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12일 소폭 하락 출발할 전망이다. 최근 지수를 이끌던 반도체 업종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것이란 이유에서다. 코스피지수가 1년여 만에 최고치로 올라선 가운데 이번 주 발표될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에 따라 증시 향방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TSMC의 5월 매출이 전월 대비 19.4%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 가까이 올랐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면서 "이는 국내 반도체 종목 중심으로 차익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지수는 이날 소폭 하락 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외에도 미국 증시가 장 초반 강세에도 불구하고 장중 차익실현 매물로 상승분을 일부 반납한 점은 국내 증시에 부담"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Fed는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추후 금리인상을 재개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유지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Fed 입장에서는 금융시장의 과도한 기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억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빠르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소비자물가 또한 기준금리 상단보다 낮아질 전망이라는 점에서 하반기에 실제로 Fed가 금리인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높지 않다"고 말했다.
가격 변동 폭이 큰 식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의 하락세가 여전히 더디다는 점에서 불안 요소가 남아있으나, 근원물가 전망치도 전월(5.5%)보다 0.3%포인트 낮은 5.2%로 제시되면서 기준금리 상단(5.25%) 아래로 내려올 전망이다.
만약 미 CPI 상승 폭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을 경우 6월 FOMC 결과에도 불확실성이 커진다. 시장 전망과 달리 6월 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도 있다.
미 Fed가 6월에 금리를 올리고 7월에 동결을 선택하면, 9월 회의까지 14주의 시간을 벌게 된다. 하지만 6월에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 7월까지 4주의 시간밖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 Fed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7월 인상을 마지막이라고 선언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속해서 내려가는 것을 확인하는 데 시간이 촉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만약 Fed가 깜짝 기준금리 인상을 선택하면 증시의 상승 랠리는 무너질 수 있다. 최근 지수가 강세장에 들어섰으나, 약세장이 끝났다고 선언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대다수 종목은 여전히 하락 추세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주 나오는 물가지표와 FOMC 통화정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유가증권시장 주요 우량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안에서도 하위 100개 종목의 상승률은 전체 코스피 성과에 미치지 못할 정도로 상위 종목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된 '코스피200 톱(TOP) 10' 지수는 올해 들어 지난 9일까지 25.77% 상승했다. 코스피200 톱 10 지수는 코스피200 안에서도 시가총액 상위 1∼10위 종목(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등)을 모아놓은 지수다.
반면 같은 기간 코스피200에서 하위 100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지수화한 '코스피200 중소형주' 지수는 11.93% 상승에 그쳤다. 중소형주 지수 상승률은 같은 기간 코스피200 상승률(19.13%)보다 낮은 것은 물론, 코스피 상승률(18.10%)에도 못 미쳤다.
코스닥시장 역시 시총 1∼100위 종목으로 구성된 대형주 쏠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스닥 대형주 지수는 연초 이후 43.45% 올랐지만, 코스닥 중형주(101∼400위)와 소형주(401위 이하 나머지)는 각각 19.60%, 20.0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지수 상승률(30.01%)보다도 낮았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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