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엘리펀트보다 더 강한 '매머드 워크'

입력 2023-05-29 18:02   수정 2023-05-30 00:17

영화음악 ‘아기 코끼리의 걸음마’의 영향인지 코끼리 걸음의 어감은 귀엽다. 반면 군사용어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는 무시무시하다. 무기를 최대 장착한 수십~수백 대의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를 하는 훈련이다. 이들이 활주로로 연결되는 택시웨이를 이동하는 모습이 흡사 코끼리 떼 걸음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엘리펀트 워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기 1000여 대가 이륙과 동시에 대형을 유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전투기가 한 대씩 천천히 이륙할 경우 후발 전투기는 편대를 따라잡기 위해 급가속해야 하므로 연료 소모가 많아 비효율적이다. 엘리펀트 워크 대형으로 있던 전투기들은 30초 간격으로 연속 발진한다.

요즘 엘리펀트 워크는 전투기 편대 개념을 넘어 군사력 과시나 적 응징 의지를 드러내는 메시지로도 활용된다. 활주로를 가득 메운 전투기들의 위용이 담긴 영상과 사진을 통해 적에게 경고를 날리는 것이다. 미국 공군이 북한이나 이란 등 적성 국가의 도발 위협이 있으면 엘리펀트 워크 훈련 장면을 공개하는 것도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미국과 패권 경쟁 중인 중국도 최신예 전투기들의 지상 활주 훈련 사진을 내보낸다. 엘리펀트 워크에 맞서 ‘잠룡만보(潛龍慢步: 물속 용의 여유 있는 걸음)’라고 이름 붙였다.

미 공군 제51전투비행단과 제8전투비행단 등이 이달 초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에서 수십 대의 전투기를 동원해 실시한 엘리펀트 워크 사진이 얼마 전 공개됐다. 사진 공개 시점으로 볼 때 이달 31일~다음달 11일로 예고된 북한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앞둔 대북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미 공군은 이번 훈련을 코끼리보다 몸집이 훨씬 큰 ‘매머드(mammoth) 워크’ 훈련이라고 명명했다. 여러 부대가 참여했다고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더 강력한 대한민국 수호 의지로도 읽힌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북한은 총 43번이나 미사일 도발을 했지만, 엘리펀트 워크 훈련은 딱 한 차례 있었다. 그것도 퇴임을 불과 한 달 보름가량 앞두고서다. 허약해졌던 코끼리가 더 크고 강한 매머드로 돌아와 든든하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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