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표는 몰라도 표곰이는 안다"…밀가루 회사의 이유있는 변신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3-03-22 10:25   수정 2023-03-22 16:08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70년 전통 밀가루 회사 대한제분의 매출 대부분은 B2B에서 나온다. 그런 대한제분이 지난 2017년 북극곰 캐릭터 '표곰이'를 전면에 내세우며 B2C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곰표티셔츠에서 시작해 패딩·맥주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마케팅이 연속 히트를 쳤고, 최근에는 유럽산 잼·버터 등 고급 식자재 수입·유통에도 뛰어들며 식품소재기업 특유의 '올드한' 이미지에서 성공적으로 탈피했다는 평가다.

22일 대한제분은 올해를 '표곰이 시즌 2'의 원년으로 삼고 브랜드 사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한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은 표곰이를 앞세워 대한제분이라는 회사를 젊은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데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이를 통한 실질적인 매출 증진을 꾀한다는 목표다.
○'곰표'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 2배

지금까지의 브랜드 사업은 곰표에 대한 라이선스를 빌려주고, 그에 따른 로열티를 받는 컬래버레이션이 주를 이뤘지만, 앞으로는 OEM을 통해 직접 기획·생산하는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곰표 브랜드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김익규 마케팅본부장은 "트렌디한 컬래버레이션도 좋지만, 곰표의 본질인 밀가루 관련 자사 제품과 대한제분이 개발·소싱한 원료를 적용한 제품을 OEM 방식으로 생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곰표 브랜드를 소개하는 온라인 '곰표하우스'도 리뉴얼을 거쳐 재탄생한다. 김 본부장은 "2018년에 만든 온라인 '곰표레트로하우스'를 중심으로 곰표 브랜드를 활용한 활동과 제품을 소개하며 고객들과 소통해왔는데, 이를 리뉴얼해 소통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여러 채널로 분산돼 판매되는 곰표 제품을 모은 쇼핑 공간은 물론 밀가루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노포를 소개하는 아카이브 공간 등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대한제분이 브랜드 마케팅에 사활을 건 것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곰표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점점 없어지다보면 기업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공감대 속에서 지난 2017년 말 '곰표 브랜드전략 TF'가 꾸려졌고, 그 다음해 첫 곰표 컬래버레이션 제품인 곰표 티셔츠가 탄생했다. 각 100장씩 제작된 티셔츠 5종은 사흘만에 완판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얘져요'라는 카피의 곰표 쿠션파운데이션을 비롯해 캔맥주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곰표밀맥주 까지 30여 개의 '곰표' 제품들도 출시됐다. 최근에는 OEM으로 생산된 냉동 치킨너겟, 통밀호떡믹스 등도 나왔다. 잇따른 히트작에 2030세대의 곰표 브랜드 인지도(최초 상기도)는 2018년 25%에서 2년 반만에 52%로 두 배가 됐다.

높아진 브랜드 인지도를 매출로 연결시키는 게 다음 숙제다. 김 본부장은 "B2B 매출 비중이 높다보니 아직은 브랜드 효과가 드라마틱하게 매출로 이어지진 않지만 브랜드 사업 과정에서 많은 업체들과 협력관계를 쌓아온 만큼 추후 여러 제품을 기획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회가 커진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스페인서 고급 식재료 수입도

대한제분이 B2C 비중 확대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바로 고급 식재료 수입·유통사업이다. 지난 2021년 전담 조직이 구성됐고, 지난해부터 사업이 본격화됐다.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는 프랑스 프리미엄 잼 브랜드 '꽁피튀르 파리지엥', 노르웨이의 국민 생선캔·스프레드 '스타부르', 스페인 크림치즈 '퀘스크렘' 등이 대한제분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다.

지난해 10월 파인 다이닝용 고급 식재료를 수입하는 '쉐프스푸드'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한 것도 식재료 수입·유통사업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한국에 들여온 식재료들은 대한제분이 운영하는 카페 '아티제'를 비롯해 국내 고급 레스토랑에 납품되고, 마켓컬리·SSG닷컴· 29CM 등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반 소비자에게도 판매된다.

김 본부장은 "우리나라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던 외국의 고급 식재료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한 차원에서 시작한 사업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만큼 올해는 매출 등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며 "B2C 채널에 공급하는 물량과 제품 종류를 점차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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