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득권 과보호…혁신 스타트업 생존 불가능"

입력 2023-07-06 18:17   수정 2023-07-07 01:55

“한국 정부는 기득권을 지나치게 보호합니다. 혁신을 억제하는 규제가 그대로 있는 한 시장의 판도를 바꿀 스타트업은 탄생할 수 없습니다.”

탈레스 S 테이셰이라 전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사진)는 지난 1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한 인터뷰에서 “스타트업은 어린아이 같아서 적절한 보살핌이 없으면 쉽게 사라져 버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9년 경영 전략서 <디커플링>에서 시장 파괴의 진짜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이 제품을 탐색하고 평가, 구매, 사용하는 모든 과정에서 불편을 느끼는 소비 단계를 낚아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객이 직접 매장에 가는 걸 싫어한다는 점에 착안한 아마존은 ‘구매’ 과정을 훔쳐 고속 성장했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한국에서 대출 비교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핀다’를 좋은 사례로 꼽았다. 그는 “고객은 대출 상품을 비교하는 걸 어려워한다”며 “복잡한 약관을 읽기 싫어하는데 그렇다고 은행 직원의 추천을 무조건 믿는 것도 거부한다”고 했다. 핀다는 고객이 대출 상품을 ‘평가’하는 단계를 공략했다. 이율, 상환기간 등 핵심 정보를 중심으로 복잡한 약관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편향되지 않은 제3자의 시선으로 어떤 대출이 좋은지 추려준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핀다가 정보를 정리한 방식엔 혁신 기술이 없다”며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운전자와 탑승자를 연결해주는 우버의 방식도 새로운 기술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규제는 이런 스타트업 탄생을 막는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부분 주에선 누구나 택시를 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우버와 리프트가 생겨났다”며 “기득권을 보호하는 대신 더 많은 경쟁을 허용해야 시장이 변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다양한 사업자가 마이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미국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베스트바이를 디커플링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방어한 사례로 꼽았다. 고객이 베스트바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경하고, 구매는 아마존 사이트에서 하자 베스트바이는 제3자인 삼성전자를 끌어들였다. 삼성전자는 소비자가 어디서 물건을 사든 이득을 보는 대상이었다. 베스트바이는 삼성 매장 매출과 무관하게 매장에 제품을 전시하는 대가로 삼성에 비용을 요구했다.

테이셰이라 전 교수는 “대부분 큰 조직은 적응이 느리고 죽는 것도 느리다”며 “소비자와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지 않는 게 당장은 문제없어 보여도 사실은 느리게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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