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만에 성과를 올리는 PMI 마법공식 제3편: 리더십의 재구성 (aka 뱀잡이) [김태엽의 PEF썰전]

입력 2023-05-03 08:29  

이 기사는 05월 03일 08: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드디어 생애 최초 3부작의 마지막 챕터가 시작되었다. 과연 우리 주인공은 공주님을 구할 것인가?

다들 바쁘시니 각설하고, 내가 기획한 PMI 마법공식에서 이 리더십 섹션을 제일 마지막에 쓴 이유는, 이게 제일 민감하고 또 어렵지만 만약 잘된다면 앞 1-2편의 모든 이슈들 (예를 들면, 비전 셋팅과 KPI)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최강 비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볼트온 (Bolt-on, 즉, 기존 사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추가로 사업을 줍줍한 다음에 다같이 키우는 방법) 전략의 꽃은, 인류 모든 전쟁사가 그러하듯, 다름 아닌 '사람 놀음'이 되겠다. 자, 지난 석달간 이어온 이야기들을 간단히 요약해보자.

그 이름도 거창한 PMI의 마법공식
- 0단계: 코로나/불황의 쌔뻑으로 엄청 좋은 회사를 상당히 싼 값에 줍줍한다 (축하드린다)
- 1단계: 사자 마자 새로 합류한 경영진과 임직원들에게 왜 샀는지, 시너지가 어디서 왜 나는지 설명하고, 비전을 선포하여 텐션을 뿜뿜 높인다 (인수 하자마자)
- 2단계: 하이 텐션의 모멘텀을 이용해서 재무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핵심 지표들 (KPI)을 잽싸게 진단해 보고, 팀별/인별 목표를 정해 준 다음 딴대로 안세고 돌격 앞으로 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든다 (3개월 내에)
- 3단계: 1-2단계를 하면서 파악한 핵심인력과 쭉정이, 그리고 뱀들을 솎아내서 키우던지 쳐내고, 빈자리는 밖에서 잽싸게 채운다 (첫 1년 내에)
- 4단계: 떼돈을 벌고, 필자에게 밥과 술을 사고, 0단계로 다시 돌아간다

그럼 떼돈을 벌고 싶은 우리는, 어떤 사람을 뽑아서, 어떻게 써야 할까? 아니,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을 먼저 짤라야 할까? 이를 위해 우리가 가져야할 원칙은 무엇일까?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원칙 1. 현명한 잔인함을 잊지말라

미리 이야기 해 두겠는데, 오늘의 이야기는 상당히 편협하고, 원색적이고, 독선적이다. 그래서 이런 필자의 논조가 불편한 분들은 얼른 접고 웹튠이나 보시길 권한다. 그 와중에 욕하면서도 무슨 이야기인지 한 번 들어나 보고 싶은 분들은, 물론 대 환영이다.

내가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그에 준하는 상당한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에 직접 개입을 할 기회가 주어졌을때 추구하는 방향은 “현명한 잔임함”이다.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가시는 사회지도층인 여러분들이 당연히 3번씩은 읽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마키아벨리 옹의 군주론에 따르면, 군주는 자신의 국민들로부터 “협력과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기만 하다면” 잔인하다는 평판을 전혀 마음에 새겨두지 않는다.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오히려 어설픈 온정주의와 두루뭉실 좋은 평판을 위해 (”평가”가 아니다!) 노력하는 리더는, 죽도 밥도 아닌 호가호위하는 뱀들만 가득한 조직을 만들기 십상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지나친 자비로 무질서와 혼란을 내버려둔 군주보다는, 차라리 초반에 칠놈은 과감히 쳐서 적들을 미연에 제압하고 사회를 안정화 시키는 군주가 종국적으로는 더 자비롭다고 여겨진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최악의 지도자로 우유부단한 성인형을 꼽는다. 이런 분들을 내보내려고 하면 필자도 사람인지라 가슴이 아프고, 머리는 더 아프다. 이런 유형이 어려운 이유는, '착하게 살아온' 이런 분들의 평판이 생각보다 좋고, 그런 평판을 믿고 처음 두어 번 만나보면 심지어 그 첫인상도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만 이런 '애매한' 계륵을 회사에 오래두면 둘수록, 야심찬 차세대 리더들은 답답해하고, 뱀같은 정치 전문 식충이 임원들은 아늑한 자기만의 성을 꾸린다.

