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자산 480조원 규모의 대형 은행지주에 비해 덩치가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메리츠금융을 시장에선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메리츠금융의 순이익은 1조6404억원으로 우리금융(3조3240억원)의 절반에 그쳤다. 하지만 총자산순이익률(ROA)은 우리금융의 두 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세 배가량에 달했다.메리츠화재는 2005년 한진그룹과 계열 분리 전 총자산 2조7000억원, 시총 1700억원 규모의 손해보험업계 ‘만년 5위’ 보험사에 불과했다. 메리츠증권(옛 한진투자증권) 역시 총자산 6315억원, 시총 1500억원의 중소형 증권사였다. 그룹 창업주 고(故) 조중훈 회장의 막내아들인 조정호 회장이 승계해 과감한 인재 발탁과 철저한 성과주의를 도입하는 등 경영 능력을 발휘하면서 ‘화려한 백조’로 비상하기 시작했다.
파괴적 혁신으로 금융업계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해온 메리츠금융 특유의 효율 경영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계기로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그룹 내 3개의 상장사가 있던 기존 체제하에선 엄격한 내부 통제 제도와 관련 규제 등으로 핵심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주요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는 설명이다.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은 “지주사와 핵심 계열사인 메리츠화재·증권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통해 이전보다 다양한 투자 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원칙에 입각한 배당 및 자사주 소각도 시장의 호응을 얻고 있다. 메리츠금융은 올해 회계연도부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의 50%를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가치투자와 주주행동주의로 알려진 자산운용사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월 이례적으로 공개 서신을 띄워 찬사를 보냈다.
메리츠금융은 은행계 금융지주 못지않게 공적 기능에 속하는 시장 안정이나 실물경제 지원 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초 실행한 1조5000억원 규모의 롯데건설 유동성 공급이 대표적이다. 작년 말 레고랜드발(發) 단기자금시장 위기로 롯데건설이 크게 흔들리자 메리츠금융은 롯데그룹(6000억원)보다 많은 9000억원(선순위)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의 우려를 잠재웠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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