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배당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여성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등 G(지배구조) 부문을 개선하는 곳이 많다. 주총 소집 공고에 종이를 쓰지 않는 등 ‘디테일’도 달라졌다. 큰 틀에서 형식 요건을 갖추는 데 주력한 지난해보다 ESG 경영이 한층 더 고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주총을 통해 ‘선(先) 배당기준일, 후(後) 배당액 확정’이던 기존 운영 방침을 ‘선 배당액, 후 배당기준일 확정’으로 바꿨다. 배당이 얼마인지를 확인한 뒤 주식을 살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와 SK㈜는 물론이고, 신한·KB국민·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도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카카오 역시 28일 열리는 주총에서 배당액을 확정한 뒤 배당기준일을 이사회가 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올렸다. 주주가 얼마만큼 배당받을지 예측하기 쉽도록 내용을 바꾸기 위해서다.
지난해에 이어 여성 사외이사를 늘린 곳도 많이 눈에 띈다. 이사진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K그룹이다. SK그룹 12개 주요 관계사가 이번 주총으로 신규 선임한 사외이사 12명 중 7명이 여성이다. 계열사 전체 이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1%로 작년보다 7%포인트 올랐다. 여성 사내이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여명희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여성으로는 처음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HDC현대산업개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등도 주총을 통해 여성 사외이사를 처음으로 선임했거나 선임한다. ESG 경영 강화를 내세우고 있지만 별도 기준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는 이사회 구성원을 특정 성(性)으로만 구성할 수 없도록 규정한 자본시장법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학교수에 편중된 사외이사 풀을 다변화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SK그룹 계열사는 사외이사에서 전·현직 최고경영자(CEO) 등 기업인과 전문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을 15%에서 25%로 높였다.
주총 현장에서 사용되는 각종 물품도 친환경 소재를 적용했다. 삼성전자는 주총 안내장 등 인쇄물에 재생지를 이용하고, 주총 의안은 버리기 쉬운 서류 봉투 대신 재사용이 가능한 종이 가방에 담아 제공했다.
김형규/정지은/선한결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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