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군대처럼 착착 돌아가는 듯 보였지만 속은 상처투성이였다. 국내외에 깔아놓은 생산라인만 연간 900만 대. 정작 글로벌 판매량은 740만 대 수준에 그쳤다.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빈 채로 돌아가는 ‘공피치’를 다들 멀뚱하게 쳐다봤다. 오랜 판매 부진에다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맞물린 후유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드 보복에 따른 ‘차이나 쇼크’까지 맞닥뜨렸다. 이 와중에 회사 노동조합은 툭하면 파업을 벌였다. 미래마저 불투명했다. 전기차와 수소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늘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5년 전 기자가 출입할 때의 현대자동차그룹 얘기다.상처가 곪아갈 무렵(2018년) 정의선 회장이 그룹 총괄 경영을 떠맡았다. 그는 당시 본지 인터뷰에서 “우리 그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강산이 반쯤 변한 지금, 현대차그룹은 딴판이 됐다. 군대를 떠올리게 했던 양재동 본사엔 ‘넥타이 부대’ 대신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임직원들이 오간다. 순혈주의가 깨지면서 외국이나 경쟁사 출신 임원도 많아졌다. 수시 채용과 인사는 이제 관행이 됐다. 의사결정 체계도 빨라졌다. 예전에 볼 수 없던 선제적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가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
‘환골탈태(換骨奪胎)’는 숫자로 증명되기 시작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에 이어 글로벌 판매 3위를 차지했다. 2010년 포드를 제치고 5위에 오른 지 12년 만이다. 질적으로도 달라졌다. 두 회사의 올 1분기 합산 영업이익(6조4667억원)은 도요타의 실적 추정치(5조710억원)를 크게 뛰어넘었다. 기아의 영업이익률(12.1%.)은 테슬라(11.4%)마저 제쳤다. 모두 사상 처음이다. 이쯤 되다 보니 산업계 안팎에선 현대차그룹의 변신을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은 몇 년 전 사석에서 ‘현대차가 확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다.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그의 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