필자가 수 년 전 인수한 A기업의 예를 들어보자. 인수 전부터 경영진을 꾸리고 실사를 하는 스타일인 필자는, 대표이사의 첫 회사소개 때 부터 미리미리 챙겨 만나보고 개인적으로 같이 가야할 분인지, 두고 와야하는 분일지 평가하는 것을 즐긴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경영진 인터뷰 장에 슬그머니 들어가서는 다들 어떻게 이야기 하는지 한발치 떨어져서 지켜보고 있는 필자에게, 당시 인수할 회사의 대표이사 K사장님은 좀 특이한 캐릭터였다. 일체의 발표를 대부분 이사/상무급 임원들에게 맡기고, 본인은 묵묵히 지켜보는데, 그렇다고 앉아서 대놓고 졸고 있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지도 않은, 마치 매각 측 그룹의 '패밀리'인지 착각할 정도의 중량감과 나름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괜한 심술에 필자는 목소리라도 확인하자 싶어서 K대표이사님을 콕 찍어 회사 전의 경력과 회사에서 그간 주도한 일을 여쭈어보았다. 너무 놀부심보 였나?

그렇게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대답을 들어보니, 뭐 나쁘지는 않았다. 국내 5대 대기업에서 오랜기간 동안 임원과 부사장, 해외 지사 사장을 역임했고, 명문 S대 출신에, 그 나이에는 흔치않은 유학파, 그리고 심지어 자식들 시집장가까지 다 보낸, 이른바 자아성취형 귀족 CEO였다. 적자가 지속 중에 취임해서 피를 흘리던 해외 사업을 흑자로 돌리고, 국내에서는 강성 노조를 잘 관리하면서, 매각하고 있는 그룹의 창업주 패밀리에게 깊은 신임을 받고 있는게 딱 느껴졌다. 아, 여기서 나의 바보 짓이 또 생각 났다. 이렇게 좋은 양반이면 붙잡아서 그룹에 남기지 왜 같이 묶어서 팔려구 했을까. 태엽아 이 바보야!!!

여하튼,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는 그룹 기조실장님의 입술을 뒤로하고 딱히 대안이 없던 우리는 7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K사장님과, 그보다도 더 오래 회사를 지키던 임원들을 홀라당 다 인수했다. K사장님과 십 수년 전 같이 일했었다는 B그룹의 인사 담당 임원의 레퍼런스와, A사의 오랜 거래처로 K사장님의 취임 때 부터 지금까지 비지니스 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던 중소기업 C사의 대표 레퍼런스가 상당히 괜찮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아, 한국인의 레퍼런스는 절대 디스카운트 해서 들어야 한다!!!)

그런데, 막상 한 식구가 되어서 일을 해보니 K사장님의 밑천은 바로 드러났다. 은퇴 연령을 이미 넘은 노쇠한 장수는, 과거의 영광과 인덕이라는 미명 아래에서 '싫은 소리를 하지 않는 성인군자' 대표이자 꼭 필요한 미팅 자리가 아니면 직접 나타나지 않는 '신비한 리더십'을 시전하는 캐릭터였던 것이다. 당연히 그 밑에서 맘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던 '복지부동형' 임원들에게, K사장은 꿈의 성군이었다. 판가도 딱히 쪼지 않고, 채권 기일도 널널하게 관행대로 지켜주던 K사장의 경영스타일은, 다양한 거래처와 경쟁자들에게 '최고의 경영진'이라는 평가를 주어 마땅한 상태였던 것이다.

