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아끼면 안되는 돈"…주총이 반가운 변호사들 [김진성의 로펌인사이드]

입력 2023-03-25 10:00   수정 2023-03-25 10:10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돌아왔다. 한 해 기업 경영방향의 첫단추를 잘 꿰기 위해 경영진들이 분주해지는 시기다. 그리고 로펌 변호사들도 웃음 짓는 시기이기도 하다. 주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주총 당일 진행과 안건 표결에서까지 기업들이 맡기는 법률자문 일감이 꽤 쏠쏠해서다. 최근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지면서 더 두둑한 수익을 낼 기회가 많아졌다. 주주 공세에 대응하는 전략뿐만 아니라 이들이 무더기로 제기한 소송 관련 업무까지 맡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리스크 검토는 기본주주 질문 대응도
기업 경영진과 법무실이 모든 일을 다할 것이란 인식과 달리 주총에서 로펌 변호사들은 꽤 존재감 있는 역할을 맡고 있다. 주총을 앞두고 △어떤 절차를 거쳐 안건을 올려야 하는지 △안건의 가결 요건은 어떻게 되는지 △현재 지분 구도상 각 안건들의 가결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의결권 위임 대행과정이 적법한지 등을 기업 측과 함께 검토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특히 기업 측과 주주들이 대립해 표대결을 펼쳐야하는 안건이 있을 때 법률자문을 맡은 로펌 변호사들이 안건 통과를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를 적극적으로 조언한다”고 설명했다.

주총 당일에도 로펌 변호사들은 기업의 부름을 받는다. 의결권 행사가 적법했는지, 위임 행사된 의결권이 중복돼 집계되진 않았는지 등 표결과 관련해 여러 업무를 하지만 주주들의 질문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임무로 꼽힌다. 사내 변호사가 없거나 적은 중소·중견기업만 해당될 것 같지만 웬만한 대기업들이 주총장에 외부 자문변호사들을 대동하고 있다. 대형 로펌의 파트너변호사나 대표변호사가 현장에 직접 나가는 일도 적지 않다. 실제로 LG그룹의 경우 10여년 전부터 모든 계열사가 주주총회에서 외부 자문변호사를 동석시키고 있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어닝쇼크’라든지 분할합병 등 뜨거운 화두가 있을 때 특히 사내 변호사만으로는 모든 주주의 질문에 즉각 적절한 답을 내놓기 만만치 않다”며 “자칫 답변과정에서 언성이 높아지면 기업이 주주와 싸운다는 이미지로 비춰질 수 있다는 부담도 로펌 변호사들이 조력자로 주총 현장에 나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첨예한 쟁점이 있어 주총이 장시간 진행되면 더 많은 수임료를 기대할 수 있다. 대체로 이같은 업무에 대한 보수는 시간당으로 산정해서다. 실제로 지난 1월 말 ‘1박2일 주총’으로 화제가 됐던 신약 개발업체 헬릭스미스의 자문을 맡았던 로펌 변호사들은 예상치못한 ‘추가수당’을 두둑히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말 신주 발행을 통해 카나리아바이오엠을 최대주주로 맞은 뒤 이에 반발한 소액주주들과 격렬한 분쟁을 겪고 있다.
분쟁 터지면 각종 수임기회 쏟아져
화력이 세진 주주들이 소송까지 불사하는 일이 늘면서 로펌들의 일감은 더욱 늘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들어 이날까지 국내 상장사들이 휘말린 경영권 관련 소송은 총 98건(소송 제기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6.1% 늘어났다. 소송을 당한 기업은 45개사로 95.6% 급증했다.

△주주총회 소집 허가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주주명부 열람·등사 가처분 △의안 상정 가처분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직무 집행정지 가처분 △주주총회 결의 무효 확인 △검사인 선임 등이 주를 이룬다. 행동주의를 내건 자산운용사나 소액주주가 제기한 것이 상당수다. 한 로펌 변호사는 “여러 소송을 연달아 제기해 제안 내용이 주총에서 다뤄지도록 압박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해당 기업을 자문하던 로펌 입장에선 여러 건의 송무업무도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KT&G의 법률자문 등을 맡은 김앤장이 이 같은 기회를 잡은 대표적 사례다. KT&G는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와 안다자산운용 등으로부터 △인삼공사 분리 상장 △자사주 취득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받고 해당 내용의 상당수를 오는 28일 정기 주총 안건으로 올린 상태다. 이 과정에서 의안 상정 가처분, 검사인 선임 등 여러 소송에도 휘말렸다. KT&G에 대응전략을 조언 중인 김앤장은 주총 당일에도 존재감 있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매각을 두고 일부 주주가 반발하면서 벌어지는 경영권 분쟁이 줄잇는 것도 로펌에 반가운 현상이다. 경영권이 왔다갔다 하는 일은 만큼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상대 측도 법률비용을 아끼지 않고 총력 대응하기 때문이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SM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 내노라하는 대형 로펌들이 참전해 두둑한 수임료를 확보했다. 법무법인 광장이 SM엔터, 화우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프로듀서의 법률자문을 맡았다. SM엔터의 새 주인을 예약한 카카오의 뒤에선 태평양과 율촌, 세종이 조력자 역할을 했다. 카카오와 대결했던 하이브는 김앤장과 전략을 짜왔다.

대형로펌 파트너변호사는 “‘살면서 절대 아끼면 안 되는 돈이 변호사 비용’이란 드라마 더글로리 대사가 딱 들어맞는 때가 바로 주총 시즌 전후”라면서 “앞으로도 매년 주총 시즌마다 단기 고소득 일감을 따내기 위한 로펌들간 소리없는 전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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