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인사이트] 세대가 아니라 시대에 집중하자

입력 2023-04-02 17:30   수정 2023-04-03 00:15


“요즘 젊은 사람들은 부지런하지도 않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젊은이들은 무언가를 위해 공헌하고 싶어 하는 열정이 대단하다.” “스스로를 ‘미래가 없는 세대’라고 부르는 젊은이들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이런 젊은이들이 위안을 얻는 것은 마약이다.”

위의 글을 읽었을 때 어떤 느낌이 드는가? 첫째 문장은 1990년 피터 드러커가 허먼 밀러사 회장과의 대담 중에 한 말이다. 그다음은 <죽음의 수용소에서>로 잘 알려진 빅터 프랭클이 1930년대에 쓴 책의 내용이다. 젊은 세대에 대한 확연한 입장 차이를 보여준다.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끼치는 비영리 단체 중 TFA(Teach For America)가 있다. 대학을 갓 졸업한 학생들이 2년간 공립학교에서 적은 보수로 일하는 단체다.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생들의 ‘첫 직장 입사 선호도 상위 10위’에 드는 기업으로, 구글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1990년 23세의 웬디콥이 TFA를 시작할 때 ‘Me Generation(자기중심주의 세대)’이라는 비판을 들었지만 그는 젊은이들 속에 있는 열정을 이끌어냈다. 지금까지 6만 명 넘게 TFA에서 봉사했는데, 이들은 교사 자격증이나 경험이 없음에도 일반 교사보다 더 좋은 성과를 냈다. 이 중 60%가 교육 관련 일에 종사하며 미국 교육계를 뒤흔들고 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보자. 이집트 피라미드 안에 “요즘 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이 적혀 있다. 인류가 생긴 이후로 ‘요즘 애들’은 언제나 버릇이 없다. 그 배경에는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애증’이 깔려 있다.

지금의 기성세대에겐 MZ세대가 ‘요즘 애들’일 것이다. 웬만한 사회 현상마다 MZ와 연관 지으려는 시도도 많다. 특히 한국에선 기성세대와 MZ세대를 자주 비교한다. 세대를 구분 짓는 것은 일종의 프레임이다. 프레임은 어떤 현상을 판단할 때 유용한 도구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위험하기도 하다. 히틀러는 “사람들이 스스로는 생각하려 들지 않고 남들이 생각해주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는 건 집권자들에겐 참 행운”이라고 말했다. 프레임은 같은 그룹에 속할 만한 사람들의 지지를 유도하지만 동시에 자신도 ‘역 프레임’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결국 승자는 없고 양자 간 연합은 요원해진다. 지금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어쩌면 그 틀에 갇혀 있는지 모른다.

역사적으로도 세대 구분으로 좋은 결과를 얻은 적이 거의 없다. 노장파와 소장파는 언제나 대립각을 세웠고 손해는 국민이 떠안았다. 뭔가를 구분하는 순간 모두를 승리자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구분 자체가 ‘손실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100대 기업 인재상 열 가지를 비교한 자료를 발표했다. 책임의식, 도전정신, 소통협력이 2023년 1, 2, 3순위로 진입했다. 2018년에는 중상위권에 머물던 항목이다. 이는 불행한 일이고 잘못된 결과다. 위의 인재상은 ‘공정, 자율과 자아실현으로 대변되는 MZ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요구를 표현한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너희들 똑바로 봐~”라는 부정적 인식이 깔려 있는 듯한 일종의 작은 ‘보복’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인간 잠재력의 극대화는 없는 것을 요구할 때가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것을 존중하고 인정할 때 실현돼 왔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 심리학이나 도널드 클리프턴의 강점 심리학도 그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당시 심리학의 99%는 문제점을 다뤘는데 그것은 대안이 아니라고 이들이 브레이크를 건 것이다.

사실 공정, 자율, 자아실현, 책임, 도전정신 등은 시대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보편적 항목이다. 세대 구분은 서로의 강점을 살리기보다는 모두를 ‘전략적 이익 추구 집단’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기업의 인재 구분도 마찬가지다. 고객과 변화에 민감하고 시대를 선도하려면 젊은이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중요하다. 또 시행착오를 줄이고 생산성을 올리려면 경험 많은 사람의 지식과 지혜도 필요하다. 각자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무력화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조직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MZ세대와 기성세대는 다르다”는 데 집중할 때가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주시해야 할 때다. 세대에 갇혀 있기엔 세상의 문제가 너무 크다. 이제 세대 구분을 종결하고 온 세대가 시대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데 집중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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