 10%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횡재세가 도입되면 외국인 지분율이 40~70%에 달하는 국내 금융지주사에서 자본이 빠져나갈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스페인은행협회도 “횡재세가 다른 글로벌 은행과 스페인 은행의 경쟁을 왜곡한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유정/박상용 기자 y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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