A기업을 기반으로, 벨류체인 앞뒤로 있는 회사들을 한 두 개 더 사서 붙일 요량이었던 우리에게는, 이런 '현상 유지형' 성군인 K사장이 최악의 선택지가 되고 말았다. 결국 우리가 주도하는 Bolt-on 인수에 반대하기를 몇 차례 지속하고, 필자는 마음 속 깊이 “정말 내스타일이 아니었구나,” “아 왜 알고 있었으면서 이대로 두었는가” 이러면서 자책하기를 수 시간 했을까, 상처난 마음을 다잡고 주말이 지난 다음날 우리는 바로 K 대표이사에게 해임통지를 했다. 물론 그 밑에 딸려있던 귀여운 방울뱀, 코브라, 능구렁이 뱀3총사 임원들도 함께 날려버렸다. 이후 몇 달간 좀 씨끄럽긴 했지만, 이 소동을 거쳐 새롭게 구성힌 A기업의 경영진은 취임 첫해부터 2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한 건 안비밀이다.

결국 잊지 말아야 할 제일 중요한 것은 단 한 가지. 반항하는 조직은 위부터, 그리고 초반에 바로 날려야 한다!

원칙 2. 평가는 2개월 이내로, 마지막 기회는 6개월 이내로 (2-6 법칙)

비전 그리고 KPI를 이야기 할 떄 언급한 바가 있는데, 투자 건 인수 건 조직의 긴장도는 첫 3개월이 지나면 사라진다. 이를 좀 고급진 표현으로 이야기 하면 Intertia라고 하는데, 한국말로 굳이 번역을 하면 관성, 즉 원래대로 되돌아가려는 성질이겠다.

이게 평가를 하는 쪽과 받는 쪽 모두에게 해당 되는 일인데, 그래서 필자는 항상 '물들어 왔을 때 노젓고, 빡칠 때 박규를 날리라'고 조언하는 편이다.

여하튼 주로 핵심적인 포스트, 특히 대표이사, 영업본부장, 마케팅 팀장, CTO, CFO, 생산본부장, 인사부장 등등 주요 기능별로 & 맡은 업무가 뚜렷한 사람일수록 첫인상과 첫 주간 실적 보고, 월간 결산 보고, 그리고 첫이사회 때의 인상이 그 사람의 실제 능력과 99% 일치한다. 그리고 더더욱 무거운 사실은, 사람은 절대 안변하고 (변한 척은 할 수 있으나), 멍청한 무능력자와 거짓말장이 (허언증 포함), 그리고 투덜이 스머프들은 절대절대절대 변하지 않는다. 그러니 이런 양반들은 내일 당장 내보내면 된다.

즉, 새로운 경영진들을 평가할 때, 혹은 기존의 내 경영진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때, 그 사람에 대한 평가는 2달 안에 내릴 수 있어야 하고 (이 이유는, 통상 대표이사의 경우 1주일에 한번 정도 1:1으로 만날 텐데, 첫인사를 제외하고 대 여섯번 정도 만나야 그 조직 전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러다 보면 두 달 정도 걸리더라), 이는 여러분이 4년제 대학교를 평범한 성적으로 나와서 군주론을 3번 정도 읽은 통상의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자, 이렇게 속도감 있게 평가를 내렸다고 치자. 그럼 결과는 다음과 같을 것이다.
- 1군: 반드시 지켜야할 핵심 인재
- 2군: 일은 잘하는데 인성이 별루인 계륵 (뱀)
- 3군: 인성은 좋은데 실력이 별루인 계륵 (곰)
- 4군: 이도 저도 아닌 쭉정이

1군과 4군은 차라리 편하다. 1군은 예뻐하고, 4군은 내보내면 된다. 그럼 2군과 3군은? 이게 참 골칫거리인데, 아마 많은 수의 독자분들이 '미워도 다시 한 번'을 외칠 것이다. 별 수 있나, 진짜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기회를 주고, 나와 내가 찐 믿을 수 있는 이들과 함께 평가를 다시 해 보면 된다.

