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통장 어디있지?"…"당신이 해지했잖아"

입력 2023-06-11 10:27   수정 2023-06-11 10:29

경기도 김포시에 살고 있는 윤모씨. 최근 1주택자도 청약할만한 아파트가 있다는 정보에 청약홈에 접속했다가 깜짝 놀랐다. 청약통장이 없다고 나와서다. 부인에게 물어보니 통수가 얼얼한 답이 돌아왔다. "작년에 집값 떨어지는 와중에 금리가 올라서 대출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잖아. 그랬더니 당신이 뭐라고 했어. 금리 2%대 밖에 안되는 청약통장을 해지하라고 했잖아. 집은 하나 있고 집값 떨어지니 더 살일 없을거라고. 지금에와서 무슨 엉뚱한 소리야." 윤씨는 "청약통장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작년에 충동적으로 없애버렸다"며 "늘상 청약통장은 갖고 있다고 생각하다보니 해지한 것도 잊고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을 시작으로 집값이 반등하면서 청약시장도 반전을 맞고 있다. 청약경쟁률이 상승하고 있고, 고분양가로 여겨졌던 단지들도 완판(완전판매)를 나타내고 있다. 미계약으로 무순위까지 밀리는 아파트들도 사라지고 있다. 추첨이나 기타지역의 경쟁률을 수직상승하면서 '청약통장'이 필요한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윤씨와 같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에서 청약통장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대의 금리였던데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분양시장도 위축됐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줄어들다보니 청약통장은 줄게 됐다. 정부가 청약기준을 완화했음에도 연초의 청약통장 사용은 저조했다.

1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4월말 기준으로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수는 2600만3702명으로 10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 1월 말(2623만6647)과 비교하면 23만2945명 줄었고, 작년 7월(2701만9253명)과 비교하면 102만8209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했다. 서울만은 4월들어 다소 증가했지만, 수요자들은 저금리에 수백만원을 청약통장에 가만두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달부터 청약시장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쟁률이 상승하는 것은 물론 계약률도 높아지면서, 무순위로 나오는 단지가 줄고 있다. 해지했던 청약통장이 생각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른바 '돈버는 아파트'에는 청약통장들이 수만개 몰리고 있다. GS건설이 파주 운정신도시에 선보이는 '운정자이 시그니처' 1순위 청약에서는 650가구 모집에 4만1802명이 통장을 던졌다. 앞서 진행됐던 특별공급에서는 347가구 모집에 3512건의 접수가 이뤄져 평균 10.12대 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988가구 대단지 아파트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서울 서대문구에 공급하는 'DMC 가재울 아이파크'의 1순위 평균경쟁률은 89.85대의 1에 달했다. 52가구 모집하는데 총 4672건이 접수됐다. 전용면적 59㎡A형의 경쟁률은 무려 116.36대 1이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약통장이 필요없는 무순위 경쟁률은 더 높아지고 있다. 리얼투데이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국에서 무순위 청약으로 나온 아파트 1922가구였는데 신청자는 19만2820명에 달해 평균 경쟁률은 100.3대 1을 기록했다. 작년 하반기(7∼12월) 전국에서 7623가구 모집에 11만7932명이 신청해 15.5대 1의 경쟁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배 넘게 상승한 셈이다.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높았던 곳은 '수도권'에서 '시세 차익'이 기대되는 아파트들이 대부분이었다. 경기 평택·과천, 세종 등에서 분양가 상한제로 공급됐던 아파트들이었다. 지난 1월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세종 한신더휴 리저브2(1-5생활권HO1블록)는 1가구 모집에 1만200명이 몰렸다. 경기 평택시 평택지제역자이 무순위 4가구에는 5만7434명이 신청했다. 경기 과천시 과천에서 공급했던 아파트에도 수천명이 몰렸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통장을 섣불리 해지하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청약통장은 자산을 불리는 목적보다는 '자격요건을 유지한다'는 개념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며 "청약제도에 따라 통장의 활용도가 달라지는 점을 고려하고 관심있는 아파트의 입주자 모집공고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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