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성명기 여의시스템 대표(69·사진)는 “투명경영을 통한 성과 공유제 시행이 회사가 지속해서 성장하는 핵심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하면 될 것 아니냐.” 꿈결에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밤에 거실로 나와 인원 감축 대신 사업부별, 팀별, 개인별 실적에 성과급과 승진 등을 연계하는 성과 공유제 골격을 그렸다. 회사 경영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되 시장경제의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식이었다.
임직원들도 성 대표의 구상에 동의했다. 당장 그해 4분기 실적부터 호전돼 연간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2003년 이후 5년간 매출이 2.5배, 순이익이 18배 증가했다. 성 대표는 “실적 평가에서 꼴찌였던 직원이 절치부심해 다음해 최우수 사원으로 뽑히거나, 대표인 나보다 성과급을 더 받아 가는 직원도 있다”며 “노력한 만큼 공정한 반대급부가 있으면 강요하지 않아도 주인의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투명경영은 2003년 첫 세무조사 때도 빛을 발했다. 조사관들이 2주 동안 샅샅이 뒤졌으나 세금을 추징하지 못했다. 2008년에는 성실 납세자로 국세청장 표창까지 받았다. 1991년 회사 설립 후 한 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여의시스템은 코로나19 때도 성장세를 지켰다. 지난해엔 매출 498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부채는 ‘제로’. 동종업계에서는 유일하게 신용평가 AA+를 받고 있다.
여의시스템의 또 다른 경쟁력은 ‘고객 맞춤형 다품종 소량 생산 시스템’에 있다. S전자, L전자 등 830여 개 고객사에 판매하는 제품만 수십 종이다. 성 대표는 “고객마다 다른 사양의 제품을 생산하려면 힘들지만 대기업이 접근하기 어려운 틈새 영역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고객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기 위해 전체 80명의 직원 중 연구인력만 14명을 두고 있다.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챗GPT, 반도체 장비 등 첨단산업 분야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다.
“투자 여력과 인재가 부족한 중소기업에서 급격한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서서히 진화하듯 끊임없이 작은 변화를 이뤄나가는 게 혁신이다.” 이노비즈협회장을 두 번 역임한 성 대표가 바라보는 혁신의 정의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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