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먹을 시간도 없다"…입소문 타고 품절 대란 난 '0초 라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입력 2023-06-19 08:01   수정 2023-06-19 09:16



최근 일본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에서부터 기업의 경영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타임 퍼포먼스'를 줄인 '타이파'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시성비의 트랜드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배속시청이다. 세이코홀딩스의 2021년 조사에서 온라인 강의를 배속시청하는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드라마나 유튜브 콘텐츠를 1.25배속이나 1.5배속으로 듣는 30~40대 소비자들도 30%에 달했다.


콘텐츠를 배속으로 시청할 정도로 시간을 아끼다 보니 행동 양식도 '멀티(다중작업)'로 변해간다. '들으면서'를 뜻하는 '키키나가라(聞きながら) 서비스'의 인기가 이를 반영한다. 시간을 물리적으로 늘릴 수 없으니 들으면서 일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시간활용법이다.

책 읽어주는 서비스인 오디오북재팬(オ?ディオブック.jp)의 이용자수는 2019년 100만명 미만에서 2022년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일에 치이면서 자기개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직장인에게는 독서도 사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비즈니스 서적 1권을 10분으로 요약해서 읽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정기구독료가 월 2200엔인 플라이어(フライヤ?)의 회원수는 2019년 50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오디오북재팬 운영사 오토뱅크의 구보타 유야 사장은 "보통 사람들의 귀는 하루 평균 3.7 시간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먹는 시간도 아깝다. 인간은 꼭 하루에 꼭 세끼를 먹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공상과학 영화처럼 하루에 한끼 그것도 알약 한 알로 식사를 해결할 수는 없을까. 그런 시대도 멀지 않은 것 같다. 생활에 필요한 영양소를 한 끼에 담은 '완전 영양식'이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는 음료 타입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빵과 컵면 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16년 창업한 베이스푸드는 빵 외에 파스타, 쿠키 형태의 완전 영양식을 내놨다. 전립분에 대두와 다시마 등 10종류 이상의 식재료를 섞어 한 끼로 하루 동안 필요한 영양소를 3분의 1 이상 섭취할 수 있다. '미소베이션'은 미소시루, 일본식 된장국 타입의 완전 영양식을 판매한다.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밥 할 시간이 있을 리도 없다. 닛신식품이 작년 4월 내놓은 ‘0초 치킨라멘’은 발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먹는 시간을 줄이려는 젊은 세대의 트렌드에 딱 들어맞은 상품이라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라면땅’과 같은 라면과자나 라면스프를 뿌린 봉지라면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닛신식품 관계자는 “어디서나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임을 강조한다. '멀티가 가능한 식사'라는 뜻이다.

0초 치킨라멘의 원조는 2017년 자사 TV 광고다. 자사 라멘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소개하는 시리즈 광고의 하나였다. '봉지를 뜯자마자 그대로 먹어도 맛있다'는 점을 어필하려 '0초 먹기'를 내보냈는데 이게 SNS로 대박이 났다.


반쯤은 장난이었던 라면땅 광고가 대박이 나자 짠맛을 줄이고 영양소를 추가해서 진짜 식사거리로 내놓은게 0초 치킨라멘이었다. 0초 라멘의 인기에 힘을 얻은 닛신식품은 2022년 5월부터 즉석면 뿐 아니라 즉석컵밥, 스무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시킨 '완전 메시(完全メシ 완전한 밥 이라는 뜻)' 시리즈를 내놨다.

필요한 영양소 33종류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짧은 시간에 완벽한 식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완전 메시는 발매 5개월만에 500만개를 돌파했다.

밥을 안하니 장 볼 시간도 줄어들었다. 일본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최근 5년새 40% 커졌다. 밥 먹는 시간을 아끼는 마당에 술 마실 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일본푸드서비스협회에 따르면 패스트푸드 시장이 성장세를 이어가는 반면 이자카야 시장은 13년 연속 줄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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