자 이걸로 끝~

흠, 요렇게 “언제까지”와 “어떻게”를 안가르쳐 주고 뚝 끊어 먹으면 분명히 독자분들이 나를 말만 앞서는 쭉정이로 평가하겠지? 좀 더 나눠보자.

그럼 어떻게 하면되나? 간단하다.

미워도 다시 한 번 평가는 딱 6개월을 최대 한도로;
(A) 명확하게 예측 가능한 목표를 세우게 하고 (20점),
(B) 어떻게 달성할 건지 계획을 세우게 하고 (30점),
(C) 그 6개월간 어떻게 지켜 나가는지 (20점),
(D) 이 계획이 틀어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30점),
간단히 판단해 보면 된다.

점수야 결국에는 주관적이겠지만, 70점 이하는 바로 쭉정이로 재분류하면 되겠다.

참고로 나는 위의 (D) 항목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데, 왜냐면 쌔뻑으로 작전이 잘 수행되면야 좋겠지만, 사업은 인생만사와 마찬가지로 어떤 외생변수에 의해 어떻게 일이 틀어질 지 모르기 마련이다. 이런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얼만큼의 순발력으로 조직을 다잡고 잘 돌파해나가는지, 그에 더 앞서 이렇게 “플랜 B”를 미리 세워 놓는 만큼 치밀한지를 보는게 S급 인재와 B급 인재를 나누는 제일 손쉬운 방법이다.

또 하나 더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빡쎄게 시험에 들게 하면 2~4군에 사실은 속해있던 1군인 척 하는 경영진들이 자기 발로 회사를 걸어나가는 일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필자의 흑역사 리스트에 속해 있지는 않지만, 지방에 본사를 둔 C사의 경우, 필자의 회사가 인수한 후 첫 6개월 동안 주요 본사 팀별로 PMI 프로젝트를 좀 빡쎄게 돌렸더니 인수 후 첫 1년간 본사 직원 26명 중에 24명이 자의반 타의반 사표를 제출했다. 뭐 짐작하시겠지만, 경영진을 싹 갈아 치운 후 회사의 실적은 매년 10% 이상 씩 성장했다.

또 하나 꼭 공유하고 싶은 재미있는 (?) 인사이트는, 이런 평가를 돌려보면 일은 참 맛깔나게 잘하는데, 그 성향이 태생적으로 아주아주 정치적인 리더를 발견하게 된다. 니편 내편에 대한 평가가 극에 달하며, 본인의 잠재적인 경쟁상대는 능력과 이유를 불문하고 처단하고, 부하의 공을 어떻게든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그런 류의 사람들.

이런 류의 임원들, 리더들은 보통 창업 공신인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이런 경우 이를 '현명하지만 잔인한' 군주로 착각하지 않고, 반드시 1년에서 1년반 정도 여유를 갖고 중기적으로 처단한다. 정치를 좋아하는 자는 여의도로 가야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안된다. 정치적인 인간을 극도로 꺼리는 건 마키아벨리 옹이나 필자나 매 한 가지 인데, 이렇게 정치적인 인물이 실적을 낸 것은, 실제로는 아주 시의 적절한 외부 환경에 기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마침 이 평가 기간동안 이 밑에 보석같은 부하직원들이 끽소리를 못하고 실적을 가져다 바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인물들이 결국 독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이런 운빨이 다할 무렵 밑에서 부터 자기자리를 위협하는 슈퍼스타가 자라나면 그 싹을 무자비하게 꺾어버린다. 결국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킹코브라 류의 high performer도 처단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원칙 3. Succession Plan(aka 썸)을 항상 타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독자 여러분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각 조직별로 비상 시 리더를 대체할 수 있는 후계자들을 미리미리 염두해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이야기를 나눈 바 있는데, 한 때 나의 보스였던 미국인 글로벌 헤드 J씨는 10여년 전 종종 서울에 와서 투자할려는 회사의 회장이나 오너를 앞에 두고 “당신 혹시 내일 차사고로 죽으면 회사는 누가 운영하냐”는 질문을 꼭 던지고 갔다. 당시 이사 나부랑이였던 필자는 순진한 양키가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 마냥 뒷수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십수년이 지나 40대 중반의 중년이 되니 내가 그런 질문을 (스스로 몰래) 던지고 자빠지고 있었다 (미안해 우리 팀들).

