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찬스'로 로펌 인턴?…'고소득 일자리 대물림' 심해졌다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입력 2023-03-12 05:00   수정 2023-03-12 06:41


판·검사와 의사 등 전문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유사한 수준의 고소득 전문직이 될 확률이 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전문직 대물림 현상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법조인과 의료인이 되기 위해 법학전문대학원, 의과대학 등에 다니는 학생들 상당수는 입직이나 인턴채용 과정이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고소득 전문직 대물림, 34 → 42%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배분의 공정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직, 기업 임원 등 소위 고소득 직업으로 분류되는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아버지를 둔 자녀의 38.1%가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세움 노동연 선임연구위원 등이 한국노동패널조사 1~24차(1998~2021년) 원자료를 통해 분석한 것이다. 1군으로 분류되는 직종은 국회의원이나 기업 고위직, 전문직, 장교 등이다. 의사와 판·검사 등 전문직 아버지를 둔 자식이 전문직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미다. 2군은 기술공과 준전문가, 사무종사자 등, 3군은 농업, 서비스업 종사자 등으로 분류된다.

아버지가 2군인 경우 21.7%, 3군인 경우 16.9%만 1군으로 '사다리 오르기'에 성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좋은 직업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가 대물림되는 현상은 최근들어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분석기간을 반으로 쪼개 최근 12년(2010~2021년) 아버지와 자녀가 모두 1군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는 42.1%로 그 전 12년(1988~2009년) 34.9%보다 7.2%포인트 높아졌다.아버지가 1군 직업 중에서도 상위 50%에 해당하는 소득을 버는 경우, 자녀도 해당 범주에 들어가는 비중은 같은 기간 11.0%에서 25.2%로 두배 넘게 높아졌다.

반면 서비스업 종사자 등 3군 직업의 아버지를 둔 자녀가 같은 직업군에 머무르는 비중은 22.8%에서 26.5%로 높아졌다. 아버지가 사무직 등 2군 직업인 경우엔 1군으로 오르거나 3군으로 하락하는 비중이 모두 증가했다.
"중소 로펌, 부모의 영향력 더 강하게 작용"
김 연구위원은 전문직종 중 법조계와 의료계로 진출하려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및 의과대학 및 의학전문대학원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통해 이들이 공정하게 선발되고 있는지를 추가로 분석했다.

로스쿨 재학생 207명 중 64.7%가 인턴(실무 수습) 경험에서 부모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19.3%는 '크게 영향을 미친다', 45.4%는 '영향을 미치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학교 소재지가 지방인 경우 70%가 넘는 응답자가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생은 "작은 로펌의 경우 지인을 통해 채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응답했다. 다른 학생은 "중소형 로펌에서 훨씬 더 부모의 영향력이 더 강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변호사 시험은 78.3%가 공정하다고 봤다. 법원의 재판연구원 선발 과정도 77.8%로 공정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신규 검사 임용과정의 공정성은 69.6%로 다른 직무 선발과정에 비해 약간 낮게 나타났다. 특히 지방소재 대학인 경우 64.6%에 그쳤다.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입직과정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15.0%에 그쳤다. 공정성 확보를 위해 작용해서는 안되는 요인으로는 성별(30.0%)과 부모의 소득 및 재산(22.7%), 부모의 학력 및 직업(19.3%) 등을 꼽는 경우가 많았다.

의대생들은 65.3%가 '전공과를 결정할 때 부모 배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52.5%는 인턴과 레지던트를 선발할 때 부모의 배경이 영향을 준다고 봤다. 특히 지방인 경우 응답 비율은 56.2%로 높아졌다. 인턴과 레지던트 선발과정이 공정하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의사국가시험 합격 후 입직과정은 40.6%가 공정하다고 봤다. 다만 의사국가시험의 공정성은 80.2%로 높은 편이었다. 변호사시험과 의사국시 등 점수화해 평가하는 것은 공정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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