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처럼 쇼핑하세요"…미국 뒤흔든 앱의 정체 [조아라의 IT's fun]

입력 2023-04-08 16:07   수정 2023-05-07 00:01


에어프라이어 실리콘 용기 1.28달러(약 1600원), 양말 다섯 켤레 1.69달러(약 2200원), 선글라스 한 개 3.29달러(약 4300원), 여성 잠옷 한 벌 4.49달러(약 5800원)….

'초특가'를 내세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테무(Temu)가 미국 쇼핑가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앱 분석업체 센서타워(Sensor Tower)에 따르면 테무는 지난해 11월(이하 현지시간) 이후 지난 6일까지 미국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9월 출시된 이 앱은 의류부터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군을 저가로 판매해 고물가 시대 소비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특히 미국 Z세대에게 인기가 뜨겁다.
'입증된 흥행' 그대로 출시…2개월 만에 '틱톡' 추월

테무는 2015년 설립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 홀딩스(PDD Holdings)가 출시한 글로벌 쇼핑앱이다. 모기업 핀둬둬 홀딩스는 중국 내에서 공동구매 방식으로 초저가 상품을 판매해 흥행에 성공한 쇼핑앱 '핀둬둬'를 통해 회사 설립 3년 만에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핀둬둬는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상품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앱에 룰렛 게임 등 오락적 요소를 넣어 사용자들을 유입해 현지 '빅3' 쇼핑앱에 올랐다. 핀둬둬의 해외판 테무 역시 이러한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흡수했다.

테무 역시 핀둬둬 앱과 유사하게 모일수록 싸게 구매가 가능한 사업모델을 적용했다. 신규 가입하거나 친구 초대를 하면 할인 쿠폰을 뿌리고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바이럴 게시물을 올려도 보상을 제공한다. 배송 기간은 보름 안팎 소요되지만 가격이 워낙 저렴한 데다 '무료 배송' '90일 이내 무조건 반품' 등의 혜택이 매력적이다. 또 인공지능(AI) 추천을 통해 끊임없이 제품을 보여준다. 이미 유튜브에선 구매 후기인 '테무 하울(Temu haul)' 영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최근 수년간 급부상한 쉬인, 숏폼 틱톡, 핀둬둬의 입증된 성공 전략만 모았다.


모기업의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미국 최대 스포츠 행사 '슈퍼볼'에 광고하기도 했다. 영상에는 한 여성이 나와 "억만장자처럼 쇼핑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테무는 이 광고에 대해 "테무를 통해 모두가 저렴한 가격에 자유롭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효과는 확실했다. 슈퍼볼 광고 후 2주도 채 되지 않아 신규 다운로드 수 4000만건을 돌파했다.

테무의 초저가 상품 공급이 가능한 것은 중국 현지 물류망을 활용해 회사가 미국에 직접 상품을 배송하기 때문이다. 중간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아마존 절반 이하 가격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빅테크 아마존과 혜성처럼 등장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패션 플랫폼 쉬인(Shein)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인정보 도둑질, 전례없는 수준" 모기업 논란…매출 목표 4조 이룰까

테무는 올해 매출 30억달러(약 3조9400억원)를 목표로 잡았다. 주력 시장인 유럽과 미국에 이어 지난달 호주와 뉴질랜드에도 진출했다. 다만 최근 모기업 핀둬둬가 개인정보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소식이 나와 사업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CNN은 이달 2일 핀둬둬에 스파이웨어(개인정보를 몰래 빼가는 소프트웨어)가 심어져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스파이웨어는 각종 메시지는 물론 사용자 휴대전화 활동 상태와 설정 변경까지 모두 감시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번 설치하면 삭제도 어렵다고 알려졌다. CNN은 "많은 앱이 명시적 동의 없이 광범위한 사용자 정보를 수집하지만, 핀둬둬는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개인정보를 침해했다"고 강조했다.

핀둬둬 앱은 동의 없이 사용자 위치와 연락처, 캘린더, 사진 앨범, SNS 계정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집한 정보로 소비자들에게 맞춤형 알림 광고를 보내 상품 구매를 유도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러자 구글은 자사 플레이스토어에서 핀둬둬를 퇴출시켰다. 사실상 '닮은꼴' 사업전략을 전개하고 있는 해외판 테무 역시 유사한 보안 관련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테무는 틱톡 퇴출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개인정보보호에 공을 들이고 있다. 본사는 보스턴에 두고 소비자 데이터에 대한 철저한 암호화를 내걸었다. 하지만 업계에선 중국 회사가 개발한 테무에 대해 소비자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처리하는지, 해당 정보가 중국 정부에 전달되는지 여부 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틱톡을 비롯한 중국산 앱에 대한 규제가 테무를 겨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CNN은 "이번 논란에 테무가 직접 연루된 것은 아니지만, 글로벌 시장은 앞으로 테무에 주목할 것"이라며 "핀둬둬의 행위는 테무의 해외 진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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