여하튼, 앞서 이야기한 Plan B의 중요성은 앞으로 100번 더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데, 각 조직 핵심 부문별 Succession Plan을 두는 것은 인사(HR)의 측면에서도 예외없이 적용된다.

필자의 경우, 포트폴리오 단에서 COO나 CSO, CFO 중 꼭 한 명을 비상 시 대표이사로 즉시 올릴 수 있는 포텐이 있는 인력으로 채워둔다. 물론 계획대로 무사히 이런 후계자가 대표이사 경험 없이 포트폴리오를 졸업하게 되면, 다음 투자에서는 그 후계자를 부사장-대표이사 급으로 꼭 써본다. 최소한 지난 15년간 이런 후계자 전략은 100% 먹혔다.

심지어 필자의 회사 안에서도 꼭 2명 이상, 많게는 3-4명까지 투자팀 인력들이 개별 투자 포트폴리오 회사를 팀을 이루어 커버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필자 (의 회사)가 워낙 지랄맞고 닥달하며 관리하기 때문에 여러 명이 우루루 커버하기도 하지만, 여차하면 관리 담당 투자팀 인력을 교체함으로써 해당 포트폴리오의 경영진을 교체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도 낼 수도 있고, 불시에 담당 투자팀 인력이 퇴사하는 경우 관리 공백이 생기는 리스크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지만, 투자업은 이런 면에서 아마존 정글이다. 정글 속에서 살아 남으려는 수많은 청춘남녀가 그러하듯, 이렇게 예쁘게 크고 있는 싹들과 미리미리 썸을 타두면 외로운 주말밤을 맞이하는 비극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자자, 그럼 얘는 이래서 싫고, 쟤는 저래서 싫고, 바보라 자르고, 뱀이라 자르고, 곰이라 자르고, 다 자르고 나면 소는 누가 키우란 말이냐를 하시는 분께, 속성으로 인재를 찾아내거나 영입하는 팁들을 공유해 드리겠다. 제발 좀 적어두고 따라해 보자!

팁 1: 위를 비워놓아야 야심찬 새싹이 돋는다 (즉, 달걀이 먼저다)

마음에 안드는 리더인데, 반드시 내보내야 할 인간인데, 지금 대안이 아직 없어서 전전긍긍한다면, 당신은 틀렸다. 인류 역사적 명제인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데, 일단 잘라서 빈자리를 만들어 두어야 새싹이 돋는다.

필자가 2000년대 중반 인수했던 D모 제조업의 경우 딱 이런 케이스 였다. 실사 때부터 합을 맞추어 오던 국내 E그룹 출신의 걸출한 L사장을 바로 섭외해서 인수 즉시 바로 투입하였는데, 막상 CEO로 같이 일하다 보니 리더로서의 EQ와 포용력은 상당히 약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신입사원의 퇴사율이 급격히 올라가고, 어렵게 모셔온 업계 경력직들도 엉덩이를 들썩이고 있는 걸 아는 순간, 짧은 고민 끝에 일단 L사장은 내보내고, 기존에 L사장 밑에서 전략을 담당하던 P상무를 직무 대행으로 한 3개월만 끌고 가보기로 하였다. 사실 내가 상당히 좋아헀던 P상무에 대하여, 기존의 L사장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았다. 종종 월간 보고 회의 석상에서 사랑의 매 랍시고 면박을 주기 십상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미리 P상무에게 양해를 구하고, 직무 대행 기간 동안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새 CEO를 절실하게 찾는 것을 Plan A로 정하고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였다.

