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이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내부에서 거세지고 있다. EU는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친환경 보조금을 확대하기로 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2월 2500억유로 규모의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했다.
문제는 EU의 자금 부족이다. EU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복구 기금 중 미사용분을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게 EU가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의 거의 전부다.
EU가 진심으로 기후 변화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면, EU는 친환경 산업에 보조금을 주겠다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결정에 열광하는 게 마땅하다. 그동안 환경운동가들은 선진국의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자금이 부족하다고 불평해 왔다. 이제 기축통화국(미국)이 나섰다. 탄소 배출량을 관리하기 위해 EU가 재정·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유럽이 미국의 역할을 긍정할 수 없다면, 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한다는 구호가 오래전에 변질했다는 뜻일 것이다. 이제 핵심은 정치인들이 유권자를 상대로 부추겨온 친환경 정책의 필요성과 정치인들이 그간 신경 쓰지 않았던 경제적 현실 사이의 괴리다.
과거에 유럽은 기업들이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로 이전하는 탄소 누출(carbon leakage) 문제를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유럽은 더 많은 친환경 보조금을 지급하는 다른 나라로 기업이 이동하는 ‘넷제로 누출(net-zero leakage)’을 우려하고 있다. 넷제로(탄소중립) 목표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탄소중립에 필요한 보조금을 마련하기 위해 납세자가 져야 할 부담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Europe Worries That America Fights Climate Change Too Much’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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