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서 소주 한 병에 6000원?…부랴부랴 진화 나선 정부

입력 2023-02-26 11:58   수정 2023-02-26 14:28


'서민의 술' 소주 가격 인상 전망 속 정부가 내부적으로 주류업계 실태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난방비 폭탄' 사례를 비롯한 ‘공공요금발(發) 물가 상승’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서민의 주머니 부담과 동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콘트롤타워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2일 소주 가격 인상 등 동향에 대해 "업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사실상 '인상 자제 요구' 메시지를 보낸 상태다.

26일 주류업계와 기재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주류업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소주를 중심으로 주류 가격 인상 요인과 동향 등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지난주 주세 인상과 물류비와 재료비 등 가격 상승에 따른 소주와 맥주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된지 일주일 만이다.

기재부는 현재 소주 가격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인상 동향과 기업 수익 상황을 총체적으로 살펴보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류업계를 담당하는 국세청은 주류업체들과 소통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류업계가 가격 인상 제동 압박을 느끼게 만든 수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올해 국민 부담으로 직결되는 민생 분야 담합 행위를 중점적으로 조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식당·술집 등에 유통되는 유흥용 수입맥주 일부 제품 가격이 인상됐고, 향후 가정용 맥주와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이네켄코리아가 지난 10일부터 유흥용 제품의 가격을 평균 9.5% 올렸고, 하이트진로는 기린 이치방시보리·싱하·써머스비·크로넨버그 1664 블랑·파울라너 등 유흥용 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15.9% 올렸다.

이번에는 가정용 맥주 가격이 동결됐지만 4월부터 인상된 주세가 적용되는 만큼 조만간 맥주값 인상이 현실화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통상 주세 인상으로 주류업체의 출고가가 오르면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은 지난해보다 L당 30.5원 오른 885.7원이 된다. 지난해 L당 20.8원 오른 것보다 세금 인상 폭이 더 커졌다.

소주 가격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주세 인상 요인은 없으나 주정(에탄올), 병 등 원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소주의 원재료인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주정값을 7.8% 올렸다. 소주병 공급 가격은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뛰었다. 주류업체들이 소주 가격을 인상할 경우 음식점에서 파는 소주와 맥주 가격이 한 병당 5000원에서 6000원으로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이처럼 주류 가격 동향에 즉각 대응하고 나선 것은 최근 물가 상승 이슈가 연이어 불거진 상황에서 서민 동요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소주 등 주류 가격 인상이 고물가 불황 속 필수 품목 가격 인상 흐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공개 경고에 나선 만큼 주류업체들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추 부총리는 양기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줏값 6000원 시대가 도래한다면 서민·직장인들한테 심리적으로 압박이 되지 않겠냐"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편, 연초부터 '난방비 폭탄'을 비롯해 전기·가스요금 인상 충격이 가계를 강타한 데 이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비 인상 이슈도 이어져 서민들이 물가 상승에 촉각을 곤두세운 상황이다. 연초 이후 식품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과 외식업체의 가격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먹거리 물가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물가 상승에 최저임금 인상에도 소득 증가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토로가 나오는 이유다. 일례로 구인구직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이 최근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는 알바생 6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6.2%가 올해 최저임금 인상에도 물가 상승으로 소득 증가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소득 증가를 체감하지 못한 이유로 '물가·공공요금 등 인상으로 대폭 늘어난 지출(77.7%·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들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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