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6일 국산 AI 반도체 기반 데이터센터 구축 및 AI 서비스 개발 등 ‘K-클라우드’ 사업 공고를 냈다. 올해 376억원으로 시작해 2025년까지 1000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금액만 보면 사실 ‘코끼리 비스킷’이다. 대규모 반도체 사업에서 몇백억원, 몇천억원은 큰 투자 금액이라고 하기 어렵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몇십억원짜리 사업의 나열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 이 사업에 주목하는 이유는 대규모 부지 조성과 데이터센터 구축 등이 연동돼 있어서다. 특히 ‘AI 반도체(NPU) 팜’ 사업은 고성능 연산이 가능한 저전력 데이터센터를 광주(AI 집적단지)에 1곳, 민간이 주축이 돼 조성되는 1곳 등 총 2곳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곳에서 AI 서비스를 실증하고 올해 1차 시범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 사업에 선정될 경우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자금을 상당폭 줄일 수 있다. 보다 빠르게 첫발을 뗄 수 있는 셈이다. 국내 사업자 간 파트너십 구축이 K-클라우드 사업과 연동돼 진행되는 것도 업체들로서는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첫 단추를 잘 끼워 좋은 파트너십을 갖춰야 사업에 탄력을 받을 수 있어서다.
그런데 ‘각각 2개 이상’이라는 조건 때문에 추가적인 파트너십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주관사도 1곳으로 제한된다. KT클라우드가 NHN클라우드와 손잡으면서 주관사 자리는 둘 중 하나만 차지하는 식이어야 하는 셈이다. 정부가 이런 조건을 내건 것은 업계 전체의 성장과 빠른 성과 달성에 이 방식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신청 기한은 다음달 20일까지로 촉박하다.
업체들은 빠르게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눈치작전이 벌어지는 중”이라며 “가장 좋은 대상을 선정하기 위해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성현 대표가 2020년 창업한 리벨리온은 지난해 금융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AI 반도체 이온(Ion)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3일 비전 및 언어 생성 AI에 사용될 수 있는 후속작 아톰(Atom)을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전작은 TSMC의 7나노 공정을 적용했는데 이번에는 삼성의 선단 공정이 적용된 데이터센터향 제품이다. 국내에서 비전모델과 언어모델을 모두 지원하는 제품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창업 후 2년여 만에 글로벌 수준의 AI 반도체가 나온 것이다. 박 대표는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집중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퓨리오사AI도 글로벌 AI 플랫폼 회사인 허깅페이스와 파트너십을 맺고 챗GPT 등 초거대 모델을 타깃으로 하는 2세대 칩 개발에 나섰다고 밝혔다.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는 “양산형 칩 설계를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 중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SK그룹 계열 사피온은 2020년 이미 X220 모델을 상용화해 NHN의 데이터센터 등에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의 AI 컴퍼니 전환에도 역할을 할 전망이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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