그런데, 그냥 그런 평가를 받던 P상무는, 막상 대표이사 직무대행이라는 감투를 쓰자마자 무섭게 초 샤이아인급 CEO로 거듭났다. 낯선 산업, 낯선 자리, 그리고 낯선 조직이었지만 아주 강한 친화력과 그보다 더 놀라운 학습 능력으로 무장한 P 상무는, 본인이 약한 task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인물을 찾아 설득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이른바 장깃돌을 아주 잘 쓰는 대표이사로 거듭난 것이다.

덕분에 필자는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 위기 속에서 숨어있는 슈퍼스타가 빛을 발한다는 개똥철학을 더욱 더 굳히게 되었다. 잘 뒤져보시라, 가지치기, 뿌리 솎기를 하면 야심찬 새싹이 돋는다. 여기서 야심찬 새싹들은 인간적인 매력을 기반으로 아주 높은 학습 능력과 속도감, 그리고 헝그리 정신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 이런 인재를 찾아서 안주머니에 쏙 넣으셔라.

팁 2: 검증된 2인자/3인자를 찾아라

두 번째로 내가 즐겨 쓰는 꼼수는 업계에서 “행동 대장”을 찾는 것이다. 특히 빛나는 슈퍼스타 CEO 뒤에서 온갖 궂은 일들을 다하는 부장 혹은 이사급을. 여기에는 두가지 숨은 뜻이 있는데,

(i) 내가 경쟁사에서 슈퍼스타 CEO를 뽑아 오는 것을 꺼리는 이유는, 일단 몸값이 가성비가 낮고, 슈퍼스타로 알려진 CEO를 상대편이 순순히 내어 준다면 같이 일해본 사람만이 안는 결정적인 단점 (예를 들어 고집이 쎄다던지, Power harrassment를 많이 한다던지, 게으르다던지, 딴 주머니를 찬다던지 등등)이 있을 확률이 높다.
(ii) 반면 부장 혹은 이사급 인사를 즐겨 찾는 이유는, 임원급으로 업어와서 앞으로 CEO로 키울 때까지 10~15년간 여유가 있으니 최소 1개, 적어도 두 세 개의 포트폴리오를 맡겨 볼 수 있고, 슈퍼스타 CEO 밑에서 혹독하게 트레이닝 받으면서 정글 속의 경쟁을 통한 생존 본능과, 밤을 세면서 일할 수 있는 육체적 에너지의 여유가 남아있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단, 이런 접근법의 단점이라고 하면, CEO로서의 경험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 그리고 이런 2인자 혹은 3인자의 캐릭터를 찾는 것 자체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래서 필자는, 뽑는 기준은 까다롭지만 동시에 임원 임기가 유난히 짧고 조직이 극도로 경쟁적인 (이라고 쓰고 정치적인 이라고 읽는) 성향을 띄고 있는 C1모, D1모, D2모 그룹에서는 정치에 질려버린 '상무급' 인재를, 승진에 인색하고 적은 인원으로 온갖 일들을 다 시켜서 뽕을 뽑는 걸로 유명한 E모, H1모, H2모, M모 그룹에서는 승진과 보상에 목말라 있는 야심찬 '차장' 혹은 '부장급' 인재를 집중적으로 공략한다. 반면 임원들이 맘놓고 길게 다닐 수 있는 안정적인 자유 (혹은 방임)를 제공하는 S1모, S2모, A모, L1모, L2모, C2모 그룹에서는 아무리 뒤져봐야 딱히 업어올만한 CEO 꿈나무가 수년간 발견되지 않았다. 딜이 좀 잠잠할 때나, 형님들 누님들이 뜬금 없이 골프를 치자고 할 때 앞서 말한 그룹을 콕 찍어 일 잘하는 똘똘이 좀 같이 보자고 평소에 해두는게 필자의 별거없는 리크루팅 비법이 되겠다.

