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6·25 용사에 보은행사… 생존자 계실 때까지 이어갈 것"

입력 2023-06-05 14:53   수정 2023-06-05 16:02



2007년 1월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는 마틴 루터킹재단에서 수여하는 국제평화상을 받기 위해 미국을 찾았다. 시상식 전야제에서 흑인 노병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 씨가 소 목사에게 다가왔다. "한국에서 왔나요. 저는 6·25때 의정부에서 싸웠어요." 그는 왼쪽 허리춤을 걷어 총에 맞아 생긴 상처를 보여줬다. "전쟁터였던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데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소 목사는 곧장 카펫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올렸다. 소 목사는 "제가 한국으로 모시겠다"며 "혼자 오시면 고독하니 친구분들과 오시라"고 약속했다. 그 해부터 시작한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17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 행사에 참석한 국내외 참전용사와 그들의 가족은 지금껏 6000여명에 달한다.

소 목사는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 관련 기자 간담회를 갖고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는 평화와 자유, 신앙생활을 누릴 수 없었다"며 "참전용사들이 오셔서 눈물을 흘리며 '우리를 기억해주는 나라는 대한민국밖에 없다'고 할 때, 그런 한 마디가 행사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새에덴교회와 한민족평화나눔재단이 주최하고, 국가보훈부와 대한민국 재향군인회(KVA)가 후원한다.

새에덴교회는 2007년부터 국내외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17년째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정부 주관 6·25 기념행사와 별도로 열리는 순수 민간 차원의 호국보훈 행사다. 한 회 행사마다 비용은 약 십억원에 달한다. 교회 성도들의 헌금으로 예산을 마련한다.



올해도 오는 17일부터 22일까지 6명의 미국 참전용사와 그 가족 등 47명, 한국 참전용사 150명 등 200명을 초청해 기념행사를 연다.

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한·미 참전용사가 함께 모이는 대면 행사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2020~2021년에는 줌 등을 활용해 비대면 행사를 이어갔고, 지난해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각각 행사를 진행했다. 참전용사들이 90대 초고령인 걸 감안해 내년부터는 미국 등 참전국을 찾아가는 현지 행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소 목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렇게까지 행사를 해야 하나' 고민할 때도 있었지만, 참전용사분들이 지상에 한분 계시더라도 감사의 마음을 계속해 전할 것"이라고 했다.

소 목사는 "보훈의 가치를 존중하는 나라일수록 국격이 올라간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참전용사들을 모실 때 금일봉을 드리면 봉투를 쥐고 울거나 젊은 목사에게 큰절을 하는 분도 있다"며 "국가유공자와 그 가족을 위한 지원이 좀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번에 한국을 찾는 미국 참전용사 중에는 21살에 6·25에 참전했던 폴 헨리 커닝햄 전 한국전참전용사회장(93)도 있다.

지난 4월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했을 때 한미동행 70주년 기념 오찬행사에서 태극무공훈장을 수훈흔 고(故) 발도메로 로페즈 미 해군 중위의 유가족도 방한한다. 로페즈 중위는 인천상륙작전 중 기관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채 끝까지 대항하다 수류탄을 자신의 몸으로 덮쳐 전우들의 목숨을 지켜냈다.



5박 6일간 참석자들은 현충원, 군 부대를 찾고 파주 전망대, 롯데월드타워 등 한국의 변화상도 확인하게 된다. 18일 오후 4시에는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에서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와 환영 만찬을 갖는다. 19일에는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 헌화, 해병대사령부 의장대 사열, 평택 해군 2함대 방문과 천안함 견학이 있다. 20일에는 평택 미 8군사령부 방문하고 파주 도라전망대를 견학한 뒤 롯데월드타워를 관람한다. 21일에는 용산 전쟁기념관 전사자 명비 헌화와 특전사령부 방문과 환송 만찬이 예정돼 있다.

18일 새에덴교회에서 참전용사와 가족, 내외빈과 성도 등 약 5000명이 참여하는 ‘6·25전쟁 제73주년 상기 및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과 미전몰 장병 추모예배’는 이철휘 장로(예비역 육군대장)의 사회로 진행될 예정이다. 1회부터 준비위원장을 맡아온 김종대 장로(예비역 해군소장)가 전사자와 실종자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전몰장병 추모 의식도 연다. 새에덴교회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지난달 28일에는 교회 어린이 1000명이 참여한 ‘6.25 참전용사에 감사의 편지쓰기’ 행사도 가졌다.

새에덴교회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은 양국 간의 동맹 강화와 우호 증진을 응원하기 위해 올해 한·미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에 참여한 양국 참전용사들의 서명록을 동(銅)판으로 제작해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올해 초청행사는 구순이 넘은 참전용사들의 마지막 방한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감안해 교회는 초청된 6명의 참전용사와 4명의 전사자, 12명의 실종자 등 총 22명의 개개인의 참전 관련 수기와 사진을 편집해 ‘한국전 참전 수기록 기념책자(위대한 헌신, 자유의 꽃을 피우다)’를 발간, 배포할 계획이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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