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생각' 떨쳐내는 명상, 비트코인이 갖는 뜻밖의 공통점 [한경 코알라]

입력 2023-03-20 09:58   수정 2023-03-2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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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엠넷(Mnet)에서 방영한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힙합 오디션 프로그램 ‘고등래퍼 2’의 우승자 김하온은 자신의 실력을 심사위원들에게 처음으로 선보이는 무대에서 평소 본인의 취미가 명상이라고 밝혀 화제가 됐다. 참고로 김하온은 당시 겨우 18세였다. 고등학생이 흔히 가질만한 취미는 아니었기에 모두들 농담으로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기는 분위기였는데, 이내 시작된 비트와 함께 “안녕 내 이름을 소개하지”로 시작하는 그의 랩이 시작되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보는 이의 넋을 잃게하는 훌륭한 랩과 가사에 심사위원과 다른 참가자들까지 그저 입을 쩍 벌리고 그의 무대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김하온은 자신이 명상을 하는 이유를 ‘일상에서 노출되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들 때문에 무뎌진 감각을 직관적으로 전환해주어 자신에게 찾아오는 영감을 쉽게 잡아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해 보면 명상은, 살면서 뇌와 마음에 쌓이게되는 여러가지 잡념들을 깨끗이 비워내고 더욱 중요한 생각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 정의할 수 있다. 김하온은 명상을 통해 쓸데없는 잡념과 노이즈를 머릿속에서 밀어내고 오로지 심사위원들 앞에서 좋은 무대를 보여주겠다는 최종 목표에만 집중하여 레전드 무대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과연 명상의 정의는 무엇일까. 흔히들 명상의 한자 표기를 밝을 명(明)에 생각할 상(想)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어두울 명(瞑)에 생각할 상(想)이 맞는 표기이다.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한다’는 뜻을 갖고있다. 반면 서양에서는 특정 사물, 생각, 또는 행동에 오롯이 집중하기 위해 마음을 수련하는 행위를 명상(Meditation)이라 정의한다. 단순히 눈을 감고 조용히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운동처럼 주의 집중력을 높이고 감정조절 능력을 키우기 위해 자기자신을 단련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명상을 좀 더 트레이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접근법 때문인지 서양에서는 한 명상 방법이 이미 큰 유행을 한 적이 있다. 바로 ‘마음챙김(Mindfulness)’이다. 고강도 업무와 성과 압박에 시달리는 실리콘밸리 IT 기업 임직원들에게 인기를 끈 이 명상 기법은 스트레스 관리와 자기 수양, 그리고 심리 치료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며 미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사내 복지로 도입하며 유행을 탔다. 최근에는 국내에도 마음챙김 명상이 들어와 요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있다고 한다.

명상의 효과는 많은 연구와 논문을 통해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신경생물학 연구소는 티베트 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 그 제자들의 뇌를 연구했는데, 그 결과 스님들의 뇌는 전두엽과 섬엽이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활성화되어 있어 감정 조절 능력이 더욱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흔히 불교에서 가르치는 마음의 치유력, 즉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심신의 상호관계가 사실임을 의미한다. 미국 듀크대 메디컬센터에서 노인 4000명을 대상으로 6년간 조사한 결과는 놀랍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기도나 명상을 한 노인들은 그러지 않은 노인들에 비해 사망 확률이 50%나 낮았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는 동맥경화증 환자를 관찰한 결과 하루 한두 차례씩 명상을 한 환자들은 동맥 속의 혈전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고 보고했다.
AI 시대, 마음챙김 명상이 키워주는 창의력
최근 ‘챗 지피티(Chat GPT)’와 같은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인간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다. AI는 이미 많은 부분에서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보이고 있고, 점점 더 사회의 많은 영역에서 기존에 인간이 하던 역할을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AI가 원래 인간이 해주던 일들을 대신 하는 세상에서 대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인간은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인간이 AI와 함께 공존하고 나아가 AI를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창의력을 기르는 것이다. 창의력은 물론 그 범주를 어떻게 설정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직까지는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AI가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다.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미래사회를 창작과 공감의 시대로 정의하며 ‘하이컨셉(High Concept)’과 ‘하이터치(High Touch)’ 개념을 소개했다. 하이컨셉은 예술적, 감성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능력이다. 훌륭한 이야기를 창조해내고, 언뜻 관계가 없어보이는 아이디어를 결합해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능력이다. 하이터치는 다른 사람의 공감을 끌어내는 능력이다. 즉 미묘한 인간관계를 잘 다루며, 자신과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잘 유도해내고 목적과 의미를 발견해 이를 추구하는 능력이다.

