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은행 11곳이 16일(현지시간) 위기설에 휩싸인 중소은행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30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 연방정부뿐 아니라 금융회사들까지도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여파를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시그니처은행과 SVB 폐쇄가 불붙인 시장의 불안 심리가 대형은행으로 번지면 겉잡을 수없는 혼란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할 것으로 우려해서다.
위기설은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이날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34.27달러로 마감했다. 5일 만에 50%가량 떨어진 수치다.
여기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시티그룹, JP모건체이스, 웰스파고 등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이들 4개 은행은 각각 50억달러를 퍼스트리퍼블릭은행에 예치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가 각각 25억달러를 넣기로 했다. BNY멜론, PNC뱅크, 스테이트스트리트, 트루이스트, US뱅크가 각각 10억달러를 예치한다.
이들 은행이 나선 것은 불안 심리가 금융권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현재 상태로는 은행에서 발견된 사소한 약점도 주가 급락과 뱅크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했다.
은행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지역은행과 중소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며 "미국의 대형 은행들은 미국 경제 그리고 우리 주변 모두를 지원하기 위해 모든 은행과 함께한다"고 강조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의 역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워싱턴포스트(WP)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이 직접 다이먼 CEO와 전화로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에 민간 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다이먼 CEO가 직접 다른 은행들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퍼스트리퍼블릭은행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문제도 불거졌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포브스 등에 따르면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최고 경영진 6명은 지난 1월 17일부터 3월 6일까지 약 50일간 모두 9만682주를 매도했다. 이는 SVB 파산으로 촉발된 위기설로 이 은행 주가가 폭락하기 전이다. 이들 경영진이 매도한 전체 금액은 1180만 달러(약 154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SVB 파산 이후 퍼스트 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현재 수준까지 급락했다. 경영진이 매도한 주가의 약 4분의 1 수준이다.
이 은행을 설립한 짐 허버트 회장은 1월과 2월 가장 많은 450만 달러(약 58억7000만원)어치 주식을 매도했다. 허버트 회장의 측근은 "자선 활동과 부동산 계획에 따라 자금 마련을 위한 일상적인 거래의 일부"라며 "올해 매도한 주식은 그가 보유한 은행 전체 지분의 약 4%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옐런 장관은 이날 상원 금융위 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미국인들은 자신의 예금을 필요로 할 때 인출 가능하다는 것에 확신을 가져도 좋다고 약속한다"고 말했다. 다만 예금 보호 보험의 한도를 넘어서는 모든 예금이 보호받는 것이냐는 질문엔 "Fed와 연방예금보험공사(FIDC) 과반이 찬성하고 내가 대통령과 상의해 보험 밖에 있는 예금자를 보호하지 못할 경우 시스템적 위험과 심각한 경제적 후과를 초래한다고 결정할 경우 이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보호 조건을 덧붙였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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