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서 분사한 아너, 스마트폰 칩 독자개발 착수…美 제재 우회?

입력 2023-06-02 11:01   수정 2023-06-02 11:03

화웨이에서 분사한 스마트폰 업체 아너가 독자적으로 핵심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섰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로 스마트폰 사업을 대폭 축소하면서 관련 반도체 설계도 사실상 접었다. 아너가 그 자리를 메꾸는 것은 미국 제재를 우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아너의 100% 자회사인 상하이아너인텔리전트테크가 지난달 31일 상하이 린강자유무역구에 자본금 1억위안(약 184억원)으로 법인 등록을 마쳤다. 이 회사는 반도체 칩 설계와 판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사업 목적으로 내걸었다.

아너는 이 계열사가 중국 내 5개 연구개발(R&D) 거점 중 하나가 될 것이며, 핵심 소프트웨어와 통신 및 그래픽 칩을 개발하는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너는 베이징, 선전, 시안, 난징에도 연구소를 보유하고 있다.

아너가 반도체 설계전문회사(팹리스)를 설립한 것은 중국 선두 스마트폰 기업인 오포가 최근 팹리스 자회사 문을 닫은 것과 대비되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포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쩌쿠는 지난달 초 갑작스럽게 폐업했으며, 3000여명에 달하는 개발자도 일자리를 잃었다.

오포가 반도체 설계 사업을 포기한 이유로는 먼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가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4㎚(나노미터·10억분의 1m)급 또는 그 이상의 성능을 내는 로직 칩을 생산할 때 쓰이는 반도체 장비 등을 중국 기업에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 때문에 중국 팹리스가 자신이 설계한 반도체를 제조해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를 찾는 게 어려워졌다.

미국의 수출 통제는 중국 대표 기업인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일반화한 성격이 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 세계 2위까지 올랐지만 미국의 기술이 들어간 제품을 미국 정부의 허가 없이는 구매할 수 없는 제재를 받은 이후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포기했다.

화웨이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개발을 자회사인 팹리스 하이실리콘에 맡겼다. 하이실리콘은 2020년에 이미 5㎚급 AP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화웨이는 핵심 반도체 생산을 세계 1위 파운드리인 대만 TSMC에 의존했다. 미국 제재로 TSMC가 화웨이와 하이실리콘의 주문을 받지 않으면서 하이실리콘의 첨단 반도체는 무용지물이 됐다.

하이실리콘 소속 엔지니어들은 중국 국유 반도체 기업인 칭화유니, 오포 등으로 대거 이직했다. 오포 계열 팹리스인 쩌쿠로 갔던 개발자들은 이번에 설립된 아너 계열 팹리스로 다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화웨이 출신 엔지니어가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다.

화웨이는 2020년 11월 아너를 선전시 정부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에 1000억위안(약 18조원)가량을 받고 팔았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는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며, 미국 퀄컴, 대만 미디어텍 등에서 AP를 구매하고 있다.

자오밍 아너 최고경영자(CEO)는 "자체 개발한 칩과 외부에서 조달한 칩의 비율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정하게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너는 지난해 전년 대비 30% 늘어난 522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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