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서' 독립 못 하는 청년들 "나는 아이 못 낳겠다"

입력 2023-03-07 11:00   수정 2023-03-07 14:20

청년들이 최근 심화하고 있는 저출산·고령화가 미래 한국사회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목했다. 불평등, 테러, 기후변화보다도 이 문제가 더 걱정스럽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자녀를 출산하겠다는 청년 여성은 절반 정도에 그쳤다. 문제는 심각하지만 직접 나설 여건은 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저출산 문제지만 나는 못낳겠다"
국무조정실은 7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 삶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정부가 보건사회연구원 등을 통해 만 19~34세 청년 1만5000명을 대상으로 주거, 미래설계, 노동, 교육, 경제 등 8개 분야 200개 항목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지난 2020년 청년기본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결과가 발표됐다.

청년들은 미래 한국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경제적 요소를 묻는 질문에 95.7%가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꼽았다. 매우 영향이 있다는 응답이 55.6%에 달했다. 기후변화(92.4%), 불평등(90.1%), 기술·산업구조 변화(90.1%), 테러리즘(81.9%) 등을 꼽은 사람은 이보다 적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여성 1인이 평생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0.78명을 기록하면서 조만간 한국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본인의 출산의향은 남녀 간 인식 차가 컸다. 향후 자녀 출산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청년 여성은 55.3%에 그쳤다. 남성은 70.5%가 자녀를 낳겠다고 했다. 15.2%포인트의 간극이 나타났다. 자녀를 낳게되면 경력 단절과 육아 부담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이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혼 계획도 남성은 79.8%가 있다고 응답했지만 여성은 69.7%에 그쳤다.

청년층이 꼽은 갈등 요인으로는 소득과 세대차이가 지목됐다. 부유층과 서민층 사이의 갈등이 많다고 응답한 청년은 79.1% 였고,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간 갈등은 76.5%가 많다고 답했다.
"내 소득은 중간 이하"
청년 취업자 비율은 67.4%로 조사됐다. 세전 임금은 월 252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직장에서의 평균 근속기간은 31.6개월이며, 1년 미만 근속기간의 비율은 32.7%로 높았다.

청년들이 이직 또는 구직시 고려하는 사항(1순위)으로는 임금 48.5%, 고용안정성 12.8%, 본인의 장기적 진로설계 8.4%, 근로시간 7.2%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속한 가구의 월평균 생활비는 303만원이었다. 지출항목으로는 식료품비(96만원), 연금?보험료(32만원), 교통비(27만원), 교육비(24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 1인 가구의 경우 월평균 생활비는 161만원이고, 지출항목은 식료품비(48만원), 주거비(22만원), 연금?보험료(13만원), 교통비(12만원) 등이 많았다.

청년이 속한 가구 기준의 평균 부채규모는 5080만원으로 나타났다. 청년 개인으로 살펴보면 부채는 1172만원 수준이었다.


본인의 소득계층은 중간 이하라는 응답이 많았다. 중간층 56.5%, 중하층 26.5% 순이었다. 상층은 0.7%, 중상층은 11.5%에 그쳤다.

현재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점수(0~10점)로 삶의 만족도는 6.7점, 행복감 6.9점, 자유로운 선택 6.9점, 사회에 대한 신뢰는 5.2점으로 나타났다. 정치에 대해서는 37.5%가 관심 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번아웃(소진) 경험은 33.9%가 있다고 응답했는데, 그 이유로는 진로불안 37.6%, 업무과중 21.1%, 일에 대한 회의감 14.0%, 일과 삶의 불균형 12.4% 순으로 나타났다.

거의 집에만 있는 은둔형 청년의 비율은 2.4%(임신·출산·장애 제외)였다. 은둔 이유는 취업 어려움 35.0%, 대인관계 어려움 10.0%, 학업중단 7.9% 순이었다. 취약가구원 돌봄책임을 맡고 있는 가족돌봄청년은 0.6% 수준으로 나타났다.
독립 못하는 이유, 56%가 "돈 없어서"
청년층의 주거 형태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경우가 57.5%로 가장 많았다. 가구주인 부모와 미혼 청년으로 구성된 가구가 53.3%로 가장 많았고, 청년 1인 가구가 22.6%, 청년부부 가구 7.2%, 청년부부와 자녀로 구성된 가구가 6.0% 순으로 나타났다.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청년 중 67.7%는 아직 독립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독립을 계획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는 ‘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해서’라는 응답이 56.6%로 가장 많았다.

필요한 주거정책(1순위)으로 구입자금 대출 41.0%, 전세자금 대출 23.9%, 월세 등 주거비 지원 17.3%, 공공임대 공급 11.8% 순으로 나타났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이번 조사는 '청년기본법'에 따라 우리나라 청년들의 삶을 종합적이고 다각적으로 살펴본 최초의 조사결과"라며 "청년 삶 실태조사 결과는 앞으로 우리나라 청년,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발전을 위한 정책을 설계하는 데 있어 중요한 단초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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