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 기다림이 만족감으로…명곡·정체성 가득 3년만 단콘 [리뷰]

입력 2023-04-02 18:32   수정 2023-04-02 18:50


그룹 레드벨벳(Red Velvet)이 3년 5개월 만의 국내 단독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다수의 히트곡으로 팀의 색깔을 제대로 드러낸 이들은 팬들의 긴 기다림을 만족감으로 바꿨다. 우렁찬 환호를 동력 삼아 이제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향한다. 10년차임에도 지치지 않는 열정과 에너지로 해외 투어의 돛을 힘차게 올렸다.

레드벨벳(웬디, 아이린, 슬기, 조이, 예리)은 2일 오후 서울 송파구 KSPO DOME(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네 번째 단독 콘서트 '알 투 브이(R to V)'를 개최했다. 전날에 이은 2회차 공연이다.

레드벨벳의 국내 콘서트는 2019년 11월 이후 무려 3년 5개월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계획했던 콘서트가 한 차례 취소된 탓에 오랜만에 팬들을 만나게 됐다.

이번 콘서트는 레드벨벳의 데뷔 후 첫 체조경기장 입성이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KSPO DOME은 회차당 약 1만5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지만, 레드벨벳은 메인 스테이지는 물론 다섯 갈래로 나눠진 돌출 무대까지 규모감을 최대로 키워 공연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 이틀간 총 1만4000명의 관객이 현장을 찾았다.

여기에 안무가 최영준이 퍼포먼스 디렉터로 참여, 25인의 댄서들로 구성된 메가 크루가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채웠다.


이날 콘서트의 포문은 댄서 퍼포먼스에 이어 '포즈(Pose)'가 열었다. 시크하고 도회적인 분위기의 블랙·화이트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레드벨벳은 시작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댄스와 퍼포먼스로 시선을 끌었다. 넓은 공연장을 빈틈없이 채우는 화려한 레이저가 군무와 어우러지며 시작부터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어 레드벨벳은 '베그 포 미(Beg For Me)', '줌(ZOOM)'까지 선사해 힘찬 박수를 받았다.

레드벨벳은 데뷔 후 줄곧 레드, 벨벳으로 콘셉트를 나누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여 왔다. 개성 있고 통통 튀는 사운드로 채운 레드, 몽환적이고 시니컬한 분위기를 내는 벨벳 두 가지의 색다른 매력은 레드벨벳과 만나 유연하게 하나가 됐다. 최근에는 레드와 벨벳이 적당히 조합된 듯한 곡이 나오며 콘셉트를 나누지 않고도 레드벨벳 자체의 음악적 색깔이 완성됐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이러한 레드벨벳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콘서트 명 '알 투 브이'는 각각 레드의 'R', 벨벳의 'V'를 뜻한다. 조이는 "레드벨벳이 강렬한 콘셉트의 레드부터 우아하고 부드러운 벨벳까지 잘 소화할 수 있는 그룹으로 유명하지 않냐. 그걸 제대로 보여드리려고 '알 투 브이'라는 타이틀로 콘서트를 준비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슬기는 "하루는 레드, 하루는 벨벳이라고 생각하신 분 있느냐"고 묻고는 "아니다. 우린 레드벨벳이니 다 보여드린다"고 말해 팬들의 호응을 끌어냈다.



"3년 반 만의 콘서트잖아요. 그동안 쌓인 곡이 많아요. 그걸 다 보여드리도록 할게요."

아이린의 깜찍한 각오와 함께 본격적으로 레드벨벳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의 향연이 펼쳐졌다. 공연은 크게 '벨벳'과 '레드' 섹션으로 구분됐다. 초반부 섹션에는 벨벳 콘셉트를 만끽할 수 있는 곡들이 배치됐다. '피카부(Peek-A-Boo)', '배드 보이(Bad Boy)', '사이코(Psycho)' 등 히트곡이 줄을 이어 단 한 무대도 놓칠 수 없었다. 멤버들은 그간 쌓인 갈증을 풀어내듯 솔로·단체 댄스 브레이크를 준비해 팬들을 놀라게 했다.

