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문화자산과 첨단기술 융합…경북, 차세대 소프트파워 창출

입력 2023-05-31 16:12   수정 2023-05-31 20:00

‘경주 꼭 가야 할 곳’ ‘대릉원 스폿 찍기 성공’ ‘대기 줄이 끊이지 않는 목련 포토존’ ‘역사와 한 컷’ ‘왕릉에다 어떻게 미디어아트 할 생각을 했을까’ ‘하도 수학여행으로 많이 가서 고리타분한 곳이라 생각했는데 기획하신 분도 허가한 경주시도 정말 멋진 결정 하셨네요’

요즘 국내 여행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경주 대릉원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후기들이다. ‘무덤 뷰’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대릉원은 지난달 4일부터 무료 개방되면서 시작한 그로테스크한 미디어아트 쇼 ‘대릉원 녹턴’이 경주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문화유산을 활용한 K-관광의 새 시대를 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0만㎡의 광대한 면적에 미추왕릉 등 23기의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문화유산이 과학과 예술, 뛰어난 기획력, 창의성과 만났을 때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경주 관광의 패러다임 바꾼 미디어아트 ‘대릉원 녹턴’
김성학 경주시 부시장은 “대릉원은 연접한 황리단길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곳이었지만 대릉원 미디어아트가 열리면서 가족은 물론 MZ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 경주 관광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았다”고 말했다.

‘대릉원 녹턴’은 천마총과 황남대총 발굴 50주년을 맞아 경상북도와 경주시가 문화재청이 공모한 문화유산 활용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된 사업이다. 문화유산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떠올랐다.

경북도는 경북이 가진 세계적인 문화유산과 뛰어난 자연자산, 그리고 한글과 한식 한옥 한복 등을 미래 소프트파워로 만들어 새로운 지방시대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데 본격 나선다고 1일 발표했다. 경북도는 지난 3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경북의 차세대 소프트파워 창출에 관한 연구용역을 마쳤다.

안성렬 경북도 미래기획단장은 “국가 간의 개념으로 활용됐던 소프트파워가 이제는 지방정부 또는 도시에도 적용되고 있다”며 “소프트파워의 핵심은 도시의 매력을 높이자는 것인데 경북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현대인들이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 등 미래가치로 연결해야 한다 ”고 말했다.
차세대 소프트파워 창출에 본격 나선 경상북도
소프트파워는 하버드대 국제정치학자인 조셉 나이가 1990년대 최초로 형성한 개념이다. 군사력, 정치력, 경제력에 기초하는 하드파워가 아닌 국가나 공동체 개인이 발산하는 매력을 통해 바라는 것을 획득하는 힘을 말한다. 교육, 학문, 예술, 문화처럼 대체로 인간의 이성 및 감성적인 능력을 포함하는 문화적 힘을 의미한다.

올 연초부터 ‘경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지방시대’를 주창하고 있는 이철우 경북지사는 안동소주의 세계화, 하회마을, 양동마을을 모델로 한 천년 건축 등 경북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한 미래가치 창출에 열정을 보이고 있다. 2030년 대구경북신공항 시대에 대비해 ‘경북이 주도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 지사는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K팝 등 한류 가운데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드라마나 영화로 아는데 1위는 K푸드”라며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 등 경북에 전해오는 조리서가 한식의 기초고, 이 가운데 40%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통주 등 술에 관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세계적으로 고급 증류주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경북의 기록유산인 전통 조리서에 기초해 전통주 명품화에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박성호 밀과노닐다 대표는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정보공학을 전공한 뒤 서울에서 IT기업을 운영하다 2007년 안동의 아름다운 맹개마을에 정착해 약 10만㎡의 밀 농사를 짓고 있다. 박 대표는 수운잡방에 나오는 밀소주를 K-위스키로 만들어 국내는 물론 세계 주류시장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경북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한 창업기업의 대표사례다.

박 대표가 만든 진맥소주는 202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국제주류품평회에서 진맥소주 53도는 ‘더블 골드’를, 진맥소주 40도는 ‘골드’메달을 수상했다. 위스키로서의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안동소주의 명품화도 진행되고 있다. 박 대표는 “‘시인의 바위’라고 명명한 진맥소주 캐스크랭스(물을 타지 않은 원액)는 500mL 한 병에 23만원에 판매하는데 한 번에 100병을 생산하면 하루 만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안동소주도 K컬처의 엔진을 업고 본격적인 고가화, 수출상품화에 나서야 할 때”라며 “증류장과 숙성고를 확대해 지난해 10억원인 매출을 5년 안에 100억원대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 지사는 연초 스카치위스키의 본고장인 스코틀랜드를 안동소주 제조업체들과 방문해 안동소주 세계화를 위한 전략을 구상하고 경북도, 안동시, 업계, 학계가 참여하는 안동소주 세계화 TF를 만들었다. 안동소주 세계화가 추진되면서 경북에 안동소주와 관련한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매출 1027억원으로 국내 최대 와인 유통업체인 나라셀라(대표 마승철)는 안동시에 30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안동소주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양해각서를 지난달 1일 경북도와 체결했다.
이제는 ‘스웨덴이 만든 한식’ 등 문화 수용 주의로 가야

김민석 경북도 정책실장은 “지방이 어렵다고 너무 먹고사는 문제에만 급급하다 보면 방향을 잃게 된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역사적으로 축적해온 우리의 가치와 문화유산, 정신 자산 등 소프트파워의 원천을 돌아보고 이를 미래 지향적, 창의적으로 적용하고 연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철균 경북연구원장은 “BBC가 한국을 조용한 문화 초강대국(Silent Cultural Superpower)이라고 했듯이 이제는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문화변방국 시대는 지났다”며 “스웨덴의 K팝, 스웨덴이 만든 한식처럼 세계가 원하는 한류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내놓는 ‘문화 수용주의적 전략’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유 원장은 “187개국 한류 팬덤 커뮤니티에서 생산되는 문화를 알고 수용해야 경북과 한국의 미래가 열린다”며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산업혁명 기술 분야에서 경북의 소프트파워 자산을 활용해 성공하는 기업과 상품 서비스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주,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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