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유 자산을 모두 처분해도 빚을 갚기 어려운 ‘고위험가구’가 60만 가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1년 사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기준금리가 급속히 인상되고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여파로 고위험가구의 부실 위험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고위험가구의 평균 금융부채는 2억5000만원으로, 비(非)고위험가구(1억원)보다 1.5배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실 위험은 지난 1년 사이 더 악화한 것으로 추정됐다. 고위험가구의 평균 DSR은 2021년 101.5%에서 지난달 116.3%로 확대됐다. DTA는 같은 기간 116.3%에서 158.8%로 크게 높아졌다. 이들의 금융부채는 전체 가계 부문 금융부채의 9%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영업 가구의 30.9%는 DSR이 40%를 넘었다. 자영업 가구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번 돈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쓴다는 의미다.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DSR 차주 비중은 15.3%로 나타났다. DSR이 100%를 초과해 소득보다 원리금 상환액이 더 많은 차주는 8.9%로 집계됐다. 소득별로는 저소득층 DSR이 64.7%로, 전년(59.5%)보다 5.2%포인트 확대됐다. 중소득층(35.1%→37.7%)과 고소득층(37.5%→39.1%)은 DSR이 40%를 밑돌았다. 한은은 “가계 전반의 부실 위험은 낮다”면서도 “채무상환 부담이 과다하고 자산 처분을 통한 부채상환 여력도 부족한 고위험가구의 부실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 불균형 상황과 금융회사 복원력을 종합적으로 반영한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지난해 3분기 46.6에서 4분기 44.6으로 낮아졌다. 경제주체들의 위험 선호 경향이 줄면서 금융 불균형이 다소 개선됐기 때문이지만, 여전히 장기 평균(41.1)을 웃돈다. 한은은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등에 따른 국내 영향과 관련해 “국내 금융회사는 SVB와 자산·부채 구조가 다르고 각종 금융규제 등을 고려했을 때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SVB 사태 등으로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고,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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