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본부장 "배당주 투자, ETF보단 펀드가 낫습니다" [1조 펀드매니저 인터뷰]

입력 2023-06-26 15:17  

[금융 투자의 대명사도 같던 공모펀드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봇물처럼 쏟아지는 상장지수펀드(ETF), 부동산 등 대체 투자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어서다. 공모펀드는 투자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걸까. 아직까지 1조원 이상 운용자산을 유지 중인 국내 공모펀드 매니저 3명의 생각과 앞으로 투자 전망을 들어본다.]

[1조펀드 운용역 릴레이 인터뷰]
①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퀀트운용부 수석
②김화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
③김정욱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전략본부장



2003년 5월 설정된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올해로 20살을 맞았다. 순자산 1조1590억원(23일 기준)으로 국내 배당주 펀드 중엔 가장 몸집이 크다. 장수 비결은 큰 등락 없이 꾸준한 수익률이다. 이 펀드 수익률은 연초 대비 10.58%, 1년 11.77%, 3년 42.86%를 기록 중이다.

김화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장은 이 펀드를 2018년부터 운용해오고 있다. 김 본부장은 2004년부터 신영자산운용에서 일해온 '신영맨'이다. 신영퇴직연금배당주식, 신영밸류우선주 등 다양한 배당 전략 펀드를 운용한 경력을 자랑한다.

김 본부장은 배당주 투자만큼은 상장지수펀드(ETF)보다 공모펀드가 낫다고 말했다. ETF로는 장기적 복리 효과, 저평가에 따른 자본 차익을 노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김 본부장을 유선으로 인터뷰했다.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1세대 배당주 펀드로 분류된다. 펀드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다면.

"신영밸류고배당펀드는 배당주에 대한 투자 관심이 없었던 2003년 5월에 설정되었다. 설정 후 현재까지 배당주에 대한 리서치와 투자를 지속해왔다. 가치주 투자 철학을 기반으로 저평가된 배당주에 투자해 자본 차익과 배당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시장의 주도주를 매번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전략을 바꾸기보다는, 경쟁력 있는 저평가 배당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며 일관된 투자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있고, 그래서 저평가 매력이 높아져 있을 가능성이 높은 가치배당주에 관심이 많다."

▷어떤 종목이 가치배당주인가.

"말 그대로 저평가된 배당주다. 단순히 밸류에이션 지표가 낮고 배당수익률은 높은 주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안정적 배당을 위해서는 합리적인 배당성향과 재무안정성, 경영진의 주주환원의지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안정적 배당을 유지하는 사업지주회사 혹은 핵심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회사 △보통주 대비 할인율이 커(50% 수준) 고배당 수익이 예상되는 우선주 △업황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경기민감주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저조한 실적 속에 실적에 기반한 배당도 낮아져 있어 현재 기대 배당수익률이 2~3% 수준일 수 있다. 그러나 앞으로 업황 회복을 통한 이익 개선, 이에 따른 배당 증가로 인해 3년 내 고배당이 예상되는 종목들이 있다. 이 경우 배당 증가와 함께 업황 회복에 따른 우수한 주가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고배당을 쫓으며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운용을 추구한다지만, 연초 대비 수익률이 10% 수준으로 코스피·코스닥 상승률을 밑돌았다. 최근 성과에 대해 짚어본다면.

"우리 펀드는 가치배당주에 투자하는 일관된 전략을 갖고 있다. 성장주 혹은 소수 주도주 중심으로 주가 상승 시 시장 흐름과 단기적으로 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낮은 변동성을 기반으로 한 저평가 된 배당주 투자로 안정적 배당 수익과 자본차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 시장 내 리스크를 감안할 때 우수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다.

연초 이후 주가 상승을 주도했던 업종은 기계, IT, 자동차, 2차전지 등이었다. 투자전략에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한 2차전지 관련 종목의 낮은 투자비중은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올 한 해 시장 상승과 비교하면 상승률이 주춤했지만, 방어력이 돋보인 순간도 있었다. 작년 코스피가 24.9% 하락하는 구간에서 펀드(신영밸류고배당 C형)는 13.4% 하락했다. 최근 3년 기준으로는 42.86%로 코스피(25%)에 비해 초과 성과를 달성하는 모습도 보였다."

