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자 받고 잘나가더니…'역성장'한 스타트업들 사연 [긱스]

입력 2023-04-26 09:00   수정 2023-04-26 14:1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대규모 투자를 받았지만 지난해 오히려 역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2021년보다 매출이 줄어든 곳들인데요. 한경 긱스(Geeks)가 2022년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스타트업(200억원 이상 투자 유치한 스타트업 기준) 중 지난해 역성장한 스타트업들과 그 배경을 정리했습니다.

매출은 스타트업의 대표적인 성장 지표다. 빠른 성장을 추구하는 스타트업들은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더라도 매출부터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다만 사업모델을 재정비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역성장을 감수하는 스타트업들도 있다. 수익화 전략을 만드는 데 집중하느라 양적 성장을 잠시 미뤄놓은 경우다.

일부 스타트업들은 경쟁사에 밀리거나 내부 경영 문제로 매출 성장에 실패하기도 한다. 기존 사업모델이 한계에 봉착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한다는 요구를 받는 스타트업도 있다. 지난해 역성장한 스타트업(누적 투자유치 금액 200억원 이상 기준)은 업라이즈, 어니스트펀드, 브랜디, 굿닥, 스켈터랩스, 테이크원컴퍼니 등이다.
루나 사태 영향받은 업라이즈, 기관투자 기대하는 어니스트펀드
핀테크 스타트업인 업라이즈 매출은 2021년 516억원에서 지난해 114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109억원 흑자에서 302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당기순손실은 324억원이다. 루나 사태와 FTX 사태 등 가상자산 시장의 악재가 실적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업라이즈는 디지털 자산 재테크 플랫폼 헤이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라는 AI알고리즘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자동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라이즈는 지난해 5월 루나 사태에 직접적인 피해를 본 스타트업이다. 고객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하던 267억원의 가상자산 투자펀드가 강제청산됐다. 업라이즈 관계자는 역성장 배경에 대해 "경기 불황으로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빅테크들도 전반적인 매출 감소가 있었고, 업라이즈 역시 영향을 받았다"며 "금융회사는 경기와 시장 유동성에 특히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2018년 설립된 업라이즈는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을 앞세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은 회사다. 업라이즈의 누적 투자 유치액은 460억원에 달한다. 업라이즈는 디지털 자산뿐만 아니라 전통자산 투자와 상품 다변화를 통해 시장 변동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업라이즈 관계자는 "경기 대응전략과 투자스타일에 따라 4~5개 상품을 새롭게 만들었다"며 "여러 상품으로 분산하면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종합 온라인투자연계금융기업(온투업) 어니스트펀드 매출은 2021년 84억원에서 작년 58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24억원에서 61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113억원이다. 어니스트펀드 매출은 2019년 454억원, 2020년 473억원에서 2021년 84억원, 지난해 58억원까지 감소했다.


어니스트펀드는 과거 P2P금융 회사라고 불렸던 온투업체 중 하나다. P2P 금융을 제도권으로 편입한 온투법이 시행된지 3년이 돼가지만 관련 스타트업들은 아직 큰 성장세를 기록하진 못하고 있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협회에 따르면 49개 온투업체의 대출 잔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하락세다. 금리 상승과 투자 위축 등으로 온투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질 경우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어니스트펀드는 부동산PF와 담보 대출이 전체의 70% 정도다.

어니스트펀드 측은 "적자성장의 배경엔 시장 유동성 문제도 있지만 규제 영향이 크다"며 "업권 자체가 투자한도 등 규제가 걸려있는 상황이라서 제도권에 들어왔어도 시장 사이즈를 키우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의 기관투자 유권해석이 실적의 터닝포인트가 될지 주목된다. 지난달 31일 금융위는 온투업계에서 '차입자 정보제공 차별행위' 및 '외부 플랫폼 광고 위탁행위'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어니스트펀드는 BNK저축은행과 ‘연계투자 서비스와 기술협력에 대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기관투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경쟁 치열한 브랜디, 수익모델 찾는 뤼이드
패션 플랫폼 브랜디는 매출이 2021년 1261억원에서 지난해 1172억원으로 감소했다. 상품 매출이 968억원에서 730억원으로 줄어든 영향이다. 하지만 마케팅비 등을 대폭 줄이면서(502억원→263억원) 영업손실 규모를 480억원에서 320억원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마케팅을 통한 매출 증대보다는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경쟁이 치열한 패션 플랫폼들 사이에서 대규모 마케팅비 투입 없이 이용자를 확보해야하는 건 브랜디의 과제다. 오픈서베이가 진행한 15~39세 남녀 4000명 대상 조사에서 최근 3개월동안가장 많이 이용한 패션 쇼핑 앱에서 브랜디는 8위였다. 지난해 같은 조사에서 4위였던 것에서 순위가 떨어진 것이다.

