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억 아파트 9억 됐는데도…"분양가는 계속 오를 것" [김은정의 클릭 부동산]

입력 2023-03-04 11:08   수정 2023-03-04 17:17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올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0억원 밑으로 내려간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10억원 밑으로 떨어진 건 1년 9개월 만입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2월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은 9억9333만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월(10억1333만원)보다 2000만원 내려간 수준입니다. 중위가격은 쉽게 말해 매매된 아파트를 줄 세웠을 때 딱 중간에 있는 가격입니다. 평균 가격에 비해 고가 아파트의 영향을 덜 받아 부동산 전문가들이 시세를 파악할 때 자주 보는 데이터입니다.

이렇게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이 떨어진 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지역에서 가격 하락세가 가팔라진 영향이 큽니다.

실제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청구3차(전용면적 84㎡ 기준)는 지난달 20일 2층짜리가 9억95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2021년 2월 최고가였던 14억2000만원(8층)에 비해 4억2500만원 떨어졌습니다. 이 단지가 10억원 밑으로 내려온 건 2020년 6월 이후 2년 8개월 처음입니다. 서울 강북구 번동 주공1단지(전용면적 49㎡ 기준)도 지난 1월 5일 7층짜리가 4억9500만원 거래됐습니다. 지난해 3월 최고가(8층)였던 7억2000만원에 비해 2억2500만원이 낮아졌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오던 금리 인상을 일단 멈췄지만 이처럼 집값 하락세가 잡히지 않고 추가 하락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매수 심리는 살아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2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6.3으로 전주보다 0.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매매수급지수는 한국부동산원이 공인중개사무소를 대상으로 설문해 수요와 공급 비중(0~200)을 지수화한 것입니다. 기준선 100보다 낮을수록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입니다. 현재는 기준선을 한참 밑도는 데다 그마저도 매수세가 더 약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수요가 줄면 가격은 떨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분양 가격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건설주를 다루는 애널리스트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주장입니다.

하나증권은 지난달 24일 '저렴한 분양가가 어려운 이유'라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수요자들이 현재 분양 가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 시세 하락이지만 원가 상승으로 분양 가격을 낮추는 게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사람들이 분양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며 "주변 시세가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실거래 가격은 2020년에 거래하던 가격 수준이지만 분양 가격은 2022년에 맞춰져 있다는 설명입니다.

현재 가격이 2020년 수준까지 하락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봤습니다.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와 아파트 입주의 증가 때문입니다. 이른바 수요 감소와 공급 증가입니다. 특히 전세의 경우 저금리에 전세대출(변동금리)을 받아 거주하던 사람들이 대출이자 증가에 따라 전세 수요가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신축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니 전세 가격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매매 가격 하방 지지선이 후퇴하게 된 것입니다.

김 연구원은 "그럼에도 문제는 분양가를 낮추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2020년과 비교했을 때 2022년 아파트 실거래지수는 1.7% 하락한 반면 건축자재는 35.8% 상승, 임금은 10.1% 상승, 토지가는 7.0%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금리 인상에 따라 금융비용도 두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떨어진 주변 시세에 맞춰 분양 가격을 맞추면 돈을 벌기는 커녕 잃기만 하게 된다는 게 김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NH투자증권 역시 비슷한 의견을 보고서를 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달 27일 '당분간 하락하기 어려운 분양 가격'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분양 가격을 구성하는 택지비와 건축비가 모두 오른 상황이라 시차를 감안하면 당분간 분양 가격이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절차상 분양까지 상당 기간이 소요되는 탓에 분양 가격과 매매 가격 간 시차 발생은 불가피하다는 논리입니다. 분양 시장이 부동산 경기를 즉각적으로 반영하기 어려운 데다 현재 부동산 경기를 봤을 때 분양률도 저조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평당 택지비가 400만원, 평당 공사비가 400만원 등으로 예상되는 분양 현장의 분양 가격이 평당 1500만원이라면 분양률이 70%를 넘어야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분양 가격이 10% 낮아진다면 손익분기점 달성을 위해 분양률은 7%포인트 높아져야 합니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런 계산에서 올해 분양 가격은 사업비 인상과 시차 등을 고려해 낮아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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