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라이프이스트-구건서의 은퇴사용설명서] 시골살이, 5도2촌부터 시작하자

입력 2023-06-07 16:10   수정 2023-06-07 16:11


시골살이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지, 유토피아가 아니다. 특히 살아오던 생활 터전을 바꾸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 일이다. 하물며 도시인이 시골살이, 산골살이를 한다는 것은 삶의 근본이 흔들릴 수도 있는 큰일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큰일을 준비 없이 시작한다는 것은 이미 ‘실패를 준비한 것’과 같다. 그래서 시골살이, 산골살이는 ‘5도2촌(五都二村)’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글자 그대로 일주일 중 닷새는 도시에서, 이틀은 시골에서 살아본다는 신조어이다. 일종의 적응 기간인 셈이다. 누구나 새로운 직장에 입사하면 3개월 정도의 수습기간이나 시용기간을 거쳐야 하듯이 도시인들이 시골에 천천히 적응하는 5도2촌의 생활은 어찌 보면 필수적인 과정이기도 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21 농업, 농촌 국민 의식조사’를 인용해 보더라도 확인되는 사안이다. 도시지역과 농산어촌 지역 모두에 생활거점을 두고, 도시지역이나 시골에서 생활하는 복수 거점 생활(듀얼 라이프)을 선호한다는 응답(49%)이 도시지역에서 농산어촌 지역으로 생활 거점을 옮기는 정주(47%)보다 조금 높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또한 도시의 번잡함과 사람으로부터의 스트레스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피난처로서 젊은이들도 주말에는 시골생활, 산골생활을 선호하기도 한다. 단순한 여행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골에 조그만 근거지를 마련하고 주말에는 자신의 아지트로 떠나는 라이프스타일도 유행한다. 대부분의 직장이 토, 일요일은 ‘노는 날(휴무일 또는 휴일)’로 정하고 있으며, 심지어 1주일에 4일만 근무하는 직장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보면 이제 5도2촌은 대세가 되었다고 봐도 된다. 출근을 하지 않는 자유직업자나 프리랜서라면 더욱 잘 어울린다.
필자도 약 15년 정도 5도2촌을 경험했다. 노사관계와 노동법에 대한 강의, 자문, 컨설팅이 주된 일이다 보니 고객사가 대부분 서울에 있기 때문에 주중에는 서울에서 본업에 충실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신선마을로 내려가 농사도 짓고 잔디밭도 가꾸는 생활을 했다. 주변에 사는 이웃들도 마찬가지로 토요일에 내려와 일요일에 올라가든지 아니면 월요일에 곧바로 직장으로 출근하기도 했다. 그래서 신선마을은 주말만 시끌벅적하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적막강산이 된다. 이웃과 함께 야외 파티를 열기도 하고, 커피도 나누어 마시면서 살아가는 얘기를 한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텃밭도 열심히 가꾸어 각종 채소를 비롯해서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수확해서 함께 나누어 먹는다.

나이 들어가면서 전문직의 특성상 일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차츰 일을 줄여나가면서 5도2촌이 4도3촌으로, 다시 3도4촌을 거쳐 2도 5촌으로 변해간다. 시골생활에 몸과 마음이 적응이 되었으므로 이 시점에서는 시골에 완전히 정주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래도 1주일에 하루나 이틀 정도는 도시의 번잡함을 경험하는 것도 괜찮다. 필자는 가끔 서울에서 강의 요청이 있어서 올라가기도 하고, 또 친구들과 모임 덕분에 강남이나 종로 통을 걸어보기도 한다. 이미 시골생활에 젖어서 그런지 빨리 내려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을 타고 매일 출퇴근을 하는 도시인들이 서글퍼 보이는 것은 나만의 어줍지 않은 감성이려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시골살이, 산골살이도 미리 준비하고 천천히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필요하다면 먼저 경험한 선배(나이가 많고 적음을 떠나 먼저 살아본 사람)를 찾아 조언을 청하거나 코칭을 받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세 사람이 걸어가면 그 중 반드시 배울 사람이 있기 마련이니까(논어, 三人行 必有我師)

<한경닷컴 The Lifeist> 구건서 심심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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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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