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학상권

입력 2023-03-03 17:45   수정 2023-03-04 00:14

대학가 상권은 청년문화의 변화상을 보여준다. 1970년대 대학상권을 청바지·통기타·장발족·생맥주라는 단어들로 설명한다면, 이념 지향이 많았던 1980년대엔 민속주점·민중가요·걸개그림·연합집회 등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소극장·카페·클럽이 함께 번성한 서울 신촌상권은 연인들 만남의 핫플레이스였다.

신촌상권의 변화는 1990년대 초반 X세대가 등장하고 피자점·로바타야키·힙합문화 등이 유행하면서 시작됐다. 재미와 놀이, 자유와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은 좋은데, 록카페가 문제였다. 신촌 일대 록카페는 인근 5개 대학 총장 모임에서 퇴폐 공간으로 낙인찍히며 2005~2010년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신촌상권은 그때부터 기울었다. 상가 임대료도 치솟아 작고 재미난 가게들이 밀려났다. 박성수 회장이 옷가게를 창업해 ‘이랜드 발상지’가 된 이대역 부근 여성의류·미용 상권도 오피스텔 개발 붐에 개성을 잃었다.

2018년 신한카드 상반기 자료에선 신촌상권 매출이 735억원으로 여전히 1위였지만, 코로나19 이후 확인된 자료가 없어 어떻게 변했는지 알 길이 없다. 연남동을 포함한 홍대상권이 급성장해 더욱 그렇다. 젊은이들은 요즘 말로 힙(hip·개성 강한)하다는 옷가게, 카페, 각종 편집숍이 많은 홍대앞 연남동 성수동 등을 찾는다. 대학생과 30대 직장인 취향이 비슷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 시내 5개 대학 상권의 작년 비씨카드 가맹점 매출이 코로나 이전인 2019년에 비해 4~15% 늘었다. 대학상권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지만, 그 대명사였던 술집과 분식집이 대거 사라지고 무인카페 셀프사진관 등이 많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는 2018년 25%에 이르던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작년 20%로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젊은이들이 술을 마실 때 대학상권에 머물지 않고 연남동 성수동 등으로 몰려가는 탓도 있을 것이다.

대학가 가게들이 학생 쌈짓돈만 바라보고 변화하지 않으면 상권 쇠퇴가 불가피하다. 기숙사를 짓고 상업시설을 교내에 유치하려는 대학당국에 맞서 인근 상인들이 반대 시위만 할 일이 아니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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