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中 월드컵 못 나가는 50가지 이유

입력 2023-05-01 17:39   수정 2023-05-02 08:15

중국의 역대 지도자 중에는 축구 마니아가 많다. 마오쩌둥은 후난성 사범대학에 다닐 때 골키퍼로 뛰었다. 덩샤오핑은 1924년 파리 유학 시절 올림픽 축구 표를 사기 위해 전당포에 옷을 잡혔다. 추미(球迷·축구광)를 자부하는 시진핑의 집무실엔 축구공을 차는 사진이 걸려 있다.

2013년 6월 15일, 시진핑의 중국 국가주석 취임 원년이자 60세 생일에 사건이 터졌다. 중국 청소년 대표팀이 약체 태국과의 평가전에서 1-5로 대패했다. 대로한 시 주석의 대책 마련 지시에 2015년 공산당 중앙정치국은 산하에 ‘축구개혁영도소조’를 두고 ‘축구개혁 50개조’란 국가 과제까지 내놨다. 이른바 ‘축구 굴기(?起)’다.

시진핑의 꿈은 월드컵 본선 진출, 월드컵 개최, 올림픽 금메달 획득이다. 전국에 2만 개 축구학교를 세우고, ‘2000명의 리오넬 메시 만들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경쟁적으로 유명 감독과 선수들을 스카우트해 코로나19 직전 중국 ‘슈퍼리그’의 평균 연봉(약 23억원)은 한국 K리그(2억2500만원)의 10배로 튀어 올랐다.

실상은 어떤가.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어부지리로 월드컵 본선에 딱 한 번 진출해 3전 전패 무득점을 기록한 게 전부다. 지난달 발표된 FIFA 랭킹은 80위 밖이다. 14억 명이 넘는 인구 중에 축구 천재 한 명 나오지 않자 ‘중국의 메시는 어디선가 농사를 짓고 있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중국이 축구를 못하는 데는 수많은 이유가 꼽힌다. 심지어 술·담배를 가까이하는 선수들의 불성실한 태도까지 지목된다. 중국 사회에 만연한 부패는 축구계에도 예외가 아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공안당국은 차관급인 중국 축구계 최고위 인사가 연루된 부패 사건을 조사 중이다. 승부 조작에서 선수들의 고액 연봉 및 국가대표 출전 시간과 관련된 리베이트에 이르기까지 혐의가 광범위하다.

폴 사이먼의 노래 ‘애인을 떠나는 50가지 방법(50 ways to leave your lover)’처럼 ‘중국이 월드컵에 못 나가는 50가지 이유’란 노래도 나올 법하다. 최고 지도자가 하명한다고, 돈만 퍼붓는다고 축구까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가사가 담길 것 같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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