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앤컴퍼니도 글로벌 의료기기에 베팅…루트로닉 공개매수 성공할까[딜 인사이드]

입력 2023-06-09 16:41  

이 기사는 06월 09일 16:4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가 코스닥 미용의료기기 업체 루트로닉을 인수하기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루트로닉은 공개매수가 발표된 9일 13.68% 오른 3만6150원에 마감하면서 공개매수가에 근접했다. 이번 루트로닉 인수합병(M&A)도 오스템임플란트, SM엔터테인먼트 사례와 같이 대주주와 소액주주 지분을 동일한 가격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M&A 시장에서 몸값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기업가치 약 1조원 평가
한앤컴퍼니는 이날 특수목적법인(SPC) 한앤코23호주식회사를 통해 다음 달 14일까지 루트로닉 주식을 공개매수한다고 밝혔다. 보통주 2093만256주(77.85%)를 주당 3만6700원에 사들이겠다고 밝혔다. 전환우선주 14만4680주에 대해선 주당 5만2428원에 공개매수한다. 약 7800억원 규모다.

한앤컴퍼니는 최대 주주인 황해령 루트로닉 회장(67)이 보유한 지분 전량인 19.33%도 주당 3만670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보통주 512만2018주와 전환우선주 1만7000주 등 총 1889억원 규모다. 모든 주주가 공개매수에 응하면 한앤컴퍼니는 96.9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창업자인 황 회장이 은퇴를 앞두고 가업 승계와 전문경영인 체제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했지만, 상황이 여의찮아 보이자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지분 매각 후 대표집행임원(CEO)을 맡아 인수 후 통합 작업을 총괄하고 경영에 참여할 예정이다.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을 인수해 완전 자회사로 만든 후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비상장사인 상태에서 기업가치를 높여 글로벌 헬스케어기업에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매각설 유출로 주가 선반영
증권가는 루트로닉의 주가가 올 초부터 급등한 데다 매수 물량이 많다는 점을 공개매수의 걸림돌로 지적한다. 공개매수 가격인 주당 3만6700원은 최근 1개월 및 3개월 거래량 가중 평균 종가에 비해 3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공개매수 발표 직전인 8일 종가보다는 15.4% 높다.

루트로닉은 올 초부터 국내외 PEF를 대상으로 경영권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주가가 약 두배로 뛰었다. 올 1월 1만8000원이었던 주가는 지난 4월 최고 2만9850원까지 올랐다.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인캐피털, 칼라일 그룹, 한앤컴퍼니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황 회장 측과 인수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로 무산됐었다. PEF 측은 기업가치 7000억원대를 제시했지만 황 회장 측은 1조원 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이 웨어러블 인슐린 펌프를 개발한 국내 의료기기 회사 이오플로우를 9700억여원에 사들이면서 매각 작업에 탄력이 붙었다는 게 IB 업계의 전언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오플로우의 시가총액은 8000억원 수준으로, 메드트로닉은 20%의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메드트로닉코리아홀딩스는 지난달 김재진 이오플로우 대표가 보유한 회사 지분 18.58%(약 564만주)를 1692억원에 매입하고 주당 3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 중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루트로닉의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지만, 이오플로우가 글로벌 기업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다만 루트로닉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을 대량 매수해야 한다는 점이 관건이다. 올 3월 말 기준 루트로닉의 소액주주 비중은 58.42%다. 오스템임플란트의 경우 매수자가 공개매수로 확보해야 할 지분이 잠재 발행주식 총수의 15.4%였던 반면 루트로닉은 발행주식의 77.85%를 확보해야 해 네 배 이상 많다.
미국 매출 두 배 성장…글로벌 사업 순항
IB업계는 메디트와 오스템임플란트의 M&A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의료기기 업체들이 M&A 시장에서 재평가받고 있다고 분석한다. 루트로닉은 해외 기업이 장악하고 있던 국내 피부미용 의료기기 시장의 판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7년 루트로닉을 창업한 황 회장은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 레이저 의료기기 회사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경험을 살려 직원 6명과 회사를 세웠다. 2000년대 초 국내 최초 의료용 레이저 기기를 개발해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고 미국, 독일, 일본, 중국에 판매법인을 두고 전 세계 80여개국에 의료기기를 수출하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는 2006년 상장했다. 루트로닉은 클라리티II, 라셈드 울트라, 헐리우드스펙트라, 루트로닉 지니어스, 더마브이 등 다양한 제품군으로 국내 피부과 의료기기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642억원으로 전년 1736억원 대비 52.1% 증가했다. 설립 이래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은 558억원으로 87.3%, 순이익은 456억원으로 64.7% 늘어났다. 영업이익률은 21.1%, 순이익률은 17.3%다.

지난해 미국 매출이 104.6% 성장하면서 전체 실적을 견인했다. 독일법인을 포함한 유럽 전체 매출도 54.8% 성장했다. 전체 해외 매출은 61.9% 증가했다. 루트로닉 매출의 88.2%가 해외에서 나온다.

한앤컴퍼니는 루트로닉의 인수로 의료기기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게 됐다. 한앤컴퍼니가 그동안 인수했던 회사들은 쌍용씨멘트, 케이카, SK해운 등 2차산업군에 집중돼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인구 고령화로 웰에이징 시장이 뜨면서 기술력을 갖춘 피부미용 의료기기 업체들의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경쟁력있는 국내 의료기기 회사들이 인수합병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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