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새마을금고는 어쩌다 '비리 백화점' 됐나 [새마을금고 대해부①]

입력 2023-06-14 18:08   수정 2023-06-15 13:52

이 기사는 06월 14일 18:0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새마을금고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의 '칼끝'이 정점을 향하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지난주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20~30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동원됐다. 이번 검찰 수사가 불법 리베이트 의혹만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문재인 정권 때 당선된 박차훈 회장의 비리 의혹을 추적하다보면 적잖은 정치인이 연루됐을 것이란 게 새마을금고 안팎의 추측이다. 검찰도 불법 정치자금 조성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는 정치권과 대기업 오너의 불법 정치자금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는 곳이다.

한국 금융시장에서 새마을금고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합적이다. 자본시장 영향력은 시중은행을 넘어선다. 사모펀드(PEF)와 부동산금융(PF) 시장에서 새마을금고는 공격적으로 자금을 집행하면서 성장해왔다. 자산 규모가 284조원에 이른다. 아이러니한 점은 새마을금고가 금융기관이 아니라는 데 있다. 엄밀하게는 협동조합이다. 금융당국의 감독도 받지 않고 내부통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회와 금고 사이의 지배구조도 후진적이다. 올해로 설립 60주년을 맞은 새마을금고가 끊이지 않는 금융사고로 '비리백화점' 오명을 벗지 못하는 배경이다. 검찰의 새마을금고 수사를 보면서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시중은행 넘보는 협동조합
새마을금고 거래자수는 2180만명에 달한다. 새마을금고를 제대로 알고 거래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새마을금고의 효시는 1963년 설립된 경남 산청의 '하둔신용조합'이다. 산업화 시대 초기 서민들이 상호 부조를 위해 자발적으로 세웠다. 새마을운동이 역점 사업이 되면서 조직망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많은 금융기관이 문을 닫거나 공적자금을 받을 때에도 새마을금고만은 도움을 받지 않았다. 향토 정서를 바탕으로 서민금융 특색을 키운 덕이었다. 시중은행에 비해 높은 예금 금리를 제공했고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서민들도 대출을 이용하게 해주면서 규모를 키워갔다.

새마을금고는 회원 출자로 설립된 개별 금고와 이들을 감독·지원하는 중앙회로 구성된다. 1인 1표 원칙을 따르는 협동조합 형태로 설립됐다. 단위조합을 통해 조합원의 자금을 예탁받아 융자하는 상호금융기관의 특성을 가진다.

오늘날엔 시중은행 못지 않은 금융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작년 말 기준 총자산 284조원까지 성장했다. 국민은행(517조), 신한은행(491조), 하나은행(485조), 우리은행(443조), 농협은행(387조) 등 5대 시중은행과 어깨를 견줘볼 수 있을 정도다.
금융감독 없이 덩치만 큰 부작용
5대 시중은행 중 농협은행과 비교해보면 새마을금고를 이해하기 쉽다. 농협과 새마을금고는 모두 지역사회의 경제적 발전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협은 현재 은행법이 적용되는 은행으로도 성장했지만 최초엔 새마을금고처럼 조합으로 시작했다. 새마을금고는 농협은행에 비해 자산 규모는 다소 뒤처지지만 금고(점포) 수는 1294곳으로 농협은행(1115곳)을 능가하고 있다.

감독 체제에선 큰 차이가 벌어진다. 농협은 금융위원회 감독을 받는다. 예금이나 대출 업무와 관련해선 매달 금융감독원에도 업무보고서를 제출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과 바젤Ⅲ 기준 유동성지표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유동성비율(NSFR) 등으로 규제를 받는다. 반면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감독을 받는다. 금감원은 직접 들여다볼 권한이 없다. 여·수신 현황은 물론 경영지표조차 알기 어렵다. 건전성 감독 수준은 초보적인 수준이다.

중앙회와 금고 사이의 견제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중앙회 회장을 금고 이사장(대의원)들이 선출하는 방식이어서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줄대기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

후진적 지배구조를 갖춘 새마을금고가 자본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상상 이상이라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대체투자 시장에선 '대체불가 큰손'이다. PEF 투자에서만 20조원을 운용 중이다. 신생·중견 PEF 운용사들에게 거액을 척척 베팅하며 '황태자'로 군림해왔다. 트랙 레코드가 없던 무명 운용사도 새마을금고의 눈에만 들면 수조원의 자금을 굴리는 대형 PEF가 될 수 있었다.

새마을금고가 PEF를 앞세워 주요 딜을 직접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구조적으로 새마을금고는 다른 금융기관처럼 자체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세를 확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MG손해보험 M캐피탈 등의 M&A 사례가 모두 새마을금고의 구조적인 태생을 극복하기 위해 PEF를 앞세운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물론 새마을금고는 이런 시각을 전면 부인한다. 자본시장법에선 투자자(LP)가 운용사(GP) 투자 결정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를 낳기 마련이다. 새마을금고의 공격적인 자금 집행의 이면에 불법 리베이트 의혹이 수면 위로 불거졌다. 검찰은 최근 중앙회 비리 의혹에 연루된 관련자 2명을 구속 수사하고 있다. 한명은 오랜 기간 PEF 투자 실권을 가졌던 팀장, 또 다른 한명은 새마을금고 자금을 받은 PEF가 인수한 회사에서 고속승진한 부사장이다.

부동산 PF 집행 과정에서도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진 상황이다. 지역금고와 중앙회가 보유한 부동산 PF 대출도 빠르게 부실화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최근 3년간 부동산 PF 규모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늑장 대응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다른 상호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규 PF에 대한 중앙회와 금고의 공동 대출을 선제적으로 중단시킨 반면 새마을금고는 올해 4월 말에야 뒤늦게 동참했다.
무늬만 비영리기관 논란…"지배구조 확 바꿔야"
새마을금고의 근간은 새마을금고법에 담겨 있다. 이 법에선 새마을금고를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으로 규정한다. '회원들의 경제적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내세우는 상호부조적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새마을금고의 실질을 보면 현실적으로 비영리법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회원들의 이익배당을 추구하는 데다 비회원도 신용공제 사업을 이용하게 되면서부턴 사실상 상업형 금융기관과 유사해졌다.

협동조합이란 비영리법인에서 점차 상업적 금융기관으로 변해가는 과정에 있다. 대법원 판례를 보면 새마을금고에 대한 시각 변화가 엿보인다. 기존엔 새마을금고의 대출은 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 위반도 다른 회원의 대출기회를 박탈하는 손해를 야기하기 때문에 배임죄라 봤다. 비영리법인 성격의 협동조합으로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들어선 대출행위에 대해 상사소멸시효(상행위로 생긴 채권의 소멸시효)를 적용하거나, 동일인 대출한도 제한 위반만으로는 법인의 손해를 단정하기 어려워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례가 선고됐다. 비회원 대출이 허용된 데 따른 영향이 컸다. 일부 하급심 판결에서도 "수익배분이 허용되기 때문에 비영리법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판시가 있었다.

새마을금고에 대한 인식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만큼 지배구조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한 PEF 대표는 "새마을금고 비리 의혹은 금융회사의 기반은 신뢰고, 그 신뢰는 강력한 내부통제에서 나온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준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새마을금고의 존립 목적을 다시 고민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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