▷최근 운용 계획을 통해 경기 정상화를 앞두고 저평가된 경기민감업종 비중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비중 편입편출을 시작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업종들이 있었는가.

"작년 시장 하락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방어를 보였던 필수소비재 업종과 제약주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동시에 경기민감업종의 비중을 늘리는 포트폴리오 조정은 연초 이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경제 상황과 기업 실적 전망이 올해부터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배당확대가능성과 상대적 배당수익률, 저평가 매력을 감안했을 때 업황 바닥을 통과하고 있는 소재업종 비중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공모펀드가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1조원 이상 운용자산을 유지 중인 비결은.

"긴 시간 동안 다사다난했다. 장기투자, 저평가 가치배당주 투자에 대한 노하우를 쌓으며 꾸준한 성과를 보여드릴 수 있었던 점이 유효했다. 20년 넘게 유행을 좇지 않고 가치, 배당, 장기투자라는 철학의 일관성을 유지해온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좀 더 시선을 외부로 향하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배당주 수요도 뒷받침이 됐다. 기업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점차 확대하고 있고, 투자문화도 성숙되며 자연스레 배당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아직 공모펀드에 투자할 만한 요인이 남아있는가.

"대부분의 상장지수펀드(ETF)는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기 위한 상품이다. 즉 각 지수와 섹터 내 포함된 기업의 내재가치와 시장가치의 괴리는 고려되지 않는다.

또 배당형 ETF의 경우에는 배당수익률이 지수 구성의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배당수익률이 높은 금융업종의 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더불어 과거 확정된 배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종목을 구성하고 있어 미래 배당의 성장성과 안정성에 대한 요인이 고려되기 어렵다.

배당주 투자는 안정적 배당 수익에 따른 '장기적 복리효과'와 저평가 해소에 의한 '자본차익'이 함께 고려되었을 때 가장 빛을 볼 수 있는 투자다. 과거 데이타를 바탕으로 한 지수를 추종하는 ETF보다는 구조적으로 장기투자가 가능하고, 배당 수익과 함께 자본차익도 함께 추구할 수 있는 액티브 펀드가 더 나은 투자 대안이라는 생각이다."

▷펀드 몸집이 커서 어려움은 없는가.

"종목 유동성으로 인해 규모가 작은 펀드 대비 편입할 수 있는 종목이 다소 제한되긴 한다. 1조원 펀드에 1% 비중을 편입하기 위해서는 100억원의 주식을 매입해야 한다. 이 경우 시가총액이 크더라도 거래대금이 크지 않으면 시세를 영향을 주지 않고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 펀드 편입 종목의 시가총액 제한은 없지만 거래량을 감안하면 5000억원 수준 이상의 종목이 투자대상이 된다. 물론 그보다 시가총액이 작은 종목도 분할 매수 등으로 투자한다.

▷끝으로 하반기 시장 전망을 해본다면.

"상반기엔 테마 위주로 수급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하반기엔 대형주들의 실적 지표가 개선될 여지가 생기면 주식 시장의 모습이 한차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작년 하락, 상반기 반등 속에 금리 상승 우려·하락 기대가 지속적으로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에 대한 시장 민감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경기둔화와 중국의 지지부진한 경제 부양 효과 등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한 요인은 많지만,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에 대한 시장 민감도 등이 서서히 통제되고 있다고 본다. 내년 개선될 경제 상황을 감안하면 경기민감, 턴어라운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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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신영자산운용 배당가치본부 본부장

주요펀드(순자산액, 21일 제로인 기준)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1조1429억원)
신영밸류고배당20증권자투자신탁(9억원)
신영밸류고배당40증권자투자신탁(328억원)

주요 경력
2004~2007 신영자산운용 리스크관리본부
2007~ 신영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

배성재 기자 sh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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