'레드' 섹션에서도 주옥같은 명곡 무대가 쏟아졌다. 발레리나를 연상케 하는 화사하고 화려한 분홍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른 레드벨벳은 지난해 발매해 음원 차트에서 롱런한 '필 마이 리듬(Feel My Rhythm)'을 불러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퍼포먼스를 강조했던 '벨벳'과 달리 '레드' 섹션에서는 멤버들의 탄탄한 가창력을 엿볼 수 있었다.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보컬을 자랑한 '롤러코스터(On a Ride)',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돋보이는 '눈 맞추고, 손 맞대고' 등으로 실력을 입증한 레드벨벳이었다.


멤버들의 이동 동선에 따라 각자의 상징 컬러로 시시각각 색깔이 변하는 5m 높이의 5각 집 세트 등 웅장한 무대 장치는 눈과 귀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공연을 가능케 했다. 이어 '아이스크림 케이크(Ice Cream Cake)', '퀸덤(Queendom)', '버스데이(Birthday)', '빨간 맛'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구성이 계속됐다.

앙코르까지 알차게 준비한 레드벨벳이었다. '셀러브레이트(Celebrate)', '마이 디어(My Dear)'를 부른 후 더블 앙코르로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유 베러 노우(You Better Know)'까지 선보였다.

슬기는 "약간의 고충이 있다면 (레드와 벨벳의) 느낌이 너무 달라서 헤어, 메이크업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조이는 "이 밑은 전쟁이다"면서도 "여러분은 몰라도 된다. 예쁜 것만 보시라"고 덧붙여 팬들을 감동케 했다.

공연을 마무리하며 멤버들은 서울 콘서트를 마치는 소회와 팬들을 향한 고마움을 가득 담은 소감을 전했다. 조이는 "어제랑 오늘 느끼는 게 확실히 달랐다. 어제도 굉장히 좋았지만, 처음이라 그런지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오늘은 어제 해봤다고 몸이 조금 풀린 느낌이다. 처음부터 인이어를 뚫고 함성이 엄청나 크게 들려서 놀랐다. 덕분에 더 신나게 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어제 아쉽다고 얘기했는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이 순간은 지나고 나면 다시 오지 않더라. 지나고 보면 정말 다 예쁜 순간이더라. 그래서 오늘은 순간순간들을 눈에 담고 느끼려고 노력했다. 이 순간을 아름답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예리는 "어제 너무 울어서 인터넷을 보니 창피하더라. 오늘은 절대 울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어제도 말했지만 누군가를 이렇게 조건 없이 사랑해 주시는 예쁜 마음들을 오늘도 감사히 잘 전달 받았다. 저희도 그런 마음을 존경하고 감사히 받도록 하겠다"고 했다.

아이린은 "어제 연출팀 언니가 '팬분들이 멤버들이랑 닮아가나 보다. 너희가 어니까 팬분들도 같이 얼어 있던데'라고 하더라. 그래서 오늘은 마음껏 즐기고 놀다 가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마음껏 즐기고 놀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오늘도 함께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슬기는 "3년 만에 많은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제는 그게 여러분들 눈에도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늘은 마음 놓고 뛰어놀았다. 얼굴도 한 명 한 명 다 보면서 소통하려고 했다"며 "서울 콘서트의 마지막을 재밌게 놀 수 있게 만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웬디 역시 "어제는 긴장감이 컸는데 오늘은 더 즐길 수 있었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면서 "오늘 콘서트 하기 전에 멤버들과 객석의 빈자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정말 예뻤다. 근데 이 빈자리를 러비(팬)들이 채워주니까 더 아름답다. 사람들이 느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게 콘서트이지 않나 싶다. 행복한 아티스트로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받은 사랑 보답하는 레드벨벳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 콘서트를 마친 레드벨벳은 이후 싱가포르, 요코하마, 마닐라, 방콕, 자카르타, 파리, 베를린, 암스테르담, 런던 등 총 10개 도시에서 총 13회 공연을 진행한다. 레드벨벳이 유럽 투어에 나서는 건 2014년 데뷔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예리는 "서울 콘서트를 시작으로 세계 각국의 투어를 나간다. 멤버, 스태프분들과 재밌게 서울 콘서트를 마무리한 만큼 여러분들의 힘을 받아 월드투어도 다치지 않고 행복하게 즐기면서 열심히 하고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슬기도 "앞으로 남은 공연 잘 마치고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멤버들은 현장을 직접 찾아 응원해 준 같은 소속사 식구 슈퍼주니어 은혁, NCT 도영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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