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콜 쏟아지는데"…창작 고통 없는 'AI 작곡가'의 저작권은 [연계소문]

입력 2023-07-08 19:34   수정 2023-07-08 21:56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 분야에는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창작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영감을 어디서 받느냐"는 것이라고 한다. 경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신선함도, 가슴을 깊숙이 파고드는 진한 공감도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매개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최근 가요계에서 '창작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창작자가 화두로 떠올랐다. 바로 'AI(인공지능) 작곡가'다. 빠르고 손쉽게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실용성', 하나의 IP로 여러가지 다채로운 콘텐츠를 추가 생성할 수 있는 '확장성' 덕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음성 AI 기술이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며 콘텐츠 기업을 비롯해 가요 기획사들도 일제히 개발·제작에 힘쓰고 있다. 포자랩스, 주스, 크리에이티브마인드, 업보트엔터테인먼트, 수퍼톤 등 관련 스타트업을 향한 러브콜이 빗발쳤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하이브는 AI 오디오 기업 수퍼톤을 인수해 '하이브 IM'을 설립했고, KT와 CJ ENM은 각각 주스와 포자랩스에 투자했다.

음성·음악에 AI 기술을 적용한 사례들은 이미 다수 등장했다. 크리에이티브마인드는 AI 작곡가 이봄(EVOM)을 개발해 홍진영·에일리 등의 곡을 작업했으며, 포자랩스는 삼성생명 광고 배경음악을 제작했다. KT 산하 지니뮤직은 테이의 '같은 베개'를 AI로 편곡해 오디오 드라마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OST로 선보였다. 하이브는 남성 가수의 목소리를 여성 가수로 바꾸는 등 음성 디자인 기술이 적용된 무대를 공개했다.

최근 브루노 마스가 뉴진스의 '하입 보이(Hype boy)'를, 아이유가 피프티 피프티의 '큐피드(Cupid)'를 부르는 커버 영상이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역시 모두 AI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다.


음성 AI 기술이 점차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술력으로 구현해낸 결과물을 인간의 창작물과 동일선상에 두는 게 맞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무분별한 기술의 활용이 진짜와 가짜의 구분을 흐리게 한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더 위켄드와 힙합 스타 드레이크가 협업한 곡이라며 공개된 '허트 온 마이 슬리브'가 AI 기술로 두 사람의 목소리를 변형해 만든 '가짜'로 밝혀져 파장이 일었던 바다. 당시 두 사람의 소속사인 유니버설뮤직은 "우리 아티스트의 음악을 이용한 생성형 AI 학습은 저작권법 위반"이라며 각종 음악 플랫폼에 해당 곡의 삭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AI가 만든 곡을 창작으로 인정할 것인지, 한다면 어디까지 창작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논쟁은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에서 'AI 작곡가'는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저작권법은 저작자를 '저작물을 창작한 자(者)'로 정의한다. 인간이 아닌 동물이나 사물 등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에 따르면 저작물 등록 시 저작물 신고서와 작사가, 작곡가, 편곡가 등 정보가 기재되어 있는 '공표자료' 등의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AI가 인간인 저작자와 공동 작곡가로서 공표되어 있고 신고서의 내용이 일치한다면 저작물은 등록되지만, 협회는 인간 저작자의 저작권 지분만 관리한다.

즉, 100% AI가 창작한 곡의 경우 한음저협이 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는 '관리곡'에 해당할 수 없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인간의 개입이 전무하고 오직 AI에 의해서 단독 창작되었다고 주장되는 창작물이라면 현재 법제상으로는 해당 창작물의 저작물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도 'AI 기여 정도'를 다투는 모양새다.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는 인간 창작자가 음악이나 가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했다면 AI 요소가 들어간 작품도 그래미 어워즈 참가 자격이 있다고 결정했다. 단 "인간의 저작물이 포함되지 않은 작품은 어떤 시상 부문에도 부적격"이라는 입장이다. 이는 AI가 전적으로 작업한 곡은 상을 받을 수 없다는 의미로 결국 AI가 얼마나 활용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음악-AI의 접목이 급물살을 타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상황. 하지만 과도기임에도 이와 별개로 기술은 점차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

지니뮤직은 음원을 업로드하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주고, 이용자가 해당 악보를 편집해 편곡까지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놨다. 이를 통해 전문가의 영역으로 느껴졌던 음악 작업의 장벽을 낮춘다는 취지다. 흥얼거리는 음도 악보로 바로 구현돼 창작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론칭 행사에 참석한 김형석 프로듀서는 "사진에 포토샵을 하는 것처럼 창작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도구라고 생각한다"며 "창작의 문턱이 낮아지고 상상력도 극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곡을 재편집, 2차 가공하는 과정에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지진 않을까. 지니뮤직에 따르면 아직은 편곡한 작업물을 유통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진 못했다. 저작권의 영향이 크다.

한음저협은 "AI 기술이 점차 창작 분야에 그 영향력을 높여가는 상황에서 창작자의 권리가 올바르게 보호받기 위해서는 AI 학습을 목적으로 한 기존 저작물의 무분별한 이용을 예방하고 적절한 보상 지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 개정과 제도 마련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AI TF팀을 구성해 관련 법제 연구 및 대응 방안 수립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향후 세미나, 공청회 등을 개최해 창작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AI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AI 작곡가 이봄을 만든 크리에이티브마인드도 '모두를 위한 쉽고 빠른 음악 스케치'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AI 프로듀싱 서비스를 출시한다. 음악 초보자일지라도 멜로디·반주·베이스·비트로 이뤄진 4개의 간단한 트랙, AI 자동 생성 기능을 통해 손쉽게 음악을 생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100% AI로 만들어진 음악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하니 마음껏 유통하고 사용해도 되는 걸까. 한음저협은 "관련 기관 및 당사자를 통해 충분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가 작품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표절, 변형할 시 추후 저작권 관련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AI 창작물에 대한 인간 개입 여부, AI 기술의 발전 정도 등에 따라 AI 창작물이 저작물로 인정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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