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상권=술집' 공식 깨졌다…요즘은 신규개업 40%가 무인점포

입력 2023-03-01 18:06   수정 2023-03-02 01:53


2020년 코로나19 창궐 후 만 3년간 서울 신촌 등 대학 주변 상권은 칠흑 같은 어둠을 지나야 했다. 2020∼2021년엔 학생들이 떠나고 거리가 텅 비어 폐점하는 가게가 속출했다.

그랬던 대학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캠퍼스 문이 활짝 열리면서 매출이 코로나 사태 직전인 2019년 수준을 넘어섰다. 대신 ‘간판’은 확 바뀌었다. 술집들이 쓸려나가고 그 자리를 무인카페·사진관 같은 무인점포가 차지했다.
사라지는 대학가 술집

1일 ‘한경·비씨카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내 5개 대학(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숙명여대) 주변 상권의 지난해 비씨카드 가맹점 매출은 2019년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하철 서울대입구·신촌·안암·왕십리·숙대입구역 1㎞ 이내 상점의 매출은 2019년에 비해 4~15% 늘어났다. 2020년과 2021년엔 2019년의 85%까지 떨어졌다.

대학가의 상징이었던 술집, 분식집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무인점포가 들어선 건 코로나19 3년의 변화다. 대면 모임에 스트레스를 받는 대학생들이 늘면서 각종 모임이 사라진 결과다.

이날 한국경제신문이 연세대, 고려대, 건국대 등 주요 대학상권을 취재한 결과 업종을 전환하거나 배달영업 등을 병행하는 술집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신촌역 2번 출구부터 연세대 정문까지 이어지는 연세로의 경우 61개 점포 중 17개가 공실이었다. “대부분 술집이었던 점포”란 게 이곳 L공인중개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동구 한양대역 인근 ‘나그네 파전’은 단체 손님을 받던 지하 1층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다. 주인 김모씨는 “50석이 있었던 지하 1층은 창고로 쓰고 이제 단체 손님을 받지 않는다”며 “코로나 이후 포장과 배달 주문이 늘어나 그쪽으로 전문화할 생각”이라고 했다.

2005년부터 서울 안암동 고려대 서울캠퍼스 앞에서 대형 호프집 ‘춘자’를 운영해온 장현웅 대표(50)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대학생 열댓 명이 우르르 몰려드는 게 일상이었다”며 “가게 곳곳에서 ‘막걸리 찬가’를 부르는 학생들 때문에 귀가 아플 정도였는데, 최근 몇 년 동안은 개강총회가 사라져 노래를 들을 일이 없었다”고 말했다.
무인점포 급증
코로나 3년을 버틴 자영업자들은 외식업이라는 틀 안에서 다양한 생존 시도를 하고 있다. 밥과 커피, 간식, 술을 함께 파는 가게도 눈에 띄게 늘어났다.

화양동 건국대 인근 슈펴형 가맥집(가게맥주집) ‘화양슈퍼’가 그렇다. 레트로(복고)풍 슈퍼마켓 간판을 단 이곳은 낮에는 커피, 분식 등을 팔다가 밤에는 주점으로 변신한다.

특히 무인점포는 막을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대학상권 자영업자는 무인화 기기에 익숙한 대학생을 겨냥해 인건비 등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무인점포 창업에 속속 나서고 있다. 연세로의 경우 2020년 이후 26개 점포가 업종을 전환했다. 이 가운데 10개가 무인사진관으로 바뀌었다.

서울대 주변 봉천동 ‘샤로수길’에도 지난해 11월 이후 7개 무인매장이 들어섰다. 최근 신촌에 무인주점 ‘파리삐리포’를 연 손성태 대표는 “신촌의 경우 임대료가 한창때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갔다”며 “무인매장을 열면 승산이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치솟은 금리도 무인매장 급증의 원인”(샤로수길 대왕부동산 김서연 대표)으로 꼽힌다.
“업종 다변화 모색해야”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대학가 문화 변화, 인구 급감 등의 요인으로 대학생만 바라보는 외식업 중심의 상권 쇠퇴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 ‘무인점포 쏠림’이 또 다른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권 슬럼화를 막으려면 보다 적극적으로 상권 다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남들 다하는 무인점포 창업에 우르르 나서기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을 통해 업종 다변화를 유도하고, 상인들도 학생 외 계층까지 유입할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최해련/안정훈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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