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진의 의료와 사회] 의료시스템 근본 틀 다시 짜야 '필수의료 해법' 나온다

입력 2023-06-21 18:16   수정 2023-06-22 00:27

필수의료 논쟁이 뜨겁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쉽게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의 전 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필수의료 서비스라고 봐야 한다. 다만 여러 가지 이유로 보장되지 않는 필수의료가 있다. 수요는 있으나 공급이 부족한 분야다. 다양한 정책을 동원해서 공급을 늘리면 될 것 같지만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의사들에게 ‘비급여 의료행위’라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이다. 의원급에서 주로 제공되는 영양제 주사나 간단한 피부시술 같은 것이다. 상대적으로 의료사고 위험은 적고 가격은 비싸다. 그러니 대학병원에서 당직을 하거나 소아환자 보호자들에게 시달리는 것보다 ‘워라밸’을 보장받기 쉽다.

쉬운 방법을 선택하는 의사들을 비난할 수 없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의 선택을 바꾸게 하려면 최소한 비급여 수입을 대체할 만한 유인 수단이 있어야 한다. 매우 큰 비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의료 공급의 상업화 경향, 수요자의 과다 이용 경향, 워라밸을 중시하는 세대 특성 등을 감안하면 그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비급여 의료행위가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만큼 효과가 있는가다. 정부가 신고제도를 통해 관리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기대 효과는 의문이다. 효과 없는 의료행위를 퇴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이 급여하는 행위와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모두 포함하는 의료행위 목록이 만들어져야만 퇴출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행위등록제도’가 필요하다. 등록을 위해서는 행위의 정의와 효과에 대한 근거를 제출하도록 해야 한다. 효과가 없다면 그 행위는 환자에게 제공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효과가 미미하다면 그 수준을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를 받아야 한다. 대부분의 비급여는 효과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비급여는 의료기관마다 가격이 다르다. 목록표가 만들어져야 명칭 표준화를 할 수 있고 가격 비교도 가능하다. 의료법에 의료행위등록제도를 마련하고 의학한림원, 의학회 등 신뢰할 수 있는 집단이 관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하나가 더 필요하다. 소비자의 이용 문화 개선이다. 외래 서비스 이용량을 줄이고 질을 높여야 한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의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많다. OECD 평균은 5.7회다. 한국은 평균의 2.5배다. 이에 비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상반기 외래 이용률은 2019년에 비해 9.8%포인트 낮아졌다. 전 국민 외래 이용률이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는데도 취약계층 건강문제 외에 건강지표가 나빠졌다는 결과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의 외래 이용이 과다일 수 있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질은 또 어떤가? 이른바 ‘3분 진료’와 ‘본인부담 3000원’으로 표현되는 외래 진료가 질이 높은 서비스는 분명 아니다. 외래 서비스 이용량을 줄이고 질을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래 이용 예약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경험적으로 초진은 20분, 재진은 10분 정도로 하면 된다. 본인부담은 증가할 수 있다. 이 정도 증가는 감수해야 한다. 진찰료 인상은 이런 전제 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이 밖에도 필수의료 분야에는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수가 인상과 필수의료행위 형사면책을 포함한 법이 통과되려면 비용을 내야 하는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통과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통과된다고 해도 필수의료 해결의 충분조건이 되기 어렵다. 지금 꼭 필요한 법이 있다면 ‘한국의료혁신위원회 설치법’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장기적 연구 및 논의를 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 10년 만에 할 수 있다면 성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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