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를 사수하겠다는 결의를 밝혔다. 러시아군의 공세로 바흐무트가 함락 위기에 몰리며 철수설이 제기되자 방어 의지를 공표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에 대량 살상용 무기인 집속탄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밤 연설에서 “우크라이나 최고 군 사령관 및 바흐무트 지역 사령관과 논의했으며 이들이 철수하지 말고 방어를 강화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 수뇌부가 만장일치로 바흐무트 사수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총사령관에게 바흐무트 부대를 도울 적절한 병력을 찾도록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동부 교통 요지인 바흐무트는 현재 러시아군와 우크라군이 가장 길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지역이다. 전략적인 가치는 높지 않지만 우크라이나에게는 ‘저항의 상징’이며, 최근 전쟁 성과가 부진한 러시아에게도 상징성이 있는 도시다. 로이터는 “러시아는 바흐무트 점령이 돈바스 지역 전체 점령을 위한 발걸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8개월째 공세를 이어가는 러시아는 현재 용병 와그너그룹을 앞세워 바흐무트의 3면을 에워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내부 불화도 깊어지고 있다. 와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군이 병력과 무기를 충분히 지원하지 않는다고 연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 하원 국방위원회의 제이슨 크로우와 애덤 스미스 하원 의원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MK-20 집속탄을 보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집속탄은 한 개의 폭탄 안에 여러 소형 폭탄이 들어 있는 무기다. 넓은 지역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때문에 민간인이 다칠 위험이 있어 전 세계 123개국에서 금지됐다.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포함되지 않는다.
우크라군이 요청한 MK-20은 드론으로 투하할 수 있으며 공중에서 한 번에 240개의 폭탄이 발사된다. 미국은 2016년 MK-20 생산을 중단했지만 미군이 100만대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우크라이나는 이례적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다고 자인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국 소속 크라켄 특수부대는 자폭 드론으로 러시아 브랸스크의 감시탑을 파괴했다며 공격 영상을 텔레그램에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하려 하는 우크라이나의 의지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