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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에 올가미 두르고 레드카펫 밟은 모델, 드레스에 숨은 뜻

입력 2023-05-31 11:42   수정 2023-06-26 00:01


이란 출신 모델이 제76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에서 올가미를 목에 두른 듯한 드레스를 입어 주목받았다.

미국 폭스뉴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계 미국인 마흘라가 자베리(33)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행사장에 목 부근이 올가미 모양으로 된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드레스 자락에는 '처형을 중단하라(STOP EXECUTIONO)'는 문구가 적혀 있었는데, 이는 최근 이란 정국을 비판하고 전 세계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이란은 교수형 집행이 많이 이루어지는 나라 중 하나다. 국제연합(UN)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582명에 대한 사형이 집행됐다. 지난해 333명과 비교해도 수치가 크게 늘었다.

특히 교수형을 당하는 사례에는 반정부 시위자들도 포함돼 있다. 이란에서는 지난해 9월 20대 여성이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의문사한 뒤 이에 반발하는 시위가 한창이다.

지난 3월까지 최소 2만2000여명의 시위 참가자들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일부는 공개 처형을 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20대 시위 참가자가 교수형을 당한 모습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영상으로 올라오기도 했다.

영화제 이후 자베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란 사람들에게 바친다"며 올가미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영상 배경음은 이란 반정부 시위를 지지하는 노래였다.

이를 본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마이클 도란 선임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영화제에서 눈길을 끄는 시위였다. 자베리의 드레스는 이란의 잔인한 처형 문제를 환기했다"고 호평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 역시 "올해에만 이란에서 2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정치에서 다수가 여성이었다면 더 이상 전쟁은 없었을 것"이라며 자베리를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자베리의 행동을 두고 "정치적"이라거나 "과도한 관심 끌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자베리는 "이란 사람들이 겪는 부당한 처형에 대한 관심을 끌기 위해 입은 것"이라며 "영화제에서는 정치적 발언이 금지돼 드레스 뒷면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올가미의 의미는 잘 전달됐다"고 밝혔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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