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생이 쓰던 캔버스로 만든 가방, 낚시조끼 드레스, 쓰레기봉투 크롭톱…. 요즘 뜨는 기상천외한 소재로 만든 패션이다. 업계에선 ‘지속가능 패션’ 또는 ‘재활용 패션’이라고 부른다.
일부 마니아 사이에서 유행하는 흐름이 아니다. 대형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해외 패션위크에 소개되는 등 패션계의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속가능 패션이란 디자인→생산→소비→폐기의 과정을 환경친화적으로 접근한 패션을 말한다. 재활용 소재 사용뿐 아니라 동물복지, 공정무역 등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패션이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2019년 63억5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이던 글로벌 지속가능 패션 시장은 올해 82억5000만달러(약 1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외에선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계열의 스텔라매카트니가 지속가능 패션의 대표 브랜드로 꼽힌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의 딸인 스텔라 매카트니는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를 통해 모피 가죽 등 동물성 소재를 쓰지 않고 수익의 일부를 자선활동에 사용한다.
얼킨은 2014년부터 폐기될 예정인 캔버스를 활용해 가방을 만들며 이름을 알렸다. 지난해 파리패션위크에선 중년 남성이 입다 버렸을 법한 낚시조끼로 드레스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걸그룹 에스파는 얼킨의 재활용 의류를 구입해 최근 새 앨범 포트폴리오를 찍기도 했다. 얼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이성동 얼킨 대표는 “작업을 시작한 초기만 해도 예술계나 일부 마니아가 수집 차원에서 관심을 두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대중적으로 친환경 소재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입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지(韓紙), 선인장, 와인 찌꺼기 등 비(非)동물성 소재로 가죽 의상을 만드는 비건타이거, 버려진 군용 텐트나 공장 작업복으로 패션잡화를 만드는 카네이테이도 지속가능 패션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정부의 지속가능 패션 분야 지원이 늘고 있는 것도 이런 분위기가 확산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매년 10여 개 지속가능 패션 브랜드를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단순 재활용 소재 활용을 넘어 환경, 경영, 사회적 영역에서 ‘지속가능’을 실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지원한다.
최승연 한국콘텐츠진흥원 음악패션산업팀장은 “미래 세대를 생각하는 친환경 의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사회적 가치를 중요시하는 소비 성향이 대두하는 분위기”라며 “지속가능 패션은 패션업계의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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