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런 것도 팔아?"…'제니' 앞세운 이유 있었네

입력 2023-06-03 20:00  

특정 카테고리에 전문화한 버티컬 커머스(전문몰)의 영역 확장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원래 '잘하는 한 가지'를 파는 게 버티컬 커머스 모델이었지만 달라지는 추세다. 추가 성장을 위한 소비자 확보에 나서기 위한 흐름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고성장세를 보인 전문몰의 거래액 추이는 올해 들어 다소 주춤한 모양새다.
"놓치지 않을 거예요"…항공권·골프 예약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영역 확장에 나선 버티컬 커머스는 패션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의류, 잡화류를 중심으로 충성고객을 끌어모은 패션 쇼핑몰들이 식품과 가전, 여행 등까지 서비스를 넓히고 있다.

패션기업 LF가 운영하는 온라인쇼핑몰 'LF몰'은 지난 2일 실시간 해외골프 예약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초 선보인 항공권 예약을 필두로 여행 영역 서비스 추가에 공격적으로 나섰다. 앞서 2018년 리빙관을 열면서 가구, 식품으로 영역을 넓힌 LF몰은 2019년 가전을 추가했고 올해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과 함께 수요가 급증한 여행 서비스도 시작했다.

LF는 항공·호텔 예약에 사용되는 시스템(GDS)을 골프에 접목한 골프테크기업 에이지엘(AGL)과 손잡고 실시간 해외골프 예약서비스를 운영한다. LF몰은 향후 해당 쇼핑몰에서 제공하는 항공 서비스, 숙박 상품 등과 연계한 해외 골프 패키지 상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LF몰 관계자는 "해외 골프 예약부터 관련용품 구매까지 LF몰에서 원스톱으로 할 수 있다. 올해 들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의 진화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패션 쇼핑몰과 플랫폼은 영역 확장 공세를 펴고 있다.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는 일찌감치 화장품, 휴대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가구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에센셜 짝퉁(가품) 티셔츠' 공방으로 공신력에 타격을 입은 명품 전문관 '무신사 부티크' 역시 명품 사업 확장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다. 1000만명이 넘는 회원을 거느린 무신사는 제조기업 입장에선 MZ(밀레니얼+Z)세대를 위한 제품의 '테스트 베드'로 간주된다. 일례로 LG생활건강이 지난해 개발한 미니 타투 프린터(제품명 임프린투)는 국내에서는 지난달 초 무신사에서 단독 출시된 상태다.

여성 패션 플랫폼 W컨셉 역시 지난해부터 가전, 여행, 펫(반려동물) 등으로 라이프스타일 영역 확장 흐름에 편승했다. 패션 쇼핑몰 에이블리도 디지털?미니가전에 이어 지난해 4분기 식품 카테고리를 추가하고 '모바일 편의점'을 표방하고 나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온라인쇼핑몰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우 고가 가전 카테고리를 강화하고 있다. 해당 쇼핑몰의 지난해 고가 가전 카테고리 매출은 직전해보다 15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 중심 장보기 앱으로 시작한 '마켓컬리'(컬리)는 경우 가전, 숙박 등에 이어 지난해부터 화장품을 밀고 있다. 지난해 11월 화장품 버티컬 '뷰티 컬리'를 론칭하고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기용해 주목받았다. 이후 컬리는 로레알코리아와 단독 구성 상품을 위한 협약을 맺는 등 경쟁력 강화에 나선 상태다.
'동반 구매' 효과 노리는 버티컬 플랫폼
업계에선 기존에 확보한 고객의 새로운 상품군 동반 구매를 노리는 버티컬 커머스의 영역 확장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의류 등을 구입하기 위해 빈번하게 플랫폼에 방문하는 충성 고객들이 해당 쇼핑몰에서 다른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상품 다변화로 인한 거래액 확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뷰티컬리에 대해 "화장품은 식품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3배 이상 높고 컬리의 기존 물류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외형 및 이익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컬리의 주요 고객층 연령대는 30~40대 여성으로, 럭셔리 화장품 시장의 주요 고객층과 연령대가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몰의 성장세 둔화를 고려한 움직임이란 목소리도 있다. 버티컬 플랫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거치며 두드러지게 성장한 온라인쇼핑 분야로 꼽힌다. 전문몰 거래액은 지난해 종합몰보다 두드러지는 고성장세를 보였으나 성장세가 올 들어 둔화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전문몰 거래액은 77조2710억원으로 전년보다 16.4% 늘었다. 이는 해당 기간 종합몰 거래액 증가율(7.1%)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의 성장세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온라인쇼핑 전문몰 거래액은 19조7740억원(추정치)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1분기 종합몰 거래액이 6.3% 늘어난 34조1443억원(추정치)을 기록한 점에 비춰 눈에 띄게 둔화했다.

가전과 배달앱 등 음식서비스 전문몰 거래액 감소가 두드러졌고, 패션 전문몰은 성장세가 둔화된 흐름을 보였다.


가전과 도서 전문몰 거래액의 경우 지난해 1분기보다 각각 13.6%, 7.7% 감소한 1조2601억원, 4127억원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가전?전자 전문몰 거래액이 2958억원을 기록해 40% 급감했고, 컴퓨터 및 주변기기 전문몰 거래액도 9% 감소한 6554억원에 그쳤다. 배달앱 등 음식서비스 거래액도 8.7% 감소한 6조4795억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패션 전문몰 거래액은 4조872억원으로 7.2% 늘어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지난해 연간 거래액 증가율(14.7%)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었다.

전문몰의 영역 확장 공세 가운데 반대로 종합몰은 전문관을 확충하며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1번가는 연초부터 신선식품(신선밥상), 명품(우아럭스), 리퍼(리퍼브리) 관련 전문관을 선보이며 버티컬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그룹 이커머스 SSG닷컴의 경우 명품, 패션 전문관을 만들었다. 롯데쇼핑의 온라인쇼핑몰 롯데온은 지난 4월 프리미엄 아동복 전문관인 '온앤더키즈'를 시작했다. 지난해 선보인 화장품(온앤더뷰티), 명품(온앤더럭셔리), 패션(온앤더패션) 전문몰에 이은 네 번째 전문관이다.

일부 종합몰은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롯데온은 버티컬 커머스 중심 손익 구조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1분기 버티컬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4% 늘었고, 매출 비중은 롯데온의 33%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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