하이컨셉 방식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비즈니스가 바로 일론 머스크의 하이퍼루프(Hyperloop) 사업이다. 그는 먼저 '어느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라는 대 질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진공상태의 관을 만들면 가능할 것이다’ 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가 이 아이디어에 착안하여 작성한 간단한 스케치와 백서를 보고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이 공감했고 너도나도 모여들어 실제 실행에 나섰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의 하이퍼루프 사업으로 발전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진공관을 만들어 그 안에서 이동수단을 타고 이동한다는 것은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간단한 아이디어다. 어릴적 즐겨보던 만화영화에서, 또는 공상과학 영화에서 한번쯤은 접해봤을만 하다. 그러나 이것이 위대한 혁신을 이뤄낼 아이디어로 재탄생하는데는 인간의 창의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저명한 뇌과학자 데이비드 이글맨(David Eagleman)은 그의 저서 ‘창조하는 뇌’를 통해 인간이 창의적인 창조를 하기위해 필요한 3가지 방법론을 소개했다. 첫번째는 ‘구부리기(Bending)’다. 펜은 글씨를 쓰는데 사용할 수도 있지만 옆사람을 때리거나 찌르는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기존 물건의 사용법을 비틀어 다르게 사용할 방법은 없나 생각보는 것을 말한다. 두번째는 ‘깨트리기(Breaking)’다. 펜의 구성품을 하나하나 분해하여 각각의 용처를 생각해보고 다르게 조합할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는 것이다. 마지막은 ‘혼합하기(Blending)’다. 언뜻 보면 전혀 상관이 없을 것만 같은 요소들을 한데 어우러지게 혼합하여 기존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뜻한다. 일론 머스크는 바로 이 3가지 방법론을 이용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해내고 실현까지 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명상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명상은 정신을 집중시켜주고 마음을 비워주는 과정이다. 인간의 마음은 편안함에 도달했을때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영감을 찾기 쉬워진다. 또한 명상을 통해 쓸데없는 잡념을 떨쳐내면 인간의 뇌는 어떤 상황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흰 도화지와 같은 상태로 돌아가게 되어 필요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높은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다. AI를 지배할 수 있는 창의력 높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 마음챙김 명상은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트레이닝 방법이다.
비트코인과 명상의 '낮은 시간선호'
뇌와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을 하려면 반드시 필요한게 있다. 바로 시간이다. AI가 인간의 직업을 대체함으로서 앞으로 우리들에게는 더 많은 자유시간이 주어질 것이다. 인간은 앞으로 이 자유시간을 잘 활용해야만 한다. 정신과 신체를 단련하고 창의력을 높이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일수록 AI가 본격적으로 쓰일 세상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지금 당장의 쾌락을 위해 허비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알차게 쓰는 것을 ‘낮은 시간선호(Low-time preference)’라 한다. 낮은 시간선호는 비단 시간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 인간이 윤택한 삶을 살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화폐도 마찬가지다.

만약 지금 내 손에 쥐어진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갈수록 낮아진다면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보다 지금 써버리는 게 이득이다. 이런 환경은 사람들을 쓸데없이 과소비하게 만들고 코인, 주식, 부동산 등 위험한 투자에 내몬다. 그렇다고 소득을 차곡차곡 은행에 저축하는 게 그다지 바람직한 방법도 아니다. 은행은 물가상승률도 못 미치는 이자를 지급하고 예금의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므로 은퇴 후 노후의 삶이 그리 넉넉하지 못할 수밖에 없다.

반면 비트코인은 매년 발행되는 화폐의 수량이 정해져 있고 이 발행량이 4년에 한번씩 줄어들기까지 하므로 화폐의 가치, 즉 구매력이 상승한다. 매달 월급 통장에 똑같은 액수가 찍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월급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는 더 많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아무 데나 돈을 쓰기보다는 소비를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미래를 위해 저축하는 것이 이득이다. 즉, 쓸데없는 투기에 시간을 허비하거나 의미없는 곳에 과소비를 하기 보다는 비트코인에 재산을 저축을 하게되어 미래를 도모하고 자연스럽게 낮은 시간선호를 실천하게 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 세상에서는 저축만 해서는 풍족한 노후를 즐길 수 없으므로 위험한 투자를 단행하거나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디플레이션 세상에서는 굳이 은행에서 이자를 받거나 투자를 통해 추가 수익을 내지 않아도 화폐가치의 상승만으로 만족할 만한 수준의 부를 이룰 수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일찍 은퇴하여 남는 자유시간을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창의력을 높이는데 쓸 수 있다. 물론 가족과 주변을 돌보고 건강을 챙기는 등 의미 있는 일에 쓸 수도 있다. 이는 AI의 발전으로 한층 풍요로워진 세상에서 더욱 쓸모있는 사람이 될 기회나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이 제공하는 소비에 대한 낮은 시간선호와 미래를 대비해 스스로의 마음을 단련하는 명상을 함께 실행하면 AI가 보편화된 세상에서도 더 윤택한 삶을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챗 지피티와 같은 생성 AI의 급격한 발전과 비트코인과 같은 디지털 화폐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것은 인류가 다음 스텝으로 나아가기 위한 운명적인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따라서 우리는 준비해야 한다. AI 시대를 이끌어 나갈 창조적이고 지혜로운 인간이 되기위해 명상과 비트코인을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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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자 "웹3.0 사용설명서"의 저자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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