팁 3: 실적은 반드시 보상해 주라 - 돈이나 자유로!

마지막으로 필자가 애용하는 작전은, 일단 검증된 경영진들에게는 싶은 신뢰를 바탕으로한 새로운 도전 (즉, 신사업 진출 혹은 M&A 등) 그리고 시의 적절한 보상 (즉, 스톡옵션 혹은 exit 보너스, 멋진 회사 차, 연봉, 다음 포트폴리오로 옮겨 갈 수 있는 비전 등)을 동시에 제공하는 방법이다.

코로나가 잠잠해 지기 얼마 전 만난H모 그룹의 후배 임원F랑 소줏잔을 기울이면서 나는 정말 깜짝 놀랄 만한 일을 알게 되었다. B2C 사업을 담당하던 회사는 코로나로 인한 극심한 내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다같이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의미로 대표이사를 비롯, F를 포함한 일부 임원들이 연봉은 50% 반납하고 보너스는 아라비아의 신비한 숫자인 0%로 동결하고 있었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에서도 (이 정도로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실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CEO가 본인 및 핵심임원들의 임금을 1년간 20-30% 반납한 적이 가끔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실제 재무적 임팩트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시기에 이렇게 똘똘 뭉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측면에서 이렇게 도와준 임원들을 절대 잊지 않고, 실적이 회복 되자마자 (통상 1년 정도 후) 잽싸게 기존 임금 + alpha의 훈훈한 보상 보따리를 풀어 준다. (물론 이런 위기에서 살아남은 임원들은 다음 포트폴리오에서 CEO 후보 0순위이겠지!)

그런데 코로나가 언젠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 요즘에도 F는 절반의 월급만 받으며 말라가고 있었다 (아마 지금도, 세상에나!!!!) 무엇이 진실인지 다 알 수는 없으나, H 모 그룹의 주주이자 대표이사는 따뜻한 배당을 받으며 살면 되는지 연봉을 정상화하고, 재대로 된 보상을 다시 되돌려 주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고, F는 애써 부인했지만 내 눈에는 언제든지 FA시장으로 나올 준비가 된, 검증된 막후 2인자형 CXO 후보로 손색이 없어 보였다!!!

자, 이제 진짜로 3부작을 마무리 해보자.

리더를 고르는 영역, 그 리더를 포함한 조직을 만드는 영역은 다양한 기술들 (KPI이니, 전략이니, 비전이니 등등)을 기초로 실력을 쌓은 후 얻을 수 있는 고난위도 예술의 영역이다. 그래서 KPI 같은 관리 지표는 흉내낼 수 있으나, S급 인재들을 양성하는 CEO 사관학교를 흉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우리 인생은 망한 것이냐?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그만한 재능이 없다면, 우리는 그런 재능이 높은 사람들, 포텐 높은 인재를 육성하는 환경을 갖춘 그룹들 혹은 리더들과 가까이 지내면 된다. 맹모삼천지교가 어렵다면 맹모랑 계라도 같이 하면서 어깨 넘어로 배우고, 맹모가 쓰던 과외 선생님이라도 업어오면 되는 것이다!

투자는 정글이다. 조엘 그린블라트 형님도 이야기 하지 않았나? 월스트리트에서는 밤중에 포근히 이불을 덮어주는 이빨요정이 없다고. 21세기 한국에서도 이 원칙은 변함없다. 정글에서 내가 살아 남아야 나의 귀염둥이 직원들, 가족들을 먹여 살릴 수 있다. 살아남기 위해 강한 멘탈을, 냉철한 가슴을, 과감한 칼질을 할 수 있는 리더가 되라. 내가 그런 사람이 되지 못하면 그런 인재들을 끌어모아라. 모든 이의 사랑을 받는 덕장이란 환상에 불과하다. 지난 수 백년, 수 천년 전과 마찬가지로, 지금은, 때로는 잔인하지만 미래를 보고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군주가 필요할 때다. 지금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란 아무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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