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미술의 두 거장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 워홀의 협업 작품이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재회했다. 두 작가는 1983년에서 1985년까지 160여 점의 작품을 함께 작업했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공동 서명이 들어간 작품들을 포함, 300여 점에 이르는 작품이 11개 전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전시의 제목은 ‘바스키아×워홀, 4개의 손으로 그린 그림(PAINTING FOUR HANDS)’이다. 오는 8월 28일까지 계속된다.

복싱 글러브를 끼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바스키아와 워홀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선명한 색감의 전시 포스터는 1985년 9월 14일 토니 샤프라치의 미국 뉴욕 갤러리에서 열렸던 두 작가의 첫 협업 전시 포스터와 비슷하게 제작됐다. 당시 전시 홍보를 위해 복싱을 콘셉트로 촬영된 사진으로, 두 팔을 치켜든 포즈에서 두 작가 사이의 동지애와 팽팽한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진다.
1970년대 후반, 그리니치빌리지 길거리에서 ‘세이모(SAMO)’라는 그룹명으로 활동하던 바스키아를 워홀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만나게 된 것은 워홀과 바스키아의 미술품 중개인이자 갤러리스트였던 브루노 비쇼프버거 때문이다. 1982년 10월 4일 그의 주선으로 두 작가는 함께 점심을 먹었고, 식사 후 바스키아는 자신의 작업실에 돌아가 두 시간 만에 그린 워홀과 자신의 초상화를 워홀에게 선물했다. 물감이 다 마르기도 전 워홀의 팩토리에 도착한 그 그림이 바로 현대미술에서 손꼽히는 대작 ‘도스카베자스(Dos Cabezas)’다. 둘의 관계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초창기 이들은 비쇼프버거의 제안으로 프란체스코 클레멘테와 함께 작품을 공동 제작했다. 세 아티스트는 1983년 말부터 10여 점의 작품을 함께 완성했으나, 이후 바스키아와 워홀 두 명만 공동으로 작업했다. 워홀은 바스키아의 오래된 우상이자, 팝아트의 대가로 이미 미술계에서 영향력 있는 예술가로 자리매김한 인물. 바스키아는 사회적 메시지를 자유롭고 과감한 표현력으로 담아내는 신예로 뉴욕에서 급부상 중이었다.
두 사람의 사회적 힘의 구조는 차이가 났지만, 예술가로서는 대등한 관계였다. 공동 작업은 종종 워홀로부터 시작됐다. 워홀이 먼저 뉴스 기사, 상품 로고 등의 모티브를 제공하면 그 위에 바스키아가 더하고 제거하는 식으로 덧칠했다. 바스키아가 먼저 채색을 시작할 때도 있었다.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예술적 교류 방식에 정해진 틀은 없었다.


워홀은 “가장 성공적인 협업 그림은 누가 어떤 부분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그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1 전시장에 전시된 ‘Collaboration(Dollar Sign, Don’t Tread on Me)’에는 익숙한 기호와 글씨체가 겹쳐 있다. 자본주의와 상업주의 상징으로 워홀의 작품에 많이 등장한 달러 기호 위에 바스키아는 ‘나를 밟지 마십시오(Don’t Tread on Me)’라는 문구와 뱀을 추가했다. 뱀은 당시 자유주의 슬로건이자 상징이었다. 다른 색감과 구도로 표현된 세 점의 작업에서 자본주의에 대한 두 작가의 상반된 세계관이 교차한다. 자본주의를 비판한 바스키아와 사업가이자 상업적 예술가의 면모를 보여줬던 워홀의 가치관이 대조적인 색감으로 구현됐다.
전시장의 많은 작품은 두 작가 각자의 예술적 가치관과 표현적 특징이 도드라지면서 함께 조화를 이룬다. 워홀은 다수의 그림에 파란색 제너럴일렉트릭(GE) 로고를 그려 넣었는데, 이 브랜드는 미국식 생활 방식을 보여주는 아이콘 중 하나였다. 1950년대 거의 모든 가정에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워홀은 대중에게 친숙한 일상 물건을 소재로 선택함으로써 소비문화의 시대상을 팝아트적으로 표현했다.
워홀이 채택한 상품 로고, 신문 텍스트 주위에는 바스키아가 그려 넣은 흑인 인물과 아프리칸 마스크, 흑인을 비하하는 말인 ‘Negro’라는 문구들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바스키아는 인종차별의 구조적 문제, 그로 인한 세간의 사건, 죽음의 두려움 등의 주제를 특유의 인물 표현과 색감, 텍스트로 표현했다.
바스키아 또한 워홀의 영향으로 아이디어와 작업 진행에서 큰 성취를 이뤘다. 두 작가의 공동 프로젝트는 비단 작업을 함께 해나가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대화의 방식이자 두 세계의 더 큰 확장이 일어나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두 예술가의 친구였던 키스 해링은 네 개의 손이 그린 그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두 개의 비범한 정신이 결합해 독특하고 완전히 다른 ‘제3의 정신’을 창조했다.”
신미래 아르떼 파리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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