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필수품 '엑스레이'의 변신…전자현미경급 해상도 구현한다

입력 2023-04-12 18:01   수정 2023-04-13 01:19

병원 외래, 응급실 등을 방문하면 기본으로 하는 엑스레이 촬영. 이 엑스레이 해상도를 전자현미경 수준인 나노미터(㎚·1㎚=10억분의 1m) 단위로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 ‘수학의 힘’으로 개발됐다.

박용근 KAIST 물리학과 교수와 이겨레 박사후 연구원은 임준 포항가속기연구소 수석연구원과 함께 이 같은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12일 발표했다. 박 교수는 세포 CT를 개발한 스타트업 토모큐브, 세균 감지 장비를 개발한 스타트업 더웨이브톡을 창업한 의광학 분야 전문가다.

엑스레이는 물질을 손상시키지 않고 투과한다. 이런 투과력은 현미경 내부 시스템인 광학계를 설계할 때 골칫거리다. 매질을 그냥 통과하기 때문에 쓸 수 있는 부품이 극도로 제한된다. 잘 개발하기만 하면 비싼 전자현미경을 대체할 수 있어 해상도를 ㎚급으로 끌어올리는 연구가 최근 활발해졌다.

엑스레이 현미경은 굴절 렌즈 대신 동심원 회절판을 쓴다. 이 현미경의 해상도는 회절판 나노 구조의 품질이 결정한다. 고해상도 동심원 회절판은 제작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간신히 제작한다고 해도 쉽게 깨진다.

연구팀은 이를 극복할 새로운 개념의 엑스레이 나노 렌즈 구조를 고안했다. 이 렌즈는 입사되는 빛을 무작위로 회절시켜 불규칙적 패턴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런 무작위 회절 패턴 속에 시료의 고해상도 정보가 고스란히 들어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이 정보를 추출해 14㎚(코로나바이러스의 7분의 1 크기) 수준의 해상도 영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무작위 회절의 수학적 성질을 이용한 영상 촬영 기술은 박 교수와 이 연구원이 2016년 학계에 처음 제안했다. 이후 7년간 후속 연구를 통해 이번 논문이 나왔다. KAIST 관계자는 “동심원 회절판 제작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던 엑스레이 현미경 해상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며 “후속 연구가 잘 진행되면 해상도를 전자현미경 수준인 1㎚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세종과학펠로십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 지원을 받은 이번 연구 결과는 글로벌 학술지 ‘라이트: 사이언스&애플리케이션’에 실렸다.

이 연구를 지도한 박 교수는 광학을 이용해 의학·생명과학 문제를 푸는 의광학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다. 그가 창업한 스타트업 토모큐브는 인체를 촬영하는 컴퓨터단층촬영(CT)의 세포 버전인 3차원 홀로단층촬영 현미경(HT)을 개발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에 납품했다. CT가 수많은 엑스레이 이미지를 3차원으로 구성하듯, HT는 세포 안을 레이저로 찍어 3차원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의 또 다른 창업 기업 더웨이브톡도 이런 레이저 기술을 토대로 체외 진단 장비 및 수질 측정기기를 개발했다. 상수도관 노후로 인한 수질 문제를 늘상 안고 있는 유럽 등에서 더웨이브톡의 기술을 주목하고 있다. LG전자 SK 등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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