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보다 가격이 먼저"…쿠팡·이마트 PB의 진격

입력 2023-03-14 18:05   수정 2023-03-15 01:35

쿠팡의 자체 브랜드(PB)인 ‘곰곰’에서 판매 중인 광천 도시락김은 10g 기준 436원이다. 풀무원 들기름 도시락김의 14일 온라인 최저가는 같은 중량 기준으로 1048원이다. 반값도 안 되는 셈이다. 라면도 마찬가지다. 5봉 기준으로 농심 삼양 오뚜기 제품은 3500~4200원대지만, 이마트 PB인 노브랜드는 5봉을 1980원에 판다.

‘이마롯쿠(이마트 롯데쇼핑 쿠팡)’의 PB 돌풍이 거세다. 식음료 제조사들이 원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제품 가격을 잇달아 올리면서 유통사 PB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있다.
“브랜드보다는 가격”

본지 조사에 따르면 이마트, 롯데쇼핑, 쿠팡 등 유통 3사의 PB 제품 가격은 대형 식음료 제조사 상품(NB)에 비해 ‘중량이 두 배거나 가격이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 곰곰 고추장(2㎏·8990원)은 대상 등 대기업 제품에 비해 중량은 두 배인데 가격은 40% 저렴하다. 된장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과 대상의 된장이 1㎏에 6900~8200원대인 데 비해 노브랜드는 같은 중량의 된장을 3130원에 판매 중이다.

우유 역시 PB와 NB의 가격 차가 크다.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의 900mL 우유 가격은 2900~3200원인데, ‘이마롯쿠’ PB 우유(900~930mL) 가격은 1990~2150원으로 대형 제조사와 비교해 30%가량 싸다.

냉동만두는 이마트 노브랜드(980g·5480원)가 CJ제일제당 상품의 절반 이하에 판매되고 있다. 커피믹스(250개입)도 PB 상품이 동서 맥심 모카골드(180개입·2만8000원)와 비교해 중량은 38% 많은데 가격은 29% 저렴하다.
PB 가격조차 떨어뜨리는 쿠팡
유통업체들은 생필품 가격의 가파른 상승세를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인지도가 높은 기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의존도가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매일 주요 식음료 공산품의 판매 추이를 뽑아보고 있는데 NB 제품 중에서도 가격이 좀 더 낮은 2등 브랜드를 찾는 현상이 뚜렷하다”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가 그 어느 때보다 커 PB 제품군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18년 5900억원이던 노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1조2700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유통업계에선 PB 시장에서도 쿠팡의 ‘메기 효과’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e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2020년 7월 PB를 전담하는 CPLB라는 자회사를 설립하면서 P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며 “생수 24통(1만원)도 빠르게 무료로 배송해주는 등 로켓배송을 무기로 대용량 PB 제품을 판매하면서 PB 가격을 더 끌어내리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2020년 6개월간 1331억원에 불과했던 CPLB의 매출은 2021년 연간 기준으로 1조569억원으로 불어났다. 지난해 전년 대비 최소 30% 성장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추산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시장이 유럽처럼 PB 강세로 전환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초저가 슈퍼마켓)라는 영역을 개척한 알디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모리슨을 제치고 영국 유통업계 점유율 4위로 올라섰다. 영국 유통업계에서 전통의 4강 구도가 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디의 전 세계 매출은 2020년 회계연도 기준 1170억달러에 달했다.

유통사가 선보이는 PB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의미도 있다. 쿠팡의 PB 제품을 생산하는 협력사 10곳 중 9곳은 중소 제조사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쿠팡과 이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의 PB 상품이 소비자 물가를 안정시키는 등 사회 전반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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