에듀테크 스타트업인 뤼이드는 매출이 2021년 53억원에서 지난해 50억원으로 줄었다. 서비스매출(산타토익 매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영업손실은 249억원에서 420억원으로 늘었다. 뤼이드 매출의 대부분은 AI토익 교육 서비스인 산타토익에서 나오는데 토익시장의 성장세에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마케팅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기술과 서비스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공감대에 따라 마케팅 기능을 줄이기 위한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뤼이드의 미국 교육사업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뤼이드 미국 법인인 뤼이드랩스는 매출 3억7000만원에 영업손실 146억원이다. 뤼이드는 2021년 소프트뱅크 비전펀드2로부터 2000억원을 투자받아 '제2의 쿠팡'이라고 불렸던 회사다. 뤼이드는 미국 대입 시험 SAT와 ACT를 준비하는 전 세계 학생들을 위한 AI 진단 플랫폼 '알테스트(R.test)'를 최근 출시하는 등 AI기술력을 바탕으로 제품 개발에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의료 정보 플랫폼인 굿닥의 매출은 2021년 124억원에서 지난해 88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영업손실 규모는 67억원에서 83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은 158억원이다. 굿닥은 2020년 7월 1일 주식회사 케어랩스에서 물적분할 방식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21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굿닥은 비대면 진료를 연결하고 약 배송 서비스를 한다. 병원 모바일 접수 예약도 진행하고 있다. 다만 비대면진료 및 약 배송에는 과금을 하지않고, 매출은 주로 비급여 광고와 굿닥스토어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올린다. 즉 병원 광고 매출과 상품 판매가 주 수입원이다.

굿닥 측은 "스토어 사업을 리뉴얼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며 "올해는 주요 매출모델인 클리닉마켓이 성형 미용 중심에서 전과목 시술로 개편되고 있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이 감소했지만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중 유의미한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상당수 비대면 진료 스타트업들이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엔 제품 개발에 집중"올해는 성장할 것"
산업 AI 기반 산업설비 상태 예측 및 진단 솔루션 기업인 원프레딕트 매출은 2021년 25억원에서 14억원으로 줄었다. 2021년까지는 기술을 시장에 검증하는 과제성 매출이 많았지만, 지난해엔 대형 과제성 매출을 포기하고 제품 개발에 집중했던 영향이란 설명이다. 원프레딕트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 감소를 감수했고 국내 대기업 위주로 제품 서비스를 공급하며 사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며 "올 초부터 가디원 제품 판매가 호전되면서 전체 매출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016년 설립된 원프레딕트는 지난해 300억원 규모 시리즈C 투자를 유치하며 총 49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유치했다. 산업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핵심 설비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고장을 사전에 예측하는 가디원 솔루션을 개발했다. 원프레딕트 측은 올해 하반기 대규모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글로벌 공정에 솔루션을 공급 중"이라며 "미국 법인을 설립해 북미 시장 내 사업 진출 및 확장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대화형 AI 스타트업인 스켈터랩스는 같은 기간 매출이 15억원에서 6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81억원에서 119억원으로 늘었다. 대화형 AI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스켈터랩스는 누적 투자금 397억원을 확보한 회사다.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처리하고 만들어내는 자연어 이해, 자연어 생성 기술을 기반으로 음성인식, 음성합성, 기계독해 기술을 적용해 챗봇, 보이스봇, 콜봇 등을 구축할 수 있는 대화형 AI 솔루션 'AIQ. TALK'을 공급하고 있다.

게임 스타트업인 엔픽셀 매출은 2021년 944억원에서 지난해 670억원으로 줄었다. 엔픽셀은 2021년 첫 작품인 그랑사가를 흥행시킨 후 국내 게임업계에서 최단 기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이상 스타트업)에 올랐지만 신작 부재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엔데믹 전환으로 비대면 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영향을 받았다. 지난해 연말부터 경영 효율화를 목표로 조직개편을 진행해오고 있다. 엔픽셀뿐만 아니라 비상장 게임회사 상당수가 지난해 매출이 줄어들었다.


지식재산권(IP) 기반 게임 스타트업인 테이크원컴퍼니 매출은 171억원에서 142억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 모바일 게임 BTS월드를 만든 이후 새로운 매출원이 없었던 영향이란 분석이다. 테이크원컴퍼니는 지난 3년간 준비한 블랙핑크 IP 게임 '블랙핑크 더 게임’을 올해 상반기에 출시해 매출을 올릴 예정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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