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봄 고향인 소백산에서 400km 떨어진 부산 해운대구 달맞이고개에 나타나 화제가 된 여우가 숨진 채 발견됐다.
24일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부산 도심까지 이동했던 여우(SKM-2121)가 강원도 정선군에서 최근 폐사체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폐사 원인은 폐부종 등 호흡기 계통의 문제로 확인됐다.
이 여우는 2021년 3월 소백산 국립공원연구원 중부보전센터에서 태어난 수컷이다. 그해 12월 소백산에 방사됐으며, 강원 영월군과 충북 충주시 등에서 활동하다가 지난해 5월 부산 달맞이고개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공원공단 등은 부산 달맞이고개 일대에서 209일간 활동하던 이 여우의 안전을 위해, 이동 방사를 위한 포획을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지속해서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중순부터는 위치발신기의 배터리 소진으로 위치 정보 확인이 어려워졌다. 원거리 발신기의 경우 배터리 수명은 통상 1년 남짓이라고 한다.
국립공원공단은 여우가 이동했던 경로를 따라 6차례에 걸쳐 집중 추적 활동을 벌였고, 지난 7일 달맞이고개에서 직선거리로 약 323km 떨어진 강원도 정선군 일대에서 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백산에 방사된 뒤 약 460일간 자연에서 살아가다가 숨진 것이다.
공단 측은 폐사체가 발견된 지점은 소백산국립공원으로부터 약 25km 떨어진 곳으로, 기존의 활동 지역으로 회귀하는 과정에서 폐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폐사체 발견 당시 체중은 9.4kg(방사 당시 체중 7kg)으로 확인됐다.
국립공원공단은 폐사체 발견 직후, 발견 지점 주변의 올무 등 위협요인을 조사하고 여우를 부검했다. 농약에 의한 중독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폐부종 등 호흡기 계통의 문제로 자연사한 것으로 지난 23일 최종 확인됐다.
정환진 환경부 생물다양성과장은 "도심에서 살던 멸종위기종 여우가 본능적으로 다시 회귀하는 과정에서 폐사체로, 발견된 이번 일은 안타깝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르는 게 생물종 복원의 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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