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쓰레기로 우리 애가 아파요"…푸껫에선 나도 거북이 아빠

입력 2023-04-20 18:03   수정 2023-04-21 02:45


지속 가능성, ESG….
생각만 해도 진지하고 무겁게
느껴지는 단어지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여행과 만나면 책임감마저 즐거움으로
바뀌니까. 투명한 바다에서 물놀이를
즐기며 멸종 위기에 처한 산호와 거북이를
보살피고,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탐험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철도 노선을
달리며 기차 여행의 낭만을 즐기는 것.
이 모든 것이 지구를 건강하게 보살피는
일이 될 수 있다. 지속 가능성과 즐거움,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여행지로 떠나보자.
싱가포르 채식 레스토랑
소고기 1㎏을 생산할 때 배출되는 탄소는 약 26㎏이다. 채식을 하면 그만큼의 탄소 저감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인간과 지구의 건강에 모두 좋은 채식에 도전하고 싶다면 싱가포르로 떠나 보자.

싱가포르에서의 채식은 결코 ‘고기를 포기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제철 채소의 다채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새로운 미식의 세계에 가깝다. 채식 전문 셰프들의 창의력 넘치는 음식에 감탄하다 보면 고기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틈이 없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러브핸들은 ‘무육(無肉) 정육점’이라는 재미있는 콘셉트의 공간이다. 정육점처럼 냉장고에 생고기와 양념 고기가 진열돼 있지만 100% 식물성 재료를 이용한 대체육이다.


재현도는 상상을 뛰어넘는다. 이곳에서 내놓는 프라이드치킨, 햄버거, 스테이크에서는 고기의 육질은 물론 육즙까지 느껴진다. 버터와 에그마요소스 등 음식에 쓰이는 모든 재료에는 유제품이 일절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다면 버거 패티에서 먹음직스럽게 녹은 체더치즈의 정체는? 코코넛오일로 만든 비건 치즈다.
스위스 탄소저감 기차
스위스는 유럽 전역에서도 가장 밀도 높은, 또 정확한 대중교통망으로 인정받는다. 기차, 버스, 배, 케이블카 등 공공 교통수단이 닿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중에서도 베르니나특급과 빙하특급 열차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였다. 이 열차는 2013년부터 기관차와 시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100%를 수력 발전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또 탄소 저감을 위해 외부 공기 컨트롤에 사용되는 탄소를 최소화하고, 난방에 재생에너지를 사용한 뒤 이를 재활용한다. 이렇듯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보람은 차창 밖으로 쏟아지는 청정 자연을 보면 이해된다. 두 노선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을 정도로 절경을 자랑한다. 투시스~생모리츠, 생모리츠~티라노를 잇는 122㎞ 구간에선 55개의 터널과 196개가 넘는 다리를 통과하면서 경이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알프스산맥이 투명하게 비치는 세 개의 호수를 비롯해 베르니나 단층, 모테라취 빙하, 베르니나 고개가 이어진다.
몰디브·푸껫 생태계 복원활동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의식 있는 여행자들은 생태계를 복원하고 돌보기 위한 활동을 적극 찾아 나서고 있다. 이에 부응하듯 휴양지의 호텔과 리조트에서는 투숙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친환경 프로그램을 연다. 몰디브의 프라이빗한 섬에 있는 쉐라톤몰디브풀문 리조트&스파에서는 수질 오염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한 산호초를 보호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바다에서 산호초 조각을 프레임에 옮겨 심고, 이를 해양생물학자가 바다에 이식해 산호초림의 재생을 돕는다. 리조트는 향후에도 참가자들이 산호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산호초 현황을 온라인에 업데이트한다. 태국 시리나트국립공원 옆에 있는 JW메리어트푸껫 리조트&스파는 ‘거북이 쉼터’를 운영한다. 멸종 위기에 처한 장수거북을 보호하기 위한 곳으로 인근 해변에서 부상한 거북이를 돌본다.

투숙객들은 쉼터에서 거북이를 관찰하면서 생활주기,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문제를 배울 수 있다. 매년 송끄란축제 기간에는 바다거북 방출식을 하고 회복된 거북이를 바다로 돌려보낸다.
핀란드 라티 '유럽 환경 수도'
‘지속 가능한 도시’란 어떤 모습일까? 핀란드 헬싱키에서 100㎞ 거리에 있는 작은 도시 라티로 향한다면 그 답을 찾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연합(EU)에서는 EU 의회, EU 환경국 등이 매년 한 도시를 선정해 ‘유럽 환경 수도’상을 수여한다. 공기질, 수질, 생물 다양성, 순환 경제, 기후 변화 대처 등 항목별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가장 환경친화적인 도시를 뽑는 것인데, 2021년 수상 도시가 라티다.

이 도시의 베시예르비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깨끗한 식수원으로 꼽힐 정도로 맑다. ‘술맛은 물이 결정한다’는 말대로 맥주 양조장과 핀란드의 대표적인 위스키 증류소가 모여있으니 술꾼들에게는 최적의 여행지. 노르딕월드스키챔피언십의 최다 개최지로 크로스컨트리 스키, 스키점프 등 겨울 액티비티를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하늘에서도 지속 가능한 여행

항공사들 역시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나서고 있다. 에어프랑스는 지속 가능성에 방점을 찍은 어메니티키트를 새롭게 도입했다. 기내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확 후 버려지는 옥수수 잎으로 만든 칫솔과 펜, 종이 포장재에 담긴 귀마개, 수면 안대와 양말, 치약 등이 포함돼 있다. 파우치 역시 재활용 소재지만 예술의 나라 프랑스다운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췄다. 하와이안항공은 플라스틱 대신 알루미늄에 담긴 생수를 도입했다. 할리우드 배우이자 하와이 환경운동가 제이슨 모모아가 내놓은 브랜드 마나날루의 제품이다. 이 브랜드의 제품은 비스페놀A프리 소재를 적용해 횟수 제한 없이 재활용이 가능하다. 항공사는 이 제품 도입으로 연간 14만2000여 개의 플라스틱병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싱가포르=김은아 한국경제매거진 여행팀 기자 ea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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