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여곡절 '윈저 프레임워크'

입력 2023-02-28 18:04   수정 2023-03-01 00:29

200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은 아일랜드 독립 전쟁을 다룬 영화다. 800년간의 영국 지배를 끝내려는 독립 투쟁 과정에서 같은 아일랜드인끼리 무장투쟁파-온건투쟁파, 척화파-주화파로 나뉘어 서로 죽여야 했던 비극적 상황을 담았다. 아일랜드는 그런 희생을 치르고 1921년 영연방에서 독립했다. 그러나 북쪽 얼스터 6개 주(북아일랜드)가 대열에서 빠졌다. 영국 본토에서 넘어온 신교도 수가 3분의 2가 넘는 지역이다. 그 후 북아일랜드는 ‘피로 피를 씻는’ 내전의 현장으로 바뀌었다.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 간 ‘굿프라이데이 협정’(벨파스트 협정) 체결 전까지 신교도-가톨릭, 친영국-친아일랜드 진영 간 무력 충돌로 5만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협정 후 잦아들었던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다. 북아일랜드에선 브렉시트로 아일랜드와의 인적·물적 거래가 규제받게 되자 곧바로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요구가 튀어나왔다. 신(新)IRA(아일랜드공화국군)가 결성돼 곳곳에서 유혈 사태를 빚었다. 영국은 북아일랜드만 한시적으로 EU 시장에 남겨두기로 하는 미봉책을 마련했으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북아일랜드를 EU에 남겨두자니 바다를 사이에 두고 한 나라에 무역장벽 등이 생기고, 그렇다고 북아일랜드를 EU에서 빼자니 현지 독립운동에 기름을 붓게 되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영국과 EU가 지난달 말 북아일랜드 관련 협상을 영국 윈저성에서 타결지었다는 소식이다. 이른바 ‘윈저 프레임워크’다. 내용은 북아일랜드를 EU 시장에 남겨 자유무역을 보호하되, 관련 분쟁 시 최종 중재권은 EU가 갖는 방식이다. 양쪽이 한발씩 물러난 결과라는 평가다.

‘급한 불’은 껐으나 후유증은 여전히 남을 전망이다. 북아일랜드 내 가톨릭 신도 수가 지난해 처음으로 개신교를 넘어섰고, 그사이 신페인당(신페인은 아일랜드어로 ‘우리 자신’이라는 뜻)이 현지 총선에서 원내 1당에 등극했다. 신페인당은 10년 내 북아일랜드의 독립과 아일랜드와의 통일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박수진 논설위원 ps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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