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보다 데이터로 말한다"…손흥민·오타니도 반한 스포츠테크

입력 2023-04-19 17:37   수정 2023-04-27 16:09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미국 메이저리그(MLB)의 슈퍼스타 야구선수 오타니 쇼헤이는 훈련 때 팔꿈치에 검은색 밴드를 착용한다. ‘펄스 스로’라 불리는 웨어러블 기기다. 투수의 생명과도 같은 팔꿈치에 부하가 얼마나 전해지는지 등을 측정해 부상을 방지하고 최적의 투구폼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스타트업 모투스가 개발했다. 모투스는 2020년 미국 최대 야구 아카데미인 드라이브라인에 인수되며 ‘잭팟’을 터뜨렸다.

#.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선 손흥민 황희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브라톱을 연상케 하는 검정 조끼를 착용해 주목받았다. 전자퍼포먼스추적시스템(EPTS)이 장착된 이 조끼는 선수들의 활동량과 위치 데이터를 모아 코칭스태프가 경기 전략을 짜는 데 도움을 준다. 이 분야 세계 1위인 호주 캐터펄트사가 만든 제품을 썼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핏투게더도 같은 시장에 뛰어들었다. 핏투게더는 166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스포츠테크(스포츠+기술)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 프로 구기종목부터 생활체육 분야까지 가릴 것 없이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회사들이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새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여가, 건강을 중시하는 생활 트렌드 변화와 맞물리며 일반 소비자를 겨냥한 플랫폼 서비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골프·야구·축구…기술 입는 스포츠

스포츠테크 시장에선 데이터를 측정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기술이 두각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분야가 골프다. 스타트업 모아이스는 딥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골프 스윙의 자세를 교정해주는 플랫폼 ‘골프픽스’를 개발했다. 스윙 자세를 촬영하면 인공지능(AI)이 문제점을 찾아내고 지도해준다.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시작한 솔티드는 신발 깔창에 센서를 부착해 발의 압력, 체중 이동 정보 등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골프 스윙을 개선해 비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경기 전략이 중요한 축구와 야구에서도 데이터를 활용한 기술이 널리 활용된다. 프로축구 선수 출신 이상기 대표가 창업한 큐엠아이티는 피로도, 스트레스 지수, 수면 시간 같은 축구선수의 데이터를 모으는 앱을 내놨다. 선수들이 정해진 양식에 따라 몸 상태를 입력하면 대시보드를 통해 지도자들이 최적의 훈련을 설계할 수 있다.

야구에선 스타트업 에스에스티컴퍼니가 3차원(3D) 모션 캡처 기술을 활용해 선수들의 투타 동작을 분석하고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배트를 돌릴 때 팔꿈치 각도는 어느 정도인지, 허리 회전은 얼마나 잘 되고 있는지 분석해 최적의 밸런스를 찾아낸다. 조준행 에스에스티컴퍼니 대표는 “과거엔 코치들이 ‘감’에 의존해 선수들을 지도해왔지만 이젠 숫자를 통해 정밀하게 분석하는 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프로구단 협업도 활발
기술은 선수 개인이나 훈련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경기의 질을 높이는 데도 유용하다. 픽셀스코프는 AI 기반 무인 스포츠 중계 시스템을 선보였다. 고속 카메라와 딥러닝, 영상처리 기술 등을 활용해 선수와 공의 위치를 자동 추적하고, 관련 통계를 시각화해 화면에 보여준다. 야구에서 타구의 비거리, 속도, 방향, 발사각 등을 표시하는 식이다.

축구 분석 회사 비프로컴퍼니는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로 선수들의 활동 데이터를 분석한다. 실시간 분석을 통해 코칭스태프가 바로 작전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회사는 K리그뿐만 아니라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 42개국 2300여 개 구단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비프로컴퍼니 외에도 프로구단과 협업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롯데자이언츠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경기 티켓의 적정 가격을 산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 해먼트와 협업하고 있다. 상반기에 협업 과제의 결과물을 내놓을 계획이다. 스포츠 테이핑 제품을 개발하는 웨이브컴퍼니는 K리그2 충남아산FC와 함께하고 있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스포츠 플랫폼도 인기다. 골프 레슨 예약 서비스인 김캐디는 이미 앱 다운로드 70만 건을 넘었다. 스쿠버다이빙이나 서핑 같은 수상 스포츠 레슨을 예약할 수 있는 플랫폼인 ‘세모스’도 등장했다. AI 테니스 로봇을 개발한 큐링이노스는 올초 CES 2023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권예찬 큐링이노스 대표는 “생활체육인들은 파트너가 없거나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아 다치거나 운동에 싫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기술로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유망업체 잡아라” 투자 잇따라
투자업계도 스포츠테크 시장의 성장성을 눈여겨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스포츠테크 시장 규모는 219억달러(약 28조원)로 추정되는데, 이는 연평균 13.8%씩 성장해 2027년엔 418억달러(약 54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벤처캐피털(VC)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비프로컴퍼니는 누적 220억원 이상의 투자금을 조달했는데, 알토스벤처스, LB인베스트먼트,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유수의 VC가 베팅했다. 자전거로 운동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라이덕은 지난달 한국투자금융지주 산하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금을 받았다. 큐엠아이티는 DSC인베스트먼트 자회사 슈미트와 보광인베스트먼트, 미국 투자사 빅베이슨캐피털 등의 투자를 유치했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섰다. 한국벤처투자는 올해 모태펀드 2차 정시 출자 사업에서 스포츠 분야 펀드에 175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올해 스포츠 분야 스타트업 70개를 뽑아 투자 유치와 멘토링을 진행한다. 회사당 평균 45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한다. 공단은 이 같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2017년부터 200여 개 스타트업을 발굴해왔다. 김철우 더벤처스 대표는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단순히 스포츠와 피트니스 분야보다는 이를 기술화하고 플랫폼으로 해석하려는 회사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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