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도슨트가 해설, 3D로 작품 감상…'아트테크' 시장 커진다

입력 2023-03-15 17:36   수정 2023-03-23 19:18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이 그림은 당시 어두웠던 시대상을 표현한 거죠. 어떤가요. 마음에 드십니까.”

전시장에 걸린 작품에 태블릿PC를 대니 그림 배경이 3차원(3D)으로 펼쳐진다. 그림 속 중세 인물들의 팔다리가 입체적으로 움직인다. 태블릿PC 화면에 등장한 인공지능(AI) 도슨트가 작품을 설명하며 관람객에게 감상을 묻는다. 이 AI 도슨트는 전시장을 안내하고 질문을 받으면 대답도 한다. 스위스 취리히연방공과대(ETH) 게임테크놀로지센터가 개발한 미술전시회 솔루션이다.
○아바타가 안내하는 미술관

미술품 전시와 판매에 AI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면서 미술과 기술이 결합된 아트테크 시장이 열리고 있다. 단순히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활용한 작품 설명을 넘어 미술품 제작부터 전시, 판매, 투자 방식까지 달라지는 모습이다.

ETH의 전시 솔루션은 이탈리아와 홍콩 등의 주요 미술관에 도입됐다. AR 기술을 활용해 그림을 입체화하고, 시간이 지나 퇴색된 그림의 색채감을 되살리기도 한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파비오 준드는 “관람객이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경험을 하도록 했다”며 “미술관은 관리 플랫폼에서 직접 작품 설명을 넣거나 수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 전시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미술 전문 스타트업들도 생겼다. 국내 예술 특화 메타버스 스타트업인 뉴이스트아트는 온라인 3D 전시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람객은 아바타가 돼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전시를 즐기고,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다. 전시업체인 프로젝트케이의 무브K 플랫폼은 CAD 도면 제작으로 모듈화된 3D 전시장 공간을 제공한다. 작가는 전시회 주제와 작품 수에 따라 취향에 맞는 가상 전시장을 고를 수 있다.
○빠르게 크는 아트테크 시장
미술시장은 전통을 지켜야 한다는 일부 미술계 목소리 때문에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첨단 기술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진 못했다. 부자들의 고상한 취미로 여겨지던 미술품 관람과 수집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뛰어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거래액은 1조377억원으로 전년(7563억원)보다 37.2% 늘었다. 2020년(3849억원)과 비교하면 세 배 가까이로 뛰었다. 세계 미술시장 규모는 600억달러(약 78조원)로 추정된다.

메타버스아트 스타트업인 아츠클라우드는 지난해 말 센트럴투자파트너스 등에서 41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국내 최대 디지털아트 전시 ‘아트 인 메타버스’를 기획해 주목받았던 곳이다. 또 다른 스타트업 TCAG는 KT와 협업해 실물 작품을 클라우드 기반의 가상 작품으로 제작해 전시회를 열었다. 사흘 만에 관람객 2만 명이 찾았다. 조성신 TCAG 대표는 “앱을 내려받을 필요 없이 URL만으로 접속할 수 있어 많은 방문자를 모았다”고 말했다.

글로벌 아티스트의 작품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드는 아크피아, 메타버스 등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전시를 기획하는 레이빌리지, 월 10만~15만원으로 개인 가상 전시공간을 확보해주는 징검다리커뮤니케이션 등도 기술을 접목해 미술시장에 ‘혁신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MZ가 키운 새로운 문화
디지털 친화적인 MZ세대가 미술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기술과의 결합에 대한 미술계의 인식이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층은 가상 작품에 대한 거부감이 작은 데다 조각투자를 통해 미술품을 쉽게 소유하기도 한다. 한 미술품 투자 스타트업 관계자는 “전통적인 컬렉터들이 가상 작품을 잘 인정하지 않았던 것과 달리 MZ세대는 실물만이 가치 있다는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말했다.

온라인 아트 플랫폼과 SNS를 통한 미술품 거래도 활발하다. 경매 현장에서 패들(번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며 미술품 호가를 부르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미술품 투자 플랫폼 테사는 2030세대 회원 비율이 41%나 된다. 또 다른 미술품 조각투자 회사인 아트투게더는 2030 비율이 65%다.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테크 플랫폼 아트앤가이드도 2030 비율이 40%를 넘는다. 이들 플랫폼은 작품을 사들여 비싸게 팔고, 매각 수익을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적은 돈으로도 비싼 미술품에 투자할 수 있어 청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새로운 방식의 미술품 판매 문화를 제시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핀즐은 현대미술 작품을 집에서 매달 받아볼 수 있는 정기구독 서비스를 운영한다. 신진 작가를 발굴해 포스터를 제작한다. 아트비기너는 미술대 학생들의 졸업작품 거래 시장을 개척했다. 학생들과 플랫폼 입점 계약을 해 입문자 수준의 컬렉터들과 연결한다. 미술품을 살 때도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의 특징에 주목한 것이다.
○AI 그림도 완성도 높아져
AI 기술을 접목한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브레인의 AI 아티스트 칼로는 현대미술 작가 고상우, 사실주의 화가 두민 등과 협업해 전시회를 열었다. 칼로는 1억8000장의 ‘텍스트-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해 사용자가 입력한 명령어의 문맥을 이해하고 다양한 화풍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달리2는 난해한 명령어를 입력해도 작품으로 만들어낸다. 오픈AI는 “이미지와 이미지를 설명하는 텍스트 간 관계를 학습한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존 그림을 조악하게 복사하는 수준이던 AI 이미지 생성기는 점차 창의성과 완성도를 갖춰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마우리츠하위스미술관은 유명 작품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원작을 다른 미술관에 대여하는 동안 이를 대체할 모작을 공모했는데 AI가 그린 작품이 선정됐다. 미술관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이 AI가 창작한 것임을 알고도 마음에 들어 해 선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그린 작품이라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국내 데이터 스타트업인 코어닷투데이는 AI를 통해 재탄생한 그림 작품을 전시해 주목받았다. 풍경을 촬영한 뒤 고흐, 클림트, 몬드리안 등 유명 화가의 화풍을 학습한 AI가 다시 그린 그림들이다.

미술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미술시장이 경기 하락에 민감한 건 리스크로 꼽힌다. 2006~2008년 미술시장 붐을 타고 조성된 세계 50여 개 아트펀드 중 상당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수익률이 폭락했다. 미술품 조각투자는 매각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장기간